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셰프

나만의 요리 선보이는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1000여 가지에 달하는 창의적인 레시피를 개발해 ‘크레이지 셰프’라고 불리는 최현석 셰프, 요리한 지 올해로 20년이 된 그에게 최근 ‘허 셰프’란 별명이 붙었다, 올리브TV 〈올리브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마치 장풍을 쏘듯 공중에서 양념을 뿌리고, 무협영화에나 나올 법한 제스처로 앞치마를 두른다. 위생장갑을 낄 때도 거창한 액션을 취하는 등 허세 가득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한 게 아니라 유쾌하다.
화려한 쇼맨십만큼이나 그의 요리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1995년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라쿠치나’에서 요리를 시작해 12년간 내공을 쌓고, 2007년 청담동 유명 레스토랑에서 1000여 가지 창작요리를 선보였다. 2011년 푸드TV 〈셰프 최현석의 크레이지 타임〉에서는 그의 창작 레시피 요리가 빛을 발하며 스타셰프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가로수길, 이태원, 일산 세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과 홍대역・강남역에 위치한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쿠킹메이트’의 총괄셰프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그는 훤칠한 키, 수려한 외모가 방송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한 번씩 허세 섞인 위트 넘치는 입담으로 ‘허 셰프’의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900초의 마법

그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란 프로그램에서 매주 한정된 재료로 15분 동안 의뢰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숨 막히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그 긴박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양손을 불끈 쥐게 한다.

“시간이 한정돼 있어 덜 익은 굴비를 낸 적도 있어요(웃음). 그동안 제가 개발한 1000여 가지 요리를 응용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선별해 만듭니다. 지난 주에 가자미 요리를 했는데 꽁꽁 언 가자미를 녹일 시간이 없어 회를 떴어요. 하이퀄리티의 요리를 하는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이죠(웃음).”

그는 종종 의뢰인에게 요리의 첫 맛, 중간 맛, 끝 맛의 차이를 느껴보라고 말을 건넨다. 요리할 때 세 가지 맛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인지 그에게 물었다.

“얼마 전 병어에 랍스타 향이 나는 소스를 얹고 유자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요리를 만들었어요. 요리의 맛은 체온과 가장 비슷한 재료의 맛을 첫 맛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첫 맛은 병어와 랍스타 소스 향이 느껴지고, 유자아이스크림이 녹아 체온과 온도가 비슷해졌을 때 중간 맛을 느끼죠. 마지막엔 이 세 가지가 섞인 맛을 느낄 수 있고요.”

그는 다양한 요리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처치 곤란한 요리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변신시키는가 하면, 맛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곁들이는 것. 마치 요리에 마술을 거는 것 같았다. 인터뷰할 때 보여준 요리 역시 그랬다. 브라타치즈란 애피타이저 요리였는데 크림치즈 위에 꽃을 올려 그만의 재치를 담아낸 ‘페이크 요리’였다.

“이건 향이 없는 꽃이에요. 크림치즈에 유자와 레몬 향이 나는 바질을 넣었어요. 마치 꽃에서 향이 나는 것처럼요.”

어릴 때부터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게 싫었다는 그는 모형 비행기도 설계를 달리해 날개를 동그랗게 만드는 등 무엇이든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차별화된 것을 좋아하던 그의 성향이 창의적인 요리를 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도록 승부욕에 불을 지핀 것은 고객이었다.

“지금은 형제 같은 분인데 10년 전 제 요리가 좋다며 매일 오셨어요.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해드리다 보니 메뉴 개발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었죠(웃음). 알고 보니 파워블로거였는데, 그분이 요리를 드시고 블로그에 포스팅해주시면서 제 요리가 알려졌어요.”


‘허 셰프’ vs. ‘크레이지 셰프’


무술동작을 연상케 하는 머리 위에서 소금 뿌리기, 앞치마 털기 등 그에게 ‘허 셰프’란 별명을 붙여준 허세 동작들은 그가 10여 년 전 후배들을 편안하고 재밌게 해주려 장난치던 동작들이었다.

“당시 재미있게 일하자고 했던 것들인데 굉장히 즐거워했었던 게 생각나 자연스레 방송에서 하게 됐어요. 그러나 영업시간이 시작되면 무서운 셰프로 돌변합니다. 주방에서 잘못되면 식중독 등 사고로 이어지니까요.”

요즘에는 캐나다・호주・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그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물었다.

“그저 감사하죠. 저를 보기 위해 오신다기보다 제 요리를 맛보러 오신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철 음식을 메인으로 소스의 형태를 바꿔가며 요리한다. 또 그는 ‘대세 셰프’라는 수식어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대세라는 과분한 칭찬을 받고 있지만 그 이미지는 분명 언젠가는 지나갈 거예요. 제 인생의 비전이 요리와 셰프이기 때문에 크레이지 셰프, 요리에 미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접시에 ‘내 얼굴’을 담는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주방장이었던 아버지, 한식당 요리사 출신 어머니, 이탤리언 레스토랑 오너셰프인 형까지, 요리사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재료 하나로 다양한 음식을 해주셨어요. 자연스레 후각과 미각이 발달할 수 있었어요.”

그의 요리 철학은 “접시에 내 얼굴을 담는다”는 말에서 드러난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식을 드시는 분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에요. 사람 몸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맛있기만 해서는 안 돼요. 배려와 깊이가 필요합니다. 그다음이 식재료의 궁합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요리일지라도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막힌 식재료의 조합으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많은 사람이 그에게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고졸 학력에 순수 국내파 셰프로 큰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학파와 고졸 학력의 차이가 성공의 잣대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현실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한데 전 독학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더 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었고요. 요리가 일상이었고, 그렇게 요리를 하며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왔어요.”

레스토랑에서 매일 신선한 재료로 건강하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의외로 인스턴트 라면이었다. 마트에 가면 충동구매 욕구를 느낄 정도로 라면을 좋아한다. 새로운 라면이 나오면 반드시 사야 한다. 컵라면은 종류별로 수집해놨을 정도다. 문득 그의 취미가 궁금했다. 그는 피규어를 모으는 것이라며 얼마 전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알람까지 맞춰놓고 구매한 스타징가 시리즈 로봇을 보여주겠다며 휴대폰 속에서 사진을 찾았다.

“30년 된 로봇이에요. 총 6개를 구매했는데 아내가 똑같은 거 샀다고 뭐라 했지만 자세히 보세요. 눈매가 조금씩 다 달라요. 로봇 방 찬장에 진열한 피규어 외에 진정한 레어템은 옷장 안에 뒀어요. 스타징가가 타고 다니는 비행기의 다양한 버전들이죠(웃음).”

그는 로봇 수집만큼 인생을 재미있게 해주는 건 없는 것 같다며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운동 마니아로도 알려진 그는 어릴 적 무술을 좋아해 중국 전통 무술인 우슈를 20년 넘게 했다. 야구는 17년째 하고 있으며, 사회인 야구단과 연예인 야구단에서 투수를 맡고 있다. 작년엔 킥복싱 아마추어 대회를 준비하다 고관절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최근엔 크로스핏에 빠져 있다는 그의 꿈 중 하나는 최고의 몸을 만들어 화보를 찍고, 파이터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꿈은 요리사로서 전 세계 미식 도시에 ‘최현석’이라는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내는 것이지만 말이다.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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