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자전거 만드는 루키바이크 이정훈 대표

내 몸에 꼭 맞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전거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길가에 자리한 조그만 작업실. 자전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공구와 재료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이곳은 수제 자전거를 제작하는 루키바이크 이정훈씨의 자전거 공방이다. 이정훈씨는 수제 자전거를 만드는 ‘프레임 빌더’다. 자전거의 뼈대를 이루는 프레임을 고객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만든다.
“자전거는 빠르고 가벼운 게 좋은 것이 아니라 탔을 때 편안한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수제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제 자전거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프레임 모양, 라이딩 스타일, 부품, 디자인, 색상은 물론 고객의 신체치수에 맞추는 맞춤형 제작이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를 가질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체형에 맞지 않을 경우 어깨, 손목,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는데 맞춤복처럼 본인의 사이즈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다. 개인의 취향에 맞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세팅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공방 곳곳에는 그동안 주인을 찾아간 자전거 사진으로 빼곡하다. 디자인에서부터 색감 등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이정훈씨는 수제 자전거인 만큼 주문자가 원하는 건 100% 반영해 주문자만의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를 만드는 걸 철칙으로 한다. 제작 과정의 반 이상이 주문자와의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여행용, 로드용, 산악용 등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평소 타는 습관, 원하는 디자인, 부품, 도색 등 원하는 스타일이 주문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이메일 등으로 며칠 이상 콘셉트에 대해 상담을 한다.

제작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주문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꼼꼼히 체크한다. 그다음엔 프레임 제작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문자의 팔, 다리, 몸통 사이즈를 측정한다. 사이즈에 따라 프레임 제작이 달라지는데 이것이 대량생산 자전거와의 가장 큰 차이다.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 후 자전거 설계도를 만들어요. 이때 주문자와 수정할 부분을 재확인한 후 프레임 작업에 필요한 용접과 각종 부품을 가공하며 프레임 빌딩 작업을 시작하죠.”

이렇게 자전거 틀이 완성되면 도색작업에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도색이나 디자인은 수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 도장으로 처리하려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도금, 도장 전문 업체를 찾느라 고생도 많이 했어요.”


작업은 자전거 한 대당 보통 3주에서 길게는 한 달이 걸린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며 세밀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힘들 법도 한데 그는 씩 웃으며 “주문자가 평생 탈 수 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를 만드는 게 즐겁다”고 한다.

“자전거는 사람이 탈 때에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멋있게 만들어도 사용자가 불편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죠. 주문자가 완성된 자전거를 타고 첫 페달을 굴리는 모습을 볼 때 힘든 것도 금세 잊어버려요. 거기서 성취감도 얻고요.”

루키바이크의 주 고객은 자전거에 해박한 매니어들이다.

“드물게 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전거를 워낙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어떤 손님은 설계도를 직접 그려오는 분도 있어요.”

프레임 제작만 맡기는 고객, 자전거 전체를 맡기는 고객, 견적에 맞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고객 등 주문도 다양하다. 주문자마다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가격도 상이하다. 평균 프레임 주문 기본 가격은 100만원부터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공방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여행용 자전거 제작의뢰가 들어왔다.

“여행용 자전거는 오래 달려도 편해야 하고, 휠베이스도 길고 일반 자전거와 설계가 달라서 걱정이 됐어요. 주문자에게 맡겨주신다면 공부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맡겨주셨어요. 여행용 자전거는 조그만 부품도 많고, 호환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요. 작업 시간도 오래 걸렸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여행용 자전거가 흥미를 느끼는 작업 중 하나가 됐죠.”


2년 준비 끝에 2013년 창업


그를 프레임 빌더의 길로 이끈 건 군대 제대 후 취미로 시작한 자전거 타기였다.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가 좋아졌고 자연스레 자전거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던 중 프레임 빌더란 직업을 알게 됐어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전거를 이해하고 정비를 하는 게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 정비를 배우기 시작했죠.”

자전거 정비를 배우면서 프레임 빌더를 향한 꿈이 더 커졌다.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를 느끼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바이크 아카데미에서 프레임 빌딩 기술을 배우고, 클래식 자전거를 전문으로 하는 숍에 취직했어요. 2년 남짓 자전거 정비와 프레임 제작을 연습했지요. 뭔가 나만의 작업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2013년 루키바이크를 열었어요.”

아직까지 국내에서 프레임 빌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정훈씨가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다. 더 많은 프레임 빌더와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 상호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고 싶어 얼마 전엔 비슷한 또래인 프레임 빌더를 찾아간 적도 있다.

“아직은 수제 자전거 제작 환경이 넓지 않아 자전거 부속품 하나를 사더라도 직접 외국에 주문해야 해요. 점차 자전거 시장이 확대될수록 바이커도, 수제 자전거 시장도 확대될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프레임 빌더에 관심을 가졌던 2010년 당시만 해도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던 터라 직접 공구 리스트를 작성해 구매처를 찾아야 했다. 프레임 제작에 필요한 파이프와 부속품 수입 등 홀로 부딪치며 알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모르는 건 미국, 유럽 등 해외 사이트에서 다양한 자료를 찾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외에 있는 프레임 빌더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프레임을 용접할 때 쓰는 프레임 지지대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아직 갖고 싶은 장비가 많아요. 프레임 외에 자전거 부품도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틈틈이 시간을 쪼개 설계도를 그리고 있어요.”

그는 작업 하나를 마치기 전까지 다른 작업은 하지 않는다. 여러 작업을 병행하면 디테일한 부분을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문이 밀릴 때면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기도 하지만 아직 직원을 충원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프레임 제작만큼은 제 손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신나게 자전거를 만들면서 언젠가는 ‘수제 자전거 장인’으로 불릴 날을 꿈꿔봅니다.”
  • 201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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