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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다시 피워 행복을 전합니다

소외계층에 꽃 기부하는 김다인 FLRY 대표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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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름다운 신랑신부의 결혼식장을 예쁘게 장식한 이 꽃들은 식이 끝난 후 FLRY를 통해 노인 요양원, 미혼모 시설에 기부될 예정이에요. 두 사람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이 꽃들이 누군가의 기쁨과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지 결혼식에서 식장을 우아하게 장식하고 있는 꽃들을 볼 때마다 ‘저 꽃들은 다 어디로 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비영리단체 FLRY(Flower Recycle이라는 의미)의 활동도 이런 의문에서 시작됐다. FLRY의 캐치프레이즈는 ‘꽃을 다시 피워 행복을 전한다(Reblooming flowers, Delivering happiness)’이다. 결혼식장 곳곳을 장식했던 꽃들을 수거해 재탄생시킨 후 소외층에 선물한다는 취지다. ‘꽃을 보기 쉽지 않은 분들에게 선물하면 결혼식의 의미와 기쁨도 훨씬 커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이나 쌀같이 좀 더 현실적인 지원을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지적하시는 분도 있어요. 꽃을 받고 웃으시는 그분들을 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누가 이런 할머니에게 꽃을 가져다주겠어. 돈 주고 살 생각은 상상도 못 했는데, 꽃을 보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아’라면서 좋아하세요. 중증장애인들에게 꽃을 드렸을 때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치고 좋아하셨습니다.”

서울 이태원동 FLRY 사무실에서 김다인 대표를 만났다.


한 해 결혼식 이후 버려지는 꽃 4억 2500만 송이

“2015년 여름, 미국에 이런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2014년 제 결혼식 때는 꽃을 기부하지 못했기에 아쉬워했지요. 당장 친구 결혼식의 꽃을 용산노인전문요양원에 가져다 드리면서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평균 34만 쌍이 결혼하면서 결혼식 때 몇 시간 사용하고 버려지는 꽃이 4억 2500만 송이에 달한다고 합니다. 환경에 해를 끼칠 만한 수준이지요. 그 꽃들을 소외층에 전달해 아름답게 재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꽃을 기부해줄 신랑신부와 식장에서 꽃을 수거해 소외층에 전달해줄 봉사자를 모았는데,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2016년 1월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에 전념했습니다. 결혼식 꽃 기부자와 결혼식장 담당자, 기부처, 봉사자 사이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면서 최상의 상태에서 꽃을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간단치 않았거든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서 5년간 전략컨설턴트로 일했던 김다인 대표는 잠시 휴직하고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루트 임팩트’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 대표는 “루트 임팩트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쉽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높은 연봉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를 나와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비영리단체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꽃을 매개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150여 명의 봉사자가 13개 팀으로 나뉘어 지역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분은 1200여 명에 이르지요. 꽃을 좋아하는 20~30대 여성들이 특히 많이 참여합니다. 미용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이 꽃을 매개로 사회적 약자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꽃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젊은 여성만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봉사자 중에는 40~50대 여성도 많고, 남성들의 참여도 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젊은 남성이 꽃을 건넬 때 수줍어하면서 좋아하시거든요. 함께 봉사하던 연인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식장의 꽃을 기부한 경우도 있습니다.”

FLRY는 그동안 250여 회 결혼식에서 기부받은 꽃들로 5000개 가까운 꽃다발을 만들어 노인 요양원, 호스피스 병동, 보육원과 미혼모 시설, 장애인 시설, 위안부 할머니 시설 등 50여 곳에 전달해왔다. 신랑신부들이 개별적으로 기부할 뿐 아니라 정동 프란치스코 수도원성당,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 주님의교회, 분당 할렐루야교회, 상암DMC 웨딩홀 등 결혼식장으로 쓰이는 곳에서 매주 고정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꽃이 가장 싱싱할 때 드리기 위해 당일 전달하는 게 원칙입니다. 시설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원예치료교실을 함께 진행할 때도 있지요. 생화가 노인이나 환자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여러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암환자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했더니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세로토닌 분비가 40% 증가했다고 합니다. 꽃을 직접 다듬고 매만질 때 더욱 많은 위로와 활력을 얻지요.”

처음에는 사비를 털거나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꽃 기부활동을 하던 그는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가능 모델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꽃을 받고 싶다는 시설과 기관들의 요청이 쌓이지만 모두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식 꽃 기부는 일생에 한 번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일상 속에서 꽃을 나누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10년, 20년씩 안정적으로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궁리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찾아가는 클래스’와 ‘꽃 구독서비스’다.

“10명 이상이 함께 신청하면 찾아가서 꽃꽂이 교육을 해드리는 ‘찾아가는 클래스’를 엽니다. 꽃꽂이 두 점을 완성해 한 점은 교육받으신 분이 가져가고, 한 점은 소외층에 선물하게 하지요. 꽃을 만지는 즐거움과 나누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아하십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업 단위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꽃을 매개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는 비영리단체인 FLRY 운영 외에도 최근 ‘Honest Flower’라는 이름으로 꽃 사업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 꽃 기부활동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Honest Flower는 제철 꽃을 원하는 크기, 색상, 주기에 따라 받아보면서 6번째 받을 때는 똑같은 꽃을 구독자의 이름으로 지방의 노인 요양원, 호스피스 병동 등에 선물하는 ‘꽃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협업 플로리스트들이 재능기부로 플라워 디자인을 해주시기 때문에 ‘lovely’ ‘vintage’ ‘vivid’ 등 콘셉트와 디자이너를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6회권(기본 11만원, 스페셜 16만원)을 신청하면 6회에 걸쳐 꽃을 받으면서 소외층에 한 차례 선물할 수 있고, 매달 1만 9000원에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여섯 번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꽃을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협업 플로리스트들을 우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하면서 응원하는 의미도 있지요.”

Honest Flower는 결혼식장의 꽃 장식을 맡는 웨딩플라워 사업을 하면서 소외층의 결혼식은 무료로 꾸며주기도 한다.

“저는 결혼식장에서 친구에게 부케를 던지지 않았어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계신 곳으로 보내고 싶었거든요. 그분들에게 드렸기 때문에 제 일생 단 하나인 부케가 더욱더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신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으로 꽃을 보내드렸어요. 할머니뿐 아니라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에게도 작은 기쁨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아픈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다 예쁘고 향기로운 꽃을 보고 만질 수 있으니 힘든 것을 잊고 너무 행복해졌어요.”

꽃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행복하고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그의 꿈대로 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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