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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

[special feature] 액션건축가 이슬기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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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근심은 이만 접고…,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한번 알아보자.”
대학생 시절, 이슬기씨는 아빠와 함께 배낭여행을 떠났다. 인도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아빠가 건넨 담배를 피우며 서로 인생 친구가 되었고, 네팔 히말라야의 밤하늘과 중국 차마고도의 거친 벼랑길을 겪으며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후 5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을 찾아 다시 아빠와 유럽 곳곳을 누볐고, ‘액션건축가’라는 자신만의 새로운 일을 찾았다.

사진제공 : 이슬기
사람들이 “꿈을 마음에 가두지 않고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이끌고 응원하는” 액션건축가 이슬기씨는 현재 꿈을 찾는 어른들의 교육기관 ‘퇴사학교’에서 퇴사학을 강의하고, 여행서 《댄싱 위드 파파》와 자기계발서 《퇴사학 보고서》를 출간하고, 청(소)년 대상 진로 컨설팅을 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중이다.

여행 기간 총 200일, 15개 나라 111개 도시를 배낭 하나 메고 돌아다녔다. 나이 지긋한 아빠는 여행지에서 동료로서 ‘에누리 없이’ 고생을 나눴고, 친구로서 정답 없는 인생을 함께 고민했다. 다 큰 딸과 아빠의 여행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둘러 꺼낸 질문에 이슬기씨는 하와이에서 보낸 교환학생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와이는 그가 처음 집을 떠나 인생을 경험하고,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을 경험한 곳이라고 했다.

건축학과 학생인 그가 건축학 전공이 없는 미국 하와이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는 단지 ‘돈 안 들이고’ 해외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전공 관련 과목을 이수할 수 없는 게 걱정되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건설 현장을 찾아갔죠. 나중에 취업할 때 자기소개서에 쓰면 멋지겠다 싶었거든요. 다행히 미국은 막노동도 남녀차별이 없더라고요.”

덩치 큰 미국 남자들 틈에서 벽돌과 시멘트를 지고 날랐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고된 일과였지만 정직한 노동으로 얻는 보람은 뜻밖의 기쁨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여성 현장감독을 존경하게 되었고, 졸업 후 ‘당연히’ 화이트칼라(white-collor)로 일할 것이라는 생각도 바뀌었다. 세상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더 다양하다는 깨달음만으로도 한층 풍요로워진 기분이었다.

그는 교환학생 기간을 더 연장해가며 공연예술(performing art)을 공부했다. 취업, 스펙과 상관없는 선택이었지만 정말 좋았다. 하와이 현지 극단을 들락거리며 연극 오디션에도 응시했고, “정말 너무나 열심히 찾아가는 정성에 감동한” 극단의 배려로 작은 배역도 맡았다. 연극배우로 데뷔한 첫 무대는 황홀하고 짜릿했다. 오로지 자신만을 향한 조명과 관객의 시선, 심장을 울리는 박수 소리에 흠뻑 취했던 날, 그는 다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자’고.

졸업을 앞두고 그는 진로를 바꿨다. 건설경기 악화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건설회사 대신 채용 기회가 열려 있는 금융사를 목표로 정했다. 1년 동안 금융 관련 자격증을 모두 획득하고, 아는 선배, 모르는 선배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금융사 합격 노하우를 물었다. 졸업 후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 삼성카드의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쥔 날 그는 신나는 미래를 확신했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였다. 신입사원 연수 5일 만에 그는 퇴사를 꿈꾸게 되었다.

“연수는 조직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바꾸는 과정이었어요. 삐뚤빼뚤 자유로운 저를 동글동글 깎고 다듬는 거죠. 스트레스가 심해 매일 아침 화장실을 들락거렸는데, 항생제 연고 없이는 화장실을 갈 수 없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퇴사 후 다음 선택을 위해 필요한 여윳돈을 모으기로 목표를 세웠고, 열심히 적응해 나갔다. 직장인 2년 차가 되었을 때 그는 선배의 권유로 ‘삼성×테드’에 참여했고, 바로 여기서 잠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냈다.

삼성×테드는 삼성그룹 전 계열사 직원들의 자발적 모임으로서, 매주 금요일 저녁 100여 명의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이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강연, 강좌, 이벤트 등으로 기획하고 참여한다.

“제가 삼성×테드의 기획, 사회, 연출을 맡았는데, 그 일을 하며 하와이에서 경험했던 무대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제 삶의 주인공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그 순간요.”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생각도 맑아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알 것 같았다. 그날 이후 그의 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가슴이 원하는 일을 실행으로 옮겼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 ‘액션광장’은 그의 대표 기획이다.

스피치, 명화 읽기, 댄스 세러피, 마라톤, 캘리그래피, 놀이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강좌를 만들었고, 지인들을 모아 가수 일기예보 리더 나들의 ‘퍼니러브(funny love)’ 뮤직비디오도 연출했다. 툭툭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이끌어 내고, 콘텐츠라는 결과물로 만들며 그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모두 마무리 되는 날 회사를 떠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입사 5일째 되던 날 품었던 퇴사 계획은 정확히 5년 후 실행되었다.


다시 떠난 여행, 마음의 소리를 듣다

이슬기씨는 아빠와 함께 15개 나라 111개 도시를 여행했다. 체코에서 거리의 예술가와 함께 찍었다.
퇴사 후 그는 다시 하와이로 날아갔다. 저금통장과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전부인 현실을 짓누르는 불안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처음 마음의 소리를 들었던 곳으로 가야만 했다.

“(당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포함해서 몇 개가 안 되더라고요. 매일 울었죠. 그때 아빠의 전화를 받았어요. 너에게는 ‘내 맘대로 살아봐 티켓’이 있는데, 왜 쓰질 못하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는 다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도 역시 아빠와 함께였다. 인도와 네팔, 중국에 이어 80일 동안 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와 아빠는 서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매일 달라지는 답을 농담처럼 나누며, 그는 청춘의 삶이든,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하는 삶이든 고민은 다르지 않고 정답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게 여행은 쉼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답을 찾는 과정이죠.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 질문을 하면 머리가 아닌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럽의 대도시와 시골의 한적한 마을을 다니며 그는 종종 길을 묻지 않고 헤매는 수고를 자처했다. 길을 잃었을 때 새로 만나는 길에서 느끼는 기쁨, 목적지보다 오히려 가는 도중 우연히 만나는 상황이 더 짙은 감동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길을 잃어보는 것’의 중요함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이었다.

여행 후 그의 일상은 꽤 바빠졌다. 지난 3월, 아빠와 함께 한 여행의 기록 《댄싱 위드 파파》 1권이 출간되었고, 곧 2권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 시작한 ‘퇴사학’ 강의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는 중이며,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얼떨결에 펴낸 e북 《퇴사학 보고서》도 출판을 앞두고 있다.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고,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이끄는 액션건축가로서 강의를 통해 함께 소통하는 기쁨이 보람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다운 삶’을 고민 중이다.

“여행 끝에 얻은 답은 ‘모른다’는 겁니다. 아직 세상 경험이 적으니 시야도 좁고, 선택지도 적을 수밖에 없죠. 제가 퇴사학교에서 늘 하는 말은 퇴사하지 말라는 거예요. 안주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배우라는 겁니다. 그래야 경험을 오롯이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더 많은 경험이 곧 더 넓은 선택의 기회를 만들죠.”

그는 앞으로도 마음이 원하는 일이라면 일단 시도하고 마음껏 경험해볼 생각이다.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면 힘들겠지만 의도하지 않은 순간과 조우하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여행에서 배웠고 또 굳게 믿기 때문이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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