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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건축, 조각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

강원도 고성군 바우지움조각미술관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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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과 조각, 이 중 하나의 요소라도 빠졌다면 이런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미시령에서 동해로 향하는 길,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농촌마을에서 뜻밖의 미술관을 만났다. 조각미술관 바우지움으로, 돌과 시멘트가 뒤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담이 입구에서부터 강한 인상을 안긴다. 지난해 개관한 미술관이 오래된 유적지처럼 아우라를 내뿜는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인다. 통유리로 된 전시장은 설악산의 위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전시장 앞 물의 정원 수면에 주변 풍경이 담긴다.
설악산을 바라보는 물, 돌, 풀의 정원

치과의사인 남편 안정모 박사와 함께 이 미술관을 설립한 김명숙 관장을 만났다. 김 관장은 이화여대 조소과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조각가로, 여체의 아름다움을 발랄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미국 뉴욕,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에도 참가해왔다. ‘내 작품을 어두운 창고에서 꺼내 잘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을 갖고 싶다’는 꿈을 꾸던 그는 10년 전 이곳에 작은 집을 하나 얻어 두고 주말 주택으로 이용해왔다.

“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미시령 옛길을 지나 이곳을 드나들었어요. 미시령 정상에 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설악산과 새파란 하늘을 보면 흥분이 되고 즐거워졌죠. 10년 동안 조금씩 땅을 사들여 미술관을 세울 대지를 확보했습니다. 동네 한가운데 밭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으로, 울산바위와 소나무 숲이 보이는 정경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편 친구인 김인철 대표(아르키움)에게 건축설계를 부탁했죠. 이 미술관의 디자인이 건축가 자신의 작품이 되도록 완전히 맡기고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미술관 야외 전시장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김명숙 관장의 조각 작품들. 김 관장은 주변 풍경과 건축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계속 제작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인철 대표는 건축가협회상, 김수근문화상, 서울시 건축상 등을 받은 저명한 건축가. 강남 한복판에 서 있는 벌집 같은 형태의 건물 ‘어반 하이브’ 등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바우지움에서도 그의 건축미학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김인철 대표는 그 땅의 풍토에 어울리는 건축을 지향한다. 미술관이 자리한 땅은 울산바위에서 넘어온 높새바람과 동해에서 건너온 해풍이 사방에서 송림을 헤집어놓는 곳이다. 그는 이 땅에 길이와 높이가 다른 담을 여럿 세워 길을 만들었다. 그 담들이 겹치고 꺾이는 곳에 지붕을 얹으면서 건물을 세웠다. 담은 165㎡(50평)씩 3개 동으로 된 전시장을 연결하면서 바람이 잠시 쉬어 가게 해준다.

돌을 깨어 넣은 담과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드는 미술관 입구.
통유리로 된 전시장의 벽이 주변 풍경과 햇빛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부와 외부, 건물과 주변 자연은 서로 연결된다. 9920㎡(3000평) 대지에서 전시장과 카페, 작업실 등 건축물이 차지하는 부분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건축가는 설악산을 바라보는 대지를 셋으로 나누어 물의 정원, 돌의 정원, 풀의 정원으로 만들었다.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원암리(元巖里)는 말 그대로 바위를 깔고 앉아 있는 지역. 지반을 다지기 위해 땅을 파자 울산바위가 솟을 때 굴러 내렸음직한 돌덩이가 계속 나왔다. 이 돌덩이와 대관령 터널에서 걷어온 쇄석으로 돌의 정원을 만들고, 울산바위와 주변 소나무들의 모습을 수면에 담는 물의 정원, 초록색으로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풀의 정원을 조성했다. 미술관의 담들도 인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건축가는 매끈한 담 대신 일부러 허름한 담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거푸집에 돌을 깨어 넣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게 했다. 시멘트와 돌이 서로 얽히고 엉겨 붙으면서 우연한 효과에서 온 조형성을 보여준다. 돌에 야생초가 뿌리내리면서 담도 점점 자연을 닮아갈 것이다.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작품들

김명숙 관장.
미술관은 ‘근현대조각관’ ‘김명숙조형관’ ‘특별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현대조각관에는 김 관장이 수집해온 조각가 김경중, 문신, 김경승, 박병옥, 김혜원, 김정숙, 조성묵, 이운식 등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김 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한 점 두 점 수집해왔다”고 말한다. 김명숙조형관에서는 김 관장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모성을 상징하듯 풍만한 여체를 강조한 조각, 여체의 리드미컬한 선이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조각들이다. 그는 여체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아 형상화하면서 대리석, 브론즈, 스테인리스스틸, 테라코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왔다. 남편과 세 아이를 뒷바라지하면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작품,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풍만한 여체는 창조해내고 포용하는 힘을 상징하지요”라고 말한다.

근현대조각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관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힐링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아요. 제 집에 제 작품이 있어 더 좋았다고도 하고요.”

근현대조각관 창 너머로 울산바위 등 설악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수면에 주변 풍경이 비친다.
이곳에 자리 잡은 후 그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제 작업실에서 1주일에 한두 번 주민들에게 테라코타를 가르쳐요. 1년간의 기초 교육을 끝내고 이제 각자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찾아나가고 있는 단계죠. 이곳에서 전시를 열어 작가로 데뷔시켜줄 계획입니다.”

여체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김명숙 관장의 작품들.
건축가는 주변 풍경, 예술작품과 잘 어우러지도록 미술관을 디자인했다. 김명숙 관장은 반대로 그 미술관과 조화를 이루는 조각작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입구에 놓여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이나 정원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작품 중 김 관장이 주변 환경과 건물에 맞춰 새로 제작한 조각도 많다. 공연이나 작은 결혼식 등 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한다. 설악산과 동해 사이, 자연과 예술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이 공간은 계속 진화 중이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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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그리미   ( 2017-01-21 ) 찬성 : 9 반대 : 8
그 지역에서 또한 좋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이런 큰 나무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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