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소셜 벤처 경연 대회’ 대상 수상 동국대 창업 동아리 ‘스텝인‘

우리 손으로 만드는 식사의 자립

글 : 이채희 인턴기자(연세대 3학년)  / 사진 : 김선아 

충무로역 3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충무로영상센터 신관. 청년 다섯 명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느 또래들처럼 깔깔대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주위 사람들마저 기분 좋게 만든다. 이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바로 수평 유지 숟가락 ‘스테푼’이라는 아이템으로 지난해 10월 소셜 벤처 경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스텝인’이다.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도 사업 얘기만 나오면 사뭇 진지해진다. 그들이 마음 좋은 대학생에서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소셜 벤처의 팀원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스텝인의 멤버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동현, 변재준, 김상철, 김태준, 이정훈.
수평 유지 숟가락 ‘스테푼’ 개발

스테푼은 안정성(steady)과 숟가락(spoon)의 합성어로서 수평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숟가락이다. 숟가락에 달린 모터는 사용자가 어떤 자세로 숟가락을 들건 지면과 수평을 유지해준다. 그래서 스테푼을 사용하면 음식물을 흘릴 염려가 없다. 이 숟가락은 동국대 창업 동아리로 출발해 소셜 벤처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스텝인’의 작품이다.

지난해 4월, 동국대학교 토목공학과에서 함께 공부하던 김태준, 고동현, 김상철은 아이템을 구상하고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착수했다. 공대생 세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기 때문에 마케팅 분야의 지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광고홍보학과에 다니던 변재준이 팀에 합류했다. 전자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전자전기과의 이정훈까지 들어오면서 다섯 명의 멤버가 모두 모이게 되었다.

스텝인이 개발 중인 수평 유지 숟가락 스테푼.
“주변을 둘러보면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혼자서 식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도 수술 후유증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하셨어요. 그런데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식사 보조 기구들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단순히 무게를 많이 나가게 해서 손 떨림을 잡거나 숟가락의 끝을 휘게 해서 먹기 편하게 만드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종류가 제한적이고 가격이 30만 원 선에 이를 정도로 비쌌어요.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품을 우리가 직접 만들고 싶어서 스텝인이라는 팀을 만들었습니다.”(김태준)

현재 스테푼은 양산 단계까지 개발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1차 시제품이 완성된 상태다. 아직까지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장애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그들의 다양한 요구 조건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몸이 불편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숟가락을 쥐는 법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스텝인은 손에 숟가락을 고정할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거나 다른 식사 도구를 사지 않아도 되도록 탈부착 형식의 제품을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식사가 불편한 분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하는 단계라서 분명하게 결정된 방향은 없습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최대한 편하게 해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김태준)


손 떨림 심한 환자도 혼자 식사할 수 있도록

창업 국제 대회인 글로벌 챌린지에 참가했던 스텝인.
아직 결성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기업답지 않게 스텝인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경남지식센터 ‘국내 권리화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아이디어 발굴 및 창조 제품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소셜 벤처 경연 대회’에서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회적 기업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대회에서 이루어낸 값진 성과였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예선을 거쳐 참가하게 된 글로벌 챌린지(Global Challenge)라는 창업 국제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상을 받으려고 소셜 벤처 경연 대회에 나간 게 아니었어요. 워낙 큰 대회고 여기에서 상을 받았던 팀들은 모두 매출, 사회적 임무 수행 등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업적을 남기고 있어요. 그냥 공신력 있는 대회에서 우리 제품을 한번 검증받아 보자는 생각에서 참가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웃음). 지난 10월에 실리콘 밸리에서 열렸던 글로벌 챌린지에서 상을 받은 일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대회에 참가해서 상을 더 받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소셜 벤처로서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에 보다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김태준)

스텝인은 2015년 소셜 벤처 경연 대회에서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스텝인이 결성될 당시 다섯 명의 멤버는 모두 대학생이었다. 멤버 모두가 동국대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무상으로 사무 공간을 지원받는 혜택도 누렸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창업할 때 여전히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사업을 더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을 팀원 모두가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대학생이라서 아직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 제품을 시연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할 때,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인데 이 정도면 잘했지. 더 발전하기는 아마 어렵지 않을까’ 하는 뉘앙스의 말을 많이 해요. 이런 생각은 분명히 선입견이에요. 우리는 충분히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계속 만들어나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학생 동아리라는 정체성을 지울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팀원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해요.”(김태준)

요즘 많은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취업을 준비하는 또래의 학생들과 달리 스텝인 팀원들은 창업이라는 도전적인 선택을 내렸다.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가족 같은 멤버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주변을 보면 정말 대단한 대학생들이 많잖아요. 학점, 스펙 관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런데 제 눈에는 저희 팀원들이 제일 대단해 보여요. 일반적인 경로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그 추진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런 멤버들을 보면서 저도 이 일에 인생을 걸겠다는 각오를 다져요.”(이정훈)


“아직은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 제가 투자한 시간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일에 몰입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절로 사라져요. 팀의 맏형 두 명(김태준, 고동현)이 중심을 잘 잡아주는 모습에 신뢰감도 계속 커집니다. 만난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모두 가족 같아요.”(변재준)

“스타트업을 할 때 흔히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요. 아이디어보다는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하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저는 우리 멤버들과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라고 생각해요.”(김태준)

스텝인은 올해 안으로 스테푼의 완성품을 출시하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스테푼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제품을 개발해야 되지 않겠냐는 내부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해서 완전한 식사의 자립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혼자 밥을 못 먹는다는 사실을 창피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런 분들이 스스로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저희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김태준)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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