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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게 해주는 여행

[special feature] 600일간 45개국 다녀온 청춘유리

오후 6시 40분. 덜컹거리는 버스에 내 마음도 함께 울렁이고, 차가운 창밖으로 펼쳐진 온 대지에는 옅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창문 위로 하나둘 내 감정을 모두 나열해본다.

그냥 그게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제일 많은 걸 하는 시간.
진짜 나를 알 수 있는 시간.
이 낯선 고요함이 좋다.

-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스물세 번째 에피소드 ‘가장 비싼 시간’ 중

사진제공 : 청춘유리
여행 중 적게는 3시간, 많게는 40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비행기보다 저렴하기에 선택한 불편한 교통수단이었지만 청춘유리는 멀미가 나고 꼬리뼈가 아파도 이만 한 분위기는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 힘든 시간마저 ‘나’를 알 수 있기에 ‘가장 비싼 시간’이라고,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평생 여행으로 행복하고 싶은 철부지라며 본인을 소개하는 청춘유리(본명 원유리)는 동국대학교 관광학과를 갓 졸업한, 감성 충만 여행 에세이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의 저자다. 아직 작가라는 수식어는 부끄럽단다. 여행길에서 마주친 찬란한 순간들이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그는 원래 지독하게 공부만 하는 대학생이었다. 통학을 하는 데 5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학점 4.4, 전부 A+를 받은 성적표만 네다섯 번이라고. 정말 열심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했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는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다.

“스무 살이 되어서부터는 열심히 공부만 하고, 내가 꼭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모두 그렇게 살고 있었고 당연히 저도 그렇게 살아야만 잘 살 수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병원에 링거를 맞고 누워서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돌아보니 땀은 많이 흘렸는데, 그 땀을 식혀줄 바람이 불지 않았으니까, 무언가 잘못됐다 싶었죠.”


인생의 터닝 포인트


좋아하는 것,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떠올린 것은 열여덟 살, 고등학생 때 일본으로 한 달간 다녀왔던 교환학생 경험이었다. 돌아오던 배에서 느꼈던 설렘, 다른 나라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언젠가는 다 가봐야지 하는 생각까지. 이번에는 공부 대신 지독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을 가기 위한 돈을 모았다. 무엇 하나에 꽂히면 다 쏟아붓는 성격이란다. 걱정하시는 부모님께는 성적표를 보여드리며 딸을 믿어달라고, 잘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그 길로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을 하면 시야가 넓어진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여행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청춘유리도 그 말에 공감했다.

“쉽게 말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여행 이전에는 좁은 마음으로 작은 것 하나만 잘 안 돼도 내 삶은 왜 이렇게 안 풀리나, 끝이구나 생각했어요. 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포기할 줄도 알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더 고민하게 되었어요. 행복이 무조건 한길로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부터 앞으로까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여행의 어떤 점이 시야를 넓혀주는지 무엇을 꼭 기억하고 가야 할까 물었더니, 혼자 남겨졌을 때의 처절함과 외로움이란다. 실제로도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를 읽어보면 즐겁고 아름다운 여행의 면모만큼이나 소매치기를 당하고, 돈이 없어서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홀로 아프고 외로운 이야기가 많다.

포르투갈 리스본.
“여행에서 예쁘고 좋은 것만 보면 세상에 이렇게 멋진 것도 있구나, 정도에서 끝나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갈 때, 어떤 마음으로 가도 행복해지는 게 여행이니까 너무 기대하지 않고 고생하러 간다 생각하면 훨씬 좋더라고요.”

청춘유리가 유명해진 것은 여행을 다니며, 그리고 다녀와서 SNS에 올린 여행 게시물들을 통해서다. 페이스북 팔로어가 5만 8000여 명, 인스타그램도 3만 1000여 명이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은 제가 계속 여행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제 이야기를 통해서 그분들은 자신들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과 힘을 받으신대요. 그런데 저는 그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 삶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보고, 듣고, 좋아해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죠.”

청춘들을 위한 강연도 하는 그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한다고 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부담스러워 거절했더니, ‘단 한 사람이라도 유리 너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남들 앞에 서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여행 이야기, 삶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응원해줄 수 있는 게 좋아 강연 뒤에 한 시간 정도는 일부러 비워둘 정도란다.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발간

아일랜드 더블린.
여행 에세이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는 약 600일간 45개국 140개의 도시로 여행을 가기 전과 도중, 그리고 돌아와서의 이야기다. 그 시간 동안 느낀 감정과 만난 사람들, 삶에 찾아온 변화를 담았다. 환히 웃으며 이야기하던 청춘유리는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가 된 책 이야기를 꺼내자 처음으로 걱정과 부담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제 비공식 첫 책 《그대의 봄》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00부만 독립적으로 찍어냈었어요. 그때는 정말 정제되지 않은, 거의 일기장과도 같이 감정이 나열된 책이었는데 오히려 지금보다 아무렇지 않았어요.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가 잘 팔리고 있는 것이 감사하지만, 많이 두렵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이 책을 읽을 누군가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헛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저는 진심으로 이 책을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고, 웃을 수 있고,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하거든요.”

라오스 방비엥.
어떤 사람은 너무 감성적인 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떤 곳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 날씨와 분위기는 어땠을지 장면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제목 밑에 작게 쓰여 있는, 좋아하는 노래들로 직접 선곡한 배경음악, 그리고 사진이 거들면 완벽하게 감성 충만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의 진심이 담겨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번에 느낀 부담 때문인지 차기작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했다. 대신 책을 더 많이 읽고, 공부를 좀 많이 해보려고 한다. 어머니와 다녀온 여행 이야기나, 가장 최근 다녀온 파키스탄 여행을 감성에 충실한 에세이 말고 정보 전달 위주의 여행기로 써보려 하는데, 그때는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청춘유리에게 여행은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한다. 항상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그 스스로 붙인 이름 ‘청춘유리’처럼 언제나 청춘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또한 여행과 글쓰기,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여전히 열정과 낭만이 가득한, 하지만 성숙해진 청춘유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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