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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한류의 중심으로

[special feature] 한류 스타의 손 글씨로 한글 배우는 앱 ‘단비’ 개발한 김현선 두모어 대표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장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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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이자 서예가인 김현선씨는 올해 소셜벤처 두모어를 창업하고, 한류 스타의 손 글씨로 한글을 배우는 스마트폰용 교육 앱 단비(DANBI)를 개발했다. 10월 9일 한글날,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는 단비는 세계 77곳의 세종학당에서 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제공 : 두모어
한글 배우며 한류 스타와 SNS로 소통

“저…, 이 앱을 사용하면 아이가 혼자서도 한글을 배울 수 있나요?”

지난 7월 말, 미국 LA에서 열린 ‘KCON 2016 LA’(CJ E&M 주최)와 정부가 함께 마련한 기업·문화행사에 ‘단비’의 홍보차 참석한 김현선 대표에게 중년의 미국 여성이 다가왔다.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단비에 관심을 보이는 여성에게 김 대표는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조용히 경청하던 그가 “딸아이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며 갑자기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검은 눈, 검은 머리의 예쁜 동양인 소녀가 밝은 얼굴로 달려왔다. 그는 자신이 한국 아이를 입양한 엄마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딸에게 “여기에 네가 좋아하는 스타의 글씨가 있구나. 이걸 그대로 따라 쓰면 한글을 배울 수 있다는데, 한번 볼래?”라고 물었고, 잠시 스마트폰을 뒤적이던 딸은 “엄마, 이건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 여성은 딸이 한류 스타를 좋아해 함께 행사장을 찾았는데, 우연히 단비를 알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좋아하더군요. 아이가 모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엄마는 고민이 무척 컸다고 해요. 한국의 문화도 언어도 모르니까 좋은 교육 방법과 교재를 선택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던 거죠.”

그날 사이좋은 모녀와 대화를 나누며 김 대표는 마음속으로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크게 외쳤다. 단비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그가 바란 것은 ‘세계의 한류 팬들이 한글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고, LA의 모녀는 그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단비는 기초 한글 교육을 위한 앱이다. 자음과 모음 쓰기, 음절 학습, 1~3글자 쓰기 학습, 음성 및 영상 학습, 필수 대화 100 등의 단계를 갖추고 있으며, 모든 과정은 한류 스타의 손 글씨를 선택해 직접 손가락으로 따라 쓰며 배우도록 구성되어 있다.

“세계 어디든 공부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한글을 배우는 이유도 솔직히 좋아하는 스타와 더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이죠. 한류 스타의 손 글씨로 한글을 배우며 팬들은 공부가 아닌 소통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배움이 깊어질수록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될 거예요. 한글은 세계와 한국을 잇는 ‘다리’이고, 단비가 그 주춧돌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단비의 스타별 패키지 가격은 2.99달러(약 3300원)로 부담을 크게 낮췄다. 과정을 마치고 나면 ‘스타에게 편지 쓰기’ 기능을 통해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할 수도 있다. 현재 단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스타는 에프엑스 루나, 아스트로 차은우, 레드벨벳 아이린, 배우 한지민과 진구 등 5명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한류 스타들의 손 글씨가 빠르게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필체를 디지털 폰트로 제공한 스타들은 운영비를 제외한 단비 수익금의 100%를 자신의 이름으로 세계 77개 세종학당과 인도의 한글 교실에 기부하게 된다.

“모든 손 글씨는 쓴 사람의 정체성이 표현된 예술과 같아요. 특히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의 문자도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죠. 세계 한류 팬들이 단비를 통해 한글과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류 스타와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글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서화(書畵) 밖으로 나와 소셜벤처 창업

스마트폰용 한글 교육 앱 단비에는 에프엑스 루나, 레드벨벳 아이린 등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화가를 동경했지만 상황에 떠밀려 그림을 포기했고,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 2년 6개월 만에 사직서를 썼다.

한 번도 그림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먹이 좋아 한국화를 그리고 싶었고, 자주 들락거리던 화방 주인의 소개로 재야의 한국화가에게 가르침을 받게 됐다. 한국화를 그리며 한글의 매력에 푹 빠져 서예도 시작했다. 2년여 배움의 시간 동안 그는 한국 고불전 삼체상(2014), 세계서법 한글부문 및 경기 서화대전 한글부문 등에 입상(2014)하며 자신만의 서화(書畵)를 만들어 갔고, 2015년에는 개인전 〈님의 침묵〉을 열었다.

“2년 차 화가에게 개인전은 도전이었어요. 서화를 배우는 동안 주위에서 ‘일흔 살이 되면 하나의 획에도 인생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죠. 하지만 저는 현재의 제가 담고 있는 것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공유할 때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연 전시회를 지켜본 대선배들은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 참 좋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긴장 속에서 전시를 마친 후 그는 잠시 쉼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운명처럼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그를 찾아왔다.

“그림을 막 시작할 무렵 우연히 스페인의 홈리스 재단에서 노숙자의 손 글씨를 디지털 폰트로 개발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노숙자의 재활을 돕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봤어요. 정말 강렬한 충격을 받았어요. 예술이 아니더라도 ‘글씨’로 세상과 소통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그는 스페인에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서도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답변은 오지 않았고, 마침 국내 굴지의 폰트 회사들이 그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할 일’이라며 마음을 접었고, 오직 그림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2년 후 단순한 호기심에 다시 수소문을 해보니 누구도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 김 대표는 “하고 싶은 일에 스스로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전시회 후 세워두었던 재충전 계획을 모두 접었다. 대신 알음알음 교수들과 선배 서예가들을 찾아다니며 노숙자의 손 글씨 폰트 개발에 대한 조언을 청했다. 하지만 모두들 “한국에서 돈을 지불하고 노숙자의 글씨를 구입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글씨’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몇 달 후 간절한 그의 마음에 또 다른 기회가 답을 해왔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류기획단이 주최한 ‘융합 한류 아이디어 공모전’에 그는 ‘한류 스타의 손 글씨 폰트로 한글을 배우는 교육 애플리케이션’의 아이디어를 제출했고,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기대하지 않은 결과는 예상치 못한 세계로 그를 이끌었다. 창업을 꿈꾼 적도 없는 그는 4개월 만에 소셜벤처 두모어의 CEO가 되었다. 대상 수상 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국어교육 담당 부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한글 교육을 담당하는 세종학당까지 모두 높은 기대를 걸고 지원에 나섰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후 실력 있는 개발자와 협업해 단비를 개발하자마자 글로벌 한류 행사에 초청을 받는 일도 잦아졌다. 올해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2016 MAMA’의 기업·문화 행사에도 일찌감치 초대장을 받아놓은 상태다. 중화권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위한 미팅 제안도 들어왔다.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인데 주변의 기대가 큰 만큼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진다.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는 형편의 사람들 중에도 한류를 좋아하고,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의 단비는 도움을 줄 수 없거든요. 그래서 단비의 시스템을 적용한 다양한 교본을 개발할 생각이에요. 물론 앞으로도 모든 수익금은 기부할 계획이고요. 세계 곳곳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경영이 어려워지는 일은 없을 테니, 더 좋은 콘텐츠 개발에만 집중할 겁니다. 단비의 목표는 더 많은 수익이 아닌 더 많은 공유이니까요.”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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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봄가을   ( 2016-09-30 ) 찬성 : 20 반대 : 14
와.. 정말 멋져요. 게다가 사업 수익금을 전 세계 77곳의 세종학당과 인도의 한글교실에 기부하신다니 .. 진정한 한글세계화의 선구자시네요 ^-^ 응원합니다.
   처루   ( 2016-09-26 ) 찬성 : 9 반대 : 9
우와 대단하시네요. 좋은일도 많이 하시고 아이디어도 멋지십니다. 힘내시고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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