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혁 푸드 트럭 팩토리 대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이동식 길거리 맛집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김선아 

길거리 음식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떡볶이, 순대 등의 분식이다. 최근 다양화・고급화된 길거리 음식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명동, 가로수길 등 관광객이 많은 몇몇 지역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한 가지 메뉴’를 ‘주황색이나 초록색 포장마차’의 형태로 ‘고정된 장소’에서 판매한다는 길거리 음식의 공식에 의문을 던진 사람이 ‘푸드 트럭 팩토리’의 하혁 대표다. 그는 한 대의 트럭에서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해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하루 평균 매출 각 300만원을 기록하는 80대의 푸드 트럭을 관리하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두 차례의 집안 파산과 다양한 사업 시도, 그리고 푸드 트럭의 합법화를 거치며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하혁 대표의 산전수전 이야기를 들었다.
푸드 트럭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소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트럭이다. ‘푸드 트럭 팩토리’는 푸드 트럭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회사다. 현재 직영 트럭 5대, 가맹 트럭 75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혁 대표는 2014년 7월에 ‘푸드 트럭 팩토리’를 설립했지만 그 전에 많은 준비 과정을 거쳐야 했다.

2014년 3월 이전에는 푸드 트럭이 불법이어서 영업을 하려면 우선 공적인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장사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려고 서울에 있는 공원은 모두 다 알아봤어요. 영업허가를 받으려고 전화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직접 기관에 찾아가서 기획안을 발표할 기회라도 달라고 사정했죠. 그 과정을 100번 넘게 반복하면서 처음에 뚝섬유원지에서 허가를 받고, 점점 영업 장소를 늘려가다가 결국 푸드 트럭을 합법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이런 힘든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푸드 트럭이 성공할 것이라는 하혁 대표의 확신 덕분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푸드 트럭이 아직 국내에서는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다.

“아직도 길가에서는 푸드 트럭 영업이 불법이에요. 공원이나 유원지 같은 공적인 공간이나 체육관,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에서만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곳에 먹거리가 별로 없는 거예요. 스키장에 갔더니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저 멀리 있고, 공연장에 갔더니 입구에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 외에는 음료수를 파는 부스뿐이었어요.”

그는 ‘푸드 트럭 팩토리’를 창업하기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했다. 영어 강사로 시작해 직접 학원을 차려보기도 하고, 해외에서 자동차 부품을 들여오는 무역 업체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집안이 파산했어요. 낮밤 가리지 않고 일하다보니 빚은 금방 갚았어요.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니 매일 출근하기도, 일하기도 싫은 저 자신이 보였어요.”

하 대표는 그제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자동차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미국 유타 주립 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유도 자동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요리였다. 미국에서 함께 살던 외국인 룸메이트와 서로 음식을 해 주면서 남에게 요리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하 대표는 한식을, 룸메이트는 미국 음식을 해서 자주 나눠 먹었다. 군대 생활을 할 때도 취사병에 지원했다. 자동차와 요리를 모두 담은 사업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하다보니 미국에서 자주 본 푸드 트럭이 생각났다.


단돈 500만원으로 사업 시작

푸드 트럭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가 아무리 자동차를 열심히 만들어도 이미 자동차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오랜 역사의 대기업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꿈을 포기했어요. 그런데 푸드 트럭은 국내에서 선점한 기업이 없더라고요. 그 길로 다른 일은 모두 접고 푸드 트럭에 집중하게 됐어요.”

빚을 갚고 나니 그에게 남은 돈은 500만원이었다. 그 돈으로 트럭 한 대를 사서 개조했다. 트럭 안의 인테리어나 트럭 외관의 디자인 모두 혼자 했다. 자본금도 부족한 마당에 마케팅 방법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의 푸드 트럭이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맛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푸드 트럭 음식은 깨끗하고 맛있다고 자부해요. 제가 처음에 트럭에서 판매한 음식이 그리스식 샌드위치인 ‘기로스’인데, 유럽인들도 굉장히 맛있다고 칭찬할 만큼 공을 들였죠. 저는 개인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푸드 트럭의 위치만 홍보했는데, 오히려 손님들이 SNS에 업로드를 많이 해줘서 입소문을 탔어요.” 입소문의 효과는 대단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2014년 10월 TV 방송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트럭에서 정준하가 토르티야를 만드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높아지고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도 그의 트럭이 등장했다. 고객 연령층의 폭이 넓어지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다.

하 대표는 요리를 전문으로 배운 셰프가 아니다. ‘푸드 트럭 팩토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맛’이 될 수 있었던 건 철저하게 대중의 입맛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혼자 푸드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기로스를 판매했는데, 손님들이 시큼한 소스 맛을 안 좋아했어요. 기로스에 들어가는 차지키(요구르트에 레몬즙과 허브를 섞은 그리스식 소스)가 한국인의 입맛에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소스 맛을 바꾸려고 거리에 나가 설문조사를 했어요. 공짜로 100개가 넘는 기로스를 나눠주고 맛, 포장지, 음식 모양 등 여러 항목을 간단하게 평가해달라고 부탁했죠. 설문 조사를 몇 차례 해보니 대중이 원하는 맛이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지금은 필리 스테이크(고기와 치즈를 빵 사이에 넣은 미국 음식)나 스웨덴식 핫도그 같은 식사 종류에서부터 추러스, 와플, 커피 등 디저트류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신메뉴를 출시할 때마다 설문조사 과정을 꼭 거쳤어요. 많은 사람에게 ‘맛있다’는 평가를 얻으려면 그들의 입맛을 먼저 파악해야 하지 않겠어요?”


소자본 창업 준비 강좌도 개설


창업한 지 1년이 지난 2015년 10월부터 하 대표는 대학교와 연계해서 푸드 트럭 강좌를 개설하고 자체적으로 푸드 트럭 아카데미도 설립했다. 과거의 그의 모습과 비슷한 소자본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 창업 자금이 못해도 1억원 정도가 든다고 해요. 푸드 트럭은 최소 2000만원 정도면 시작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노하우를 예비 창업자들에게 전달해준다면 돈이나 시간을 절약하는 거잖아요. 제가 학원에서 강사나 CEO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강의 커리큘럼 짜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아카데미 지원자가 모집 인원보다 적은 적이 아직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강의를 할 생각입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인터뷰 중 처음으로 대답 전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중히 그리고 과감히 행동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언뜻 들으면 모순된 표현 같지만, ‘신중’과 ‘과감’은 선후 관계에 있어요. 창업 전에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는 비용, 실효성, 성공 잠재력 등을 신중하게 평가하되, 일단 창업을 한 다음에는 과감히 도전하라는 의미죠.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확신이 있으면 실패는 두 걸음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 후퇴에 불과해요. 용기를 가지세요! 단, 창업 전에 최선을 다했을 때 말이에요.”
  •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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