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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 전파하는 OEC 장영화 대표

“학교식당의 저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학생들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먹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어디서 뭘 먹을지 몰라서’라고 대답한 학생이 다수였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주변 맛집 지도를 제공하는 앱을 만들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식당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식당은 학생에게 할인혜택을 주면서 서로 윈-윈하는 거지요. 실제 앱 제작에 도움을 줄 학생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OEC(Open Entrepreneur Center)의 앙트십(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지난 학기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발표한 ‘앙트십파티’. 지난 1월 5일 분당의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학교식당 문제의 해결방안이나 어두컴컴해 무서웠던 하굣길을 밝히기 위해 꼬마전구 설치하기, 학교옥상을 정비해 하늘정원으로 만들기 등 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고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고등학교의 정규수업(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방과후수업, 동아리 활동 등을 활용한 앙트십 교육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문제에서 기회를 발견해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과정이다. 왜 학생들에게 창업가 교육을 할까? 고려대 담벼락에 붙어 있는 OEC의 아지트 ‘창고’에서 OEC를 만든 장영화 대표를 다시 만났다. 그는 “제가 일찍이 이런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사를 써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시키는 일만 또박또박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후좌우를 살펴 기회를 포착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학교는 미래를 준비시키기보다 이미 과거에 끝난 전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치고 있어요. 저희가 학교교육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던 한 중학생은 저희 교육을 받고 코딩에 관심이 생겨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이 뭔지 눈을 떴기 때문이지요.”

OEC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장영화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장영화 대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 수학을 잘했기에 이과반으로 갔고, 이과 우등생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의대를 지망했다. 그러나 첫해 대입에 실패했고, 재수를 거쳐 서울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다.

“학과 공부가 흥미도, 재미도 없어 겨우겨우 졸업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라갔습니다. 대신 학업외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았죠. 각종 동아리 활동에 학생회 활동, 학과 심포지엄 준비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일을 벌이는 게 좋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법대 수업을 듣게 되면서 법학에 꽂혔습니다. 제가 워낙 사람과 사회에 관심이 많지만 그게 먹고사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생각했는데, 법학을 배워보니 그게 연결이 되겠더라고요.”

대학 졸업 후 다시 서울대 법대로 편입한 그는 대학원까지 다니며 사시를 준비했고, 결국 변호사가 되었다.

“저같이 활동적인 사람이 면벽수련의 자세로 도서관과 독서실에 틀어박혀 지냈습니다.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아요. 줄리아 로버츠가 거대기업을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이는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보면서 ‘저런 변호사가 될 거야’라는 일념으로 버텼죠.”


변호사가 된 후에는 ‘아무리 수임료가 높아도 양심에 반하는 일은 거절하는’ 자신이 꿈꾸던 법률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이럴 경우 보통은 ‘그 후 내내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살았다’로 이어져야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알고 보니 저는 어제와 오늘, 내일이 같으면 안 되는, 내일이 예측되지 않아야 신이 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상법을 전공한 데다 중소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다 보니 기업에 관심이 많았고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펴내는 잡지에 CEO 인터뷰를 기고하면서 만난 기업가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변호사가 이미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기업가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사회에는 필요하지만 다른 변호사들이 하지 않는 일이 뭘까?’를 생각하다 그는 법률교육 사업을 벌여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주 다니던 서점 한 귀퉁이를 얻어 법률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퇴사를 단행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실감하며 무참하게 실패했다.

“현실성을 따지지 않은 잘못된 창업의 전형적인 사례였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관심 있었던 것은 법정소송으로 가기 전 조정・화해・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대안적인 분쟁해결 절차였어요. CEO와 대기업 임원을 상대로 경영교육을 하는 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들어가 협상교육을 담당했죠. 그곳에서 수준 높은 경영수업도 공짜로 들을 수 있었고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너무 좋아 일로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라는 사람은 대장노릇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독립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번에는 신중하게 준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떠난 2009년 제주 여행길. 그는 숙소에서 제주올레 1코스 리플릿을 발견했다.

“‘이게 제주를 바꿀 것’이라고 직감하고 무조건 전화를 걸었습니다. 시간 많은 변호사니 무슨 일에든 써달라며. 그 후 제주를 드나들며 제주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이때 만난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씨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만들어보자’는 데 의기투합해 투자해준 덕에 ‘OEC’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우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자전거 공유서비스


2012년 이우고등학교에서 앙트십 교육을 처음 시작했다. “이우학교는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외진 곳에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자전거 공유서비스를 시작했죠. 필요가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앙트십 교육에서 학생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으며, 거기에서 기업과 기업가의 역할이 뭔지’를 배우고,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방안을 설계하기까지 창업가들이 거치는 과정을 경험한다.

“모두 창업가가 되자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대장 스타일인지, 홍보를 맡았을 때 즐거운지, 회계정리를 하는 게 좋은지 자신의 적성을 발견할 기회도 되지요. 일을 해나가다 보면 뜻대로 안 되어 싸울 때가 많지만, 이 과정을 통해 협상하고 협력하는 기술도 배웁니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되는 계기도 되고요. 저희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진로 혹은 실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2014년 그는 여러 학교로 앙트십 교육을 확대하면서 ‘왜 이런 교육이 필요한지’ 검증받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전국적으로 요청이 많아 전국투어를 하면서 다녔다 한다. 우리 교육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국가나 공익재단이 할 만한 일로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현재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제주시 교육청 등 자체예산으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저희 프로그램을 열렬히 응원해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질 때 파급효과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올해에는 대학으로 교육을 확대해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제주대에 수업을 개설합니다.”

문맹퇴치가 화두였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창조를 하지 못하는’ 창맹에서 벗어나야 할 시대라고 그는 말한다.

“제 꿈은 저마다 창조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요즘, 하루하루가 설레고 행복합니다.”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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