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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부르는 정이 흐르는 골목

지하철 여행 -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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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고 드라마 〈다모〉의 장성백(김민준)은 말했다. 조선시대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길은 계속 생겨난다. 이번엔 ‘샤로수길’이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생겨난 이 길은 서울대학교 정문에 있는 로고의 모양이 ‘샤’를 닮았다 해서 ‘샤로수길’이라 불린다.

일러스트 : 마키토이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와 낙성대역 4번 출구 사이에 관악로 14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서 소규모 밥집과 펍, 레스토랑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포자를 증식시키는 것처럼 한 골목에 맛집 하나가 생기면 한 블록 아래에 또 하나의 맛집이 생기는 식으로 퍼져나갔다. 입소문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번졌다. 처음에는 인근 대학생들의 핫 플레이스였던 이곳이 이제는 가로수길 못지않은 연인들의 ‘성지’가 됐다. 가로수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 세계의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샤로수길의 묘미다.

샤로수길 들어가는 초입.
샤로수길은 낙성대역 인근 재래시장 안에 있다. 방콕음식점 바로 옆에는 배추와 무를 파는 채소 가게가, 일본 가정식을 파는 심야식당 옆에는 붉은 조명의 정육점이 있는 식이다. 시장을 끼고 양쪽 옆으로는 주택가가 죽 이어져 있어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는 매일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와, 저녁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이 함께 샤로수길을 걷는다.


뜨끈하고 뭉근한 밥정 공동체

샤로수길에서는 각국의 요리와 주류를 맛볼 수 있다.
지하철공사의 기록에 따르면 서울대입구역의 평일 승하차 인원은 6만 명 정도다. 유동 인구가 많아 역 바로 앞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즐비하다. 샤로수길에 들어서면 풍경이 달라진다. 이곳의 임대료는 출구 바로 앞의 절반 수준이다. 소규모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사실 관악로의 터줏대감은 자취생이다. 지역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자취집이 먼저 생기고, 그 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집이 생겼다. 밥집의 주인들은 이들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는다. 몇 년씩 이곳 밥을 먹고 공부한 이들은 졸업 후 취업이나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문턱을 넘을 때 다시 이 밥집을 찾는다. ‘연미랑’을 운영하는 주인 부부는 “손님이 아니라 자식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프랑스 와인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샤로수길의 묘미다.
손님이 아니라 자식 같은 이들과 ‘밥정’을 나누는 식당이 대부분이라 운영도 자유롭다. 하루에 필요한 만큼 재료를 준비해두고,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대신 재료가 남으면 늦은 밤에도 밥 한 끼 뚝딱 만들어 준다. 심야식당의 경우, 주인 역시 지방에서 올라온 터라 자취생의 마음을 더 잘 안다고 했다. 새벽에는 마치 영화 〈심야식당〉처럼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밥집은 이 외에도 많다. 샤로수길 초입에 자리 잡은 프랑스 홍합집은 주인장 안지호씨가 프랑스 유학 때 현지에서 즐겨 먹던 홍합 요리를 기억해 만든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2명이 2만원 안쪽으로 홍합 한 냄비를 먹을 수 있다.


고백하기 좋은 날, 고백길로

행운동 명소로 거듭난 고백길.
샤로수길의 건너편은 행운동이다. 빌딩 숲에 밀려 사라진 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오래되고 후미진 골목이 우범지대로 몰리자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봉천6동을 ‘행운동’으로 개명했다. 이후 지역 예술인의 재능 기부로 구석구석 벽화가 그려졌다. 행운동 주민센터 뒷골목부터 관악중학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직선거리로 700미터 정도 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길이라 해서 ‘고백길’이라고도 불린다. 애니메이션 주인공뿐 아니라 메신저의 이모티콘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관광객을 맞는다.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도 눈에 띈다. 캔버스로 바뀐 벽은 아이들이 뛰노는 풍경도 그림으로 만든다. 벽화가 그려지면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상도동 밤골마을, 문래동 예술촌, 성내동 강풀만화거리에 이어 ‘행운동 고백길’도 서울 골목 탐방의 명소가 되고 있다.


부모의 마음이 담긴 밥상 ‘연미랑’

‘연미랑’에서는 푸짐한 연어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연미랑’의 시작은 ‘흑미랑’이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좋은 재료를 엄선해 집에서 먹는 밥 같은 꽉 찬 식단을 선보였다. 학식에서 만나기 힘든 흑미밥을 매끼 선보여 학생들에게 ‘영양식당’으로 통했다. ‘연미랑’은 ‘흑미랑’의 후속편이다. 학생들에게 연어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자 연어로 특화된 식당을 연 것이다. 자취생이 두툼한 스테이크를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레몬 소스에 숙성시킨 연어를 양파,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 신선한 채소와 함께 원 플레이트에 담아 낸다. 시그니처인 흑미밥까지 곁들인 이 스테이크는 한 접시에 8000원이다. 이와 함께 인기 있는 메뉴는 목살스테이크다. 목살스테이크에는 땅콩 소스에 버무린 숙주와 파인애플, 여린 채소 등이 곁들여진다. “어떤 메뉴든 영양의 균형을 생각한다”는 연미랑의 주인 부부의 소신이 느껴지는 한 접시다.

위치 : 서울 관악구 관악로 12길 108
문의 : 02-875-9938
메뉴 : 연어스테이크 8000원, 목살스테이크 1만원



만화와 군것질을 한 번에, 만화카페 놀숲

만화책과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숲’.
서울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10분 정도를 걸으면 ‘놀숲’이 나타난다. 놀면서 책도 읽고, 주전부리도 먹을 수 있는 멀티 카페다. 메뉴는 라면부터 와플, 슬러시와 커피까지 다양하다. 먼저 들어가서 카드를 받은 뒤 사용 시간과 주문한 메뉴를 합쳐 나갈 때 함께 계산하면 된다. 놀숲은 사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유하고 있는 책은 3만 권가량 된다. 옛 만화방에서 읽던 문고 시리즈부터, 최근에 발행된 웹툰까지 다양하다. 누워서 볼 수 있는 공간, 앉아서 볼 수 있는 좌식 공간, 책상 공간이 분리돼 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라면이다. 카레라볶이, 스팸볶음밥, 치킨가라아게볶음밥 등 한 끼 식사도 가능하다.

위치 : 서울 관악구 관악로 155
문의 : 070-8771-6551
메뉴 : 1시간 기본 이용료 2400원, 2시간에 음료 주문 시 6500원, 3시간에 식사와 음료 이용 시 1만원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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