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걸음걸이 교정해주는 기업 ‘직토’의 공동설립자
김경태・서한석・김성현

날씬한 몸매를 위한 첫걸음은 ‘바르게 걷기’

글 : 오주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졸)  / 사진 : 김선아 

걷기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인간이 하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운동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걸음을 걸을 때 제대로 걷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걸음을 올바르게 걷게 해주는 패셔너블한 디바이스가 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인 ‘직토’가 개발한 ‘아키’다. 직토는 지난해 말 미국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16만4000달러(약 1억8000만원)라는 투자금액을 유치했다. 킥스타터는 개인이나 기업이 상품 아이디어, 모금 목표액, 개발 완료 예정 시점 등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킥스타터 회원이 후원자로 나서는 시스템이다.

사진제공 : 직토
(왼쪽부터) 서한석·김성현·김경태.
봄, 간편한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걷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8000~1만 보를 걷는다. 올바르게 걸으면 심폐 기능이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증을 감소시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요즘 현대인은 스마트폰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을 보며 걷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걷는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 직토가 개발한 아키는 사용자의 잘못된 걸음걸이를 알려준다. ‘사운드 워킹(sound walking)’ 기능을 통해 간단하게 진동을 줘서 알려주면 사용자가 스스로 올바른 걸음걸이로 교정할 수 있다. 올바른 걸음걸이는 몸의 균형도 맞춰준다. 손목의 스윙 속도와 각도를 측정해서 걸음걸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걷는 습관을 파악해 바로 피드백을 주는 원리다. 이런 주요 기능과 더불어 만보기, 칼로리 측정과 같은 액티비티 트래커(activity tracker, 일일 활동량을 측정하고 기록) 기능과 알람, 휴대폰 메시지 같은 기본적인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손목 움직임 통해 걷기 자세 측정


아키를 만든 직토는 ‘직언하다’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곧을 ‘직(直)’, 칠 ‘토(討)’를 합쳐 만들었다.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직토에서 개발한 아키는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왕관 부피를 잴 때 흐르는 물의 양을 보고 유추한 것처럼, 사람 체형이나 걸음걸이를 손목의 움직임을 통해서 측정한다는 뜻이다.

직토는 엔지니어 5명, 디자이너 1명, 마케팅 오퍼레이션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갓 1년 된 젊은 회사지만 직원들은 경력이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직토의 설립자인 세 사람 역시 LG전자 선임연구개발원(김경태・CEO), 신한금융투자(서한석・CFO), SK텔레콤 헬스케어사업부(김성현・CTO) 등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직장생활 5년 차에 회사를 나왔다.

“회사에 다닐 때 10년 후 제 모습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고, 20년 후가 앞자리에 앉은 사람일 텐데 그들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지만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정말 행복한 것을 하고 싶었죠.”(김경태)

“회사에 다닐 때는 다른 짓을 하는 게 더 재밌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직토를 만들고 나서는 단 10분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회사 다닐 때와는 만족감이 비교할 수 없습니다. 월급도 비교가 안 되죠. 직토를 시작하고 9개월 동안 매달 거의 50만원 받으면서 회사를 만들었으니까요(웃음).”(서한석)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 2014년이 가장 돈이 없었지만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술도 안 마셔요(웃음). 직토를 시작하고 나서 맥주 한 잔 이상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술에 취한 다음 날 일에 지장을 받는 게 싫어서요.”(김성현)


바르게 걸으면 질병도 예방


2014년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 중 기술 기반 창업 비중은 23.3%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나 걸음걸이 교정 밴드인 아키를 만든 직토는 새로운 도전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킥스타터에서 거액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 그동안 20만 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킥스타터에 올라왔지만 이렇게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하고 싶었거든요. 세계시장을 목표로 두는 게 아키를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되니까요.”(김경태)

직토가 킥스타터에 입성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따랐다. 미국 내에서 저명한 테크 신문사에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무작정 미국으로 찾아갔다 문전박대를 당한 일도 비일비재했다. 딱 5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그러나 외국인을 모델로 내세워 외국인들에게 친숙함을 주고 전문적인 느낌으로 광고 영상을 만드는 등 열정을 다한 덕분에 직토는 킥스타터에 입성할 수 있었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인터뷰해 갈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웨어러블 밴드는 옛날부터 나왔고, 유사한데 6개월 후에 나오는 제품을 킥스타터를 통해 살 리는 없죠. 아키는 걷는 자세에 주의를 줄 수 있고 무엇보다 디자인에 신경을 썼습니다.”(김성현)

직토의 시작은 개개인의 생체 고유의 정보, 지문이나 음성, 망막을 이용하여 인증하는 방식을 차용한 생체인증 밴드였다. 지문 대신 개인 고유의 걸음걸이를 통해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인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하며 걸을 때 손목의 스윙이 다른 것을 발견해냈고, 그걸 비교해 체형이 다른 것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몸의 체형 비대칭을 분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비자가 느끼는 건 ‘and then?(그리고?)’이었다. 직토는 그에 대한 답을 내리고 싶었다. 이미 체형이 비대칭된 다음에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진동을 줘서 걸음걸이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 직토의 핵심개념이다.

“저희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 예방의학입니다. 이쪽으로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서한석)


다른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아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디자인이다. 아키는 요즘 유행하는 패션 팔찌 같다.

“최대한 패셔너블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단순히 웨어러블 디바이스로만 평가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떤 옷에 착용해도 어울리고, 예쁜 팔찌를 차듯이 아키를 착용하기를 바랐어요.”(김경태)

직토는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리팔찌와 협업했다. 모리팔찌의 끈을 아키의 스트랩으로 활용한 것. 뿐만 아니라 아키의 가죽 스트랩 역시 프랑스 명품인 에르메스와 같은 가죽을 사용했다. 스트랩 소재에도,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아키는 정장에도, 캐주얼에도 패션 아이템처럼 잘 어울린다. 아키는 선주문 시스템으로만 판매하며, 지금 주문하면 6월 중 배송받을 수 있다. 아키와 고무밴드로 이루어진 기본 패키지는 약 130달러다. 취향에 따라 패션 스트랩을 따로 주문하면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6월에 제품이 처음으로 고객에게 배송됩니다. 지금 마치 소개팅하려고 나가기 직전의 기분이에요.

씻고 팩도 하고 옷도 입고 신발 신고 신발장의 거울을 딱 보는 느낌이요(웃음). 굉장히 설레고 떨립니다.”
  • 201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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