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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맛있게 먹는다고요?

식용곤충 전문식당 ‘빠삐용의 키친’

박주헌 셰프(왼쪽)와 최영우씨.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 있다고? 국내 최초의 곤충식당 ‘빠삐용의 키친’이 화제다. 일찌감치 예약하고 가서 곤충음식을 맛본 후 체험담을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어떤 맛일까?’ ‘곤충을 눈으로 보면서도 정말 먹을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긴다.

서울 신당동 ‘빠삐용의 키친’에 들어서니 커다란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시간대별로 한 팀밖에 예약을 받을 수 없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었다. 우선 곤충이 들어간 쿠키를 맛봤다. 견과류나 초콜릿 칩이 들어간 쿠키는 졸깃하고 촉촉한 게 맛있는 수제 쿠키와 다를 바 없었다. 그다음 라이스 크로켓, 시푸드토마토파스타 그리고 디저트로 초콜릿 시럽을 곁들인 마카롱과 녹차 피낭시에가 나왔다. 일반 레스토랑과 메뉴도 맛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디에 곤충이 들어갔다는 거지?’

궁금증은 뒤쪽에 있는 부엌에 들어간 후 풀렸다. 갈색저거리유충, 쌍별귀뚜라미 등 곤충과 곤충으로 만든 가루, 액상 등 이 식당의 주재료가 놓여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품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용곤충은 누에번데기, 벼메뚜기, 백강잠, 쌍별귀뚜라미, 갈색저거리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등 일곱 가지다. 말린 갈색저거리유충은 그냥 먹어도 맛있다면서 맛보라고 했다. 입에 넣으니 고소하고 바삭한 게 새우과자와 비슷했다. 지방 함량이 높은 덕에 고소한 맛이 나서 ‘고소애’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쿠키나 스파게티 면은 밀가루와 곤충 가루를 섞어서 만들고, 스파게티 소스에는 액상으로 만든 곤충이 들어간다고 했다. 마카롱에도 곤충 가루와 액상, 곁들여 나오는 초콜릿 시럽에까지 곤충 액상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미각이나 후각으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스파게티 면이 갈색인 게 조금 달라 보였을 뿐이다.

“음식에서 곤충을 찾아보겠다며 샅샅이 헤집어보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다 건포도 등 다른 재료를 보고는 곤충인 줄 알고 깜짝 놀라시죠. ‘징그러운 곤충도 먹어봤다’는 이색 체험을 하는 곳이 아니라 ‘곤충을 먹어봤더니 맛있고 별로 거부감이 안 들더라’라는 경험이 쌓이게 해 곤충음식을 널리 보급하는 게 우리 식당의 목표입니다.”


육류보다 단백질 함량 2~3배 많아


‘빠삐용의 키친’의 셰프 박주헌씨는 “하지만 곤충이 들어간 줄 모르게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얏트호텔 이탤리언 식당에서 일하다 지난해 이곳으로 옮긴 그는 “늘 하던 요리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눈물을 쏟을 뻔했다”고 말한다. 곤충 가루를 섞어 면을 만들려고 하니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데다 원하는 식감을 살리기도 어려웠고,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곤충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게 관건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이런 노력을 할까? 곤충이 영양이나 경제성, 환경 측면에서 이상적인 미래 식품이기 때문이다. 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50~80%로 육류 단백질의 2~3배에 달할 뿐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다른 이탤리언 식당에서처럼 맛있게 먹었던 스파게티 한 접시의 단백질 양이 일반 스파게티의 2~3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만큼 포만감도 높아 영양 섭취와 다이어트에 모두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식용곤충은 육류에 비해 사료 비용이 훨씬 덜 들고, 물 사용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현저하게 적어 경제성이 높으면서 지구환경에도 좋은 인류의 미래지향적인 단백질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생산율이 인구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해 식량부족 문제가 곧 닥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식용곤충을 새로운 단백질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식용곤충 사업을 미래의 중요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맨 먼저 식용곤충의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은 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대표다. 경주대 외식조리학과 교수였던 그는 2012년 영국에서 열린 FAO 총회에서 미래 식량으로 곤충을 꼽는 것을 보고 식용곤충 연구를 시작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구소를 차린 후 식용곤충을 연구해온 그는 2014년 《빠삐용이 몰랐던 식용곤충식》을 펴내면서 파스타, 피자, 쿠키, 자장면, 탕수육, 떡볶이, 인절미, 수제비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에 식용곤충을 넣어 요리하는 방법을 알렸다. 처음에는 곤충의 형태가 보이도록 요리했지만, 사람들의 거부감 때문에 보편적인 음식이 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분말과 액상으로 만들어 음식에 첨가하는 방법을 연구해 계속 메뉴 개발을 하고 있다. ‘빠삐용의 키친’은 연구소가 만들어낸 메뉴를 일반인이 직접 맛보게 하는 파일럿 식당이다. 박주헌씨는 ‘빠삐용의 키친’의 셰프이자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식품연구개발팀 연구원으로 메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호텔에서 일했지만, 갈수록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스물일곱 살에는 다른 삶을 살아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스물일곱 살이던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네요. 김용욱 대표님은 대학 은사세요. 식용곤충 일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미래지향적인 데다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부분이 많아 이 일을 시작한 후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음식뿐 아니라 경영, 홍보 등에도 두루 참여하면서 배우는 게 많죠. 요즘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용곤충의 필요성을 알리는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미래 식량과 환경문제 해결 기대

라이스 크로켓과 시푸드토마토파스타, 마카롱과 피낭시에 등 빠삐용의 키친에서 먹을 수 있는 곤충음식들.
빠삐용의 키친은 현재 점심과 저녁 시간에 라이스크로켓과 콘수프, 시푸드토마토파스타와 풍기크림파스타, 앤초비오일파스타 등 식사메뉴를 내며,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애프터눈티 세트를 낸다. 애프터눈티 세트는 곤충이 들어간 샌드위치, 스콘, 머핀, 피낭시에, 베이비슈, 마카롱 등을 밀크티와 함께 맛볼 수 있다. 그는 “이제까지는 한 테이블밖에 없어 예약이 필수였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테이블의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메뉴도 늘려나갈 생각이고요”라고 말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곤충음식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이곳에서 만난 최영우씨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의 전문조리과정을 공부하면서 박주헌 셰프 밑에서 도제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식용곤충에 관한 방송을 보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건국대 생명자원식품공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입학 직전부터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기아지역에 식용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음식을 공급하고, 그곳에 기술 이전을 해서 궁극적으로 자급자족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식용곤충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학마다 식용곤충 관련 동아리가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 진학으로 서울에 올라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말린 갈색저거리유충을 일부러 챙겨 먹고 있다. “다른 육류에 비해 부담 없는 비용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단백질원으로 좋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몸 상태가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곤충이 들어간 음식을 시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식용곤충연구소가 대상그룹 계열사인 정풍과 손잡고 갈색저거리유충이 들어간 ‘고소애 수프’를 개발, 곧 시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어린이나 노인, 환자 등의 영양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류의 식량과 환경문제를 해결해줄 곤충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들 덕분에 곤충이 우리 식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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