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강의하는 스쿨오브무브먼트 최하란 대표

건강과 안전, 두 마리 토끼 잡는 ‘크라브마가’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 등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비율 87%(2015년 8월 경찰청 집계).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큰 만큼 여성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크라브마가(Krav Maga)는 자기방어 시스템, 즉 호신술이다. 크라브마가 지도자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School of Movement) 대표는 “(크라브마가는) 복합적인 몸의 움직임을 통해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운동이며, 동시에 위급한 상황에서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훈련이고,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의 종합"이라고 설명한다.
잘나가는 입시강사였던 최하란 대표. 그가 스물일곱이 되던 해,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거북목 증상으로 시작된 통증이 어깨와 등, 가슴으로 이어졌고, 일상은 빠르게 고통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다급한 마음에 시작한 요가는 그의 삶을 바꿨다. 몸이 조금 나아지자 마음도 평온해졌다. 건강이 주는 행복은 놀라웠다. 평생의 업(業)으로 삼을 만큼 매력적인 ‘운동’을 위해 미련 없이 더 좋은 연봉을 보장하는 직업도 버렸다.

요가강사로 활동하며 그는 ‘몸의 움직임’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시작했다. 한정된 움직임의 반복으로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현대인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몸의 움직임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헝가리・미국・스웨덴을 오가며 케틀벨(kettlebell) 지도자 과정을 밟았고, 2010년에는 스쿨오브무브먼트를 열어 한국 최초로 케틀벨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는 요가와 케틀벨로 정신과 몸을 회복한 이후의 단계, 발로 차고(kick), 팔을 뻗고(punch), 회전하는(turn) 등 복합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크라브마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크라브마가의 본고장 이스라엘로 향했다. 그곳에서 크라브마가를 전수받고, 2014년 크라브마가의 교과서로 불리는 《크라브마가: 무장한 공격자에 맞서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번역·출판했다.

“무조건 배우기 쉽고,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고, 특히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 세 가지 조건에 딱 맞는 운동이 ‘크라브마가’입니다.”


본능적 몸의 움직임과 방어기술의 만남

목을 잡혔을 때
공격자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양팔을 기지개를 펴듯 뒤로 힘껏 당긴 후 공격자의 급소를 걷어찬다. 이때 공격자의 손목을 아래 방향으로 힘주어 당기면 절대로 팔이 풀리지 않는다.
호신술 하면 대부분 격투기에 등장하는 현란한 동작을 떠올리지만 몸을 보호하는 기술, 즉 자기방어 능력이란 격투의 기술과 관점이 전혀 다르다. 복싱・유도 등 격투기가 겨루기를 통해 승자를 가리는 것과 달리 자기방어는 ‘위험을 인지하고 회피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공격자를 인지하고 민첩하게 몸을 돌려 도망가거나, 강도를 만났을 때 지갑을 주고 위험에서 벗어나는 빠른 판단 역시 자기방어 능력인 것이다.

크라브마가 역시 맞서 싸우거나 상대를 제압하는 격투의 기술이 아니다. 최 대표는 “크라브마가의 첫걸음은 몸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대가 팔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가격하려고 할 때 손을 들어 막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다. 하지만 실제 위급한 상황에서 이같이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래 몸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반응도 필요할 때 제대로 사용하려면 그만큼 훈련이 필요하다.

손목이 잡혔을 때
힘을 주느라 주먹을 쥐면 손이 빠지지 않는다. 무조건 손을 펴고, 자신의 몸 쪽으로 평행을 이루는 방향으로 힘껏 잡아챈다.
“먼저 두 명이 짝을 지어 한 사람은 상대의 머리, 다리 등을 가볍게 치고, 또 한 사람은 피하는 연습을 합니다. 본능적으로 팔을 올리고, 몸을 뒤로 길게 빼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게 되죠.”

머리로 몸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나면 몸을 잘 사용하는 방법, 바로 크라브마가의 기술을 익히게 된다. 방어를 위해 팔을 올리는 몸의 단순한 반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최대한 팔을 내어 공간을 확보하는 동작을 배우는 방식이다. 팔을 몸에 바짝 붙이고 서 있으면 계속 맞게 되지만, 공간을 확보하면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도망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기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몸의 반응은 크라브마가를 통해 교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머리를 잡혔을 때 여성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손목을 잡아 떼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힘으로는 공격자의 손을 절대로 풀 수 없다. 크라브마가는 손목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움켜쥔 공격자의 손을 머리 쪽으로 있는 힘껏 누르라고 가르친다. 이때 공격자의 주먹 쥔 손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데, 머리가 빠지지 않도록 두 손으로 상대의 손을 누른 채 몸을 뒤로 뺀다. 공격자가 무게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면 재빨리 손을 풀고 도주해야 한다.

뒤에서 입막음을 당했을 때
공격자의 손과 자신의 얼굴 사이로 손을 넣어 작은 틈을 만든 후 공격자의 몸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머리가 빠진다. 그리고 공격자의 급소를 세게 걷어찬다.
크라브마가는 간단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술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달리기와 킥, 펀치 등 기초체력 운동과 부분 동작 및 실전 연습 등을 통해 몸의 구석구석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량이 무척 큰 편이다.

“크라브마가는 순간적으로 빠르고 강한 힘을 내는 동작이 많아서 기초적인 근력과 민첩성을 키울 수 있어요. 특히 회전동작이 많아 허리라인이 예쁘게 잡히는 효과도 있죠. 마무리 동작은 항상 피하고 달리는 훈련을 하기 때문에 심폐지구력도 크게 향상됩니다.”

실제로 1시간 정도 크라브마가를 배우고 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운동량은 각자의 시간과 체력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1주일에 1회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몸이 익숙해지고, 체력의 변화도 체감할 수 있다.


공포와 긴장 이겨내는 정신훈련이 강점

머리를 잡혔을 때
공격자의 손을 강하게 자신의 머리 쪽으로 붙인 후 빠르게 뒷걸음을 치면 상대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이때 재빨리 도망간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누구나 순간 얼어붙어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죠. 때문에 돌발적인 상황에서 침착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크라브마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얼어붙음(freeze)’ 현상은 범죄 상황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불이 났을 때, 아이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자기방어 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크라브마가에는 ‘요약(summary)’이라는 과정이 있다. 고의적으로 연출한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다. 전력질주 후 심장이 뛰고, 호흡이 거칠어진 상태에서 눈을 감고 서 있을 때 갑자기 공격을 시도하는데, 대부분 바로 5분 전에 연습한 기술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훈련을 반복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뺨을 때리려 할 때
손으로 공격자의 손을 막으면서 동시에 손바닥으로 상대의 턱을 친다. 이때 힘이 약한 여성이 주먹으로 칠 경우 오히려 빗맞을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한 상황을 미리 피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좋다”는 최 대표는 크라브마가 훈련 중 ‘스캐닝(scanning)’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캐닝이란 ‘보고 판단하는 훈련’으로서, 낯선 건물에 들어서면 눈으로 비상구 위치와 손잡이 종류를 확인하고, 거리에서 주변 사람과 지형을 눈에 담는 습관 등을 기르는 것이다. 낯선 사람의 움직임에서 위험 여부를 미리 인지하고 도주로부터 확인하는 판단력, 화재 시 빠르게 탈출로를 찾아내는 민첩함 등은 바로 이와 같은 훈련을 통해 갖출 수 있다.

“‘폭력을 싫어하고 반대하는 것’과 ‘폭력적 상황의 전개 과정을 미리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완화 또는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예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면 무엇보다 일상에서 당당한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말고 자신을 위해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하세요.”

※ 크라브마가(Krav Maga) : 이스라엘 군에서 개발한 자기방어 시스템(Self-defence system).
  •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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