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주제 ‘사랑’]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 펴낸 윤석미 작가

알면 알수록 어려운 당신의 마음 “별들에게 물어볼까?”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전화를 하겠다는 남자는 연락이 없다. 기다리던 여자는 처음엔 설레다가, 나중엔 걱정되다가, 종내는 화가 난다. ‘아무리 바빠도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까!’ 폭풍 같은 업무를 마치고 드디어 여자에게 전화를 건 남자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다. “퇴근 후에 만나자!!” 휴대폰을 이미 ‘비행모드’로 바꾼 여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괜찮아요. 오지 말아요.” 여자가 왜 이러는 걸까. 남자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자’ 직장동료에게 조언을 구한다. 오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녀는 말한다. “당장 가. 뛰라고.”

위의 사례는 윤석미 작가의 책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그는 현재 MBC FM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의 작가다. 그가 방송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30년 정도, 별에 대해 공부한 지는 10년 정도 지났다. 공부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갈무리되었다고 느꼈을 때 책을 냈다. 그는 “별 공부가 ‘인간 공부’였고, 결국은 나를 알아가는 ‘내 공부’였다”고 했다.

“사람마다 별자리를 찍어보면 차트가 같은 사람은 없어요. 자식이든, 배우자든, 부모든, 심지어 같은 부모 아래 형제도 달라요. 사람들은 그러잖아요. ‘저 사람 왜 저러지’ ‘그 사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제가 천문 공부하고 잘 안 하는 말이 ‘너를 이해해’라는 말이에요.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요. 비슷한 사람이 있을 뿐이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편한 거죠. 남자 여자가 같이 살아도 외로운 건 그래서예요. 남편도 아내도 외로워요. 대신 그 다름을 알고 나면 서로를 ‘봐주게’ 되죠. 이 글을 쓰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렇게는 생각 못 했네요’ ‘(남편에게) 잘해줘야겠어요’ 예요.”

그럴 법도 한 것이 그의 글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게,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에게 더 잘해달라는 의미로 사이좋은 부부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지만, 남자는 여자와 함께 그 다큐를 시청한 것만으로도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최선을 다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윤석미 작가의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모른다. 그 남자도 그 여자를 모른다. 그래서 별들에게 물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별자리 없어요

별들의 말, 천문(天文)은 즉 해와 달과 별로 이루어진 글(sign)이다. 우주가 움직이는 동안 해와 달과 별의 위치는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사람마다 독특한 사인을 갖게 된다. 영어로 아스트랄로지(Astrology)라 불리는 천문 해석은 어떤 사람이 태어난 시간에 이 행성들이 어떤 위치에 있었느냐를 보고 그 사람의 기질과 인생행로를 살핀다. 열두 개 별자리의 기본은 각각 태어난 시기에 따라 지배하는 행성과 구성하는 원소다.

예를 들어 물고기자리 여자와 전갈자리 남자는 같은 물을 원소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잘 맞는다. 하지만 생각이 많고 신비로운 물고기자리 여자는 현실적인 문제에 약하다. 말이 없고 관찰하기에 능한 전갈자리 남자는 자기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윤석미 작가는 이렇게 생각 많은 물고기자리 여자와 말 없는 전갈자리 남자를 상징적으로 앞세워 남녀의 차이를 풀어낸다.

“신이 참 공평한 게 모든 사람의 출생 차트는 다 2%가 부족해요. 옛말로 보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어요. 별자리의 12사인이 물·흙·공기·불로 갈라지거든요. 물고기자리랑 전갈자리는 같은 물 안에 있어요. 물고기자리 여자는 생각이 많아요. 전갈자리 남자는 남을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이 커요. 어떤 모임에서 말은 안 하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전갈자리예요. 이 두 자리가 만나면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상대방이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본인이 타고난 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예를 들어 기본 원소가 흙인 처녀자리는 공기, 즉 바람인 천칭자리를 만나면 이유 없이 힘들 때가 있다. 흙바람(?)이 일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별자리에 따라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분류해 A~H의 단계로 구분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미 작가는 이런 식으로 인연을 분류하는 것을 염려했다.

“인터넷에 나온 자료를 보면서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나오는 별자리는 태양별자리거든요. 태양은 처녀자리지만, 행동이나 가치관은 사자자리일 수 있어요. 별자리는 복합적이에요. 연애할 때 잘 맞는 자리와 결혼할 때 잘 맞는 자리가 또 다를 수 있거든요. 연애에 맞춰 결혼을 했는데 결혼에는 부적합할 수 있어요. 제가 참 얄궂다 싶은데, 별자리를 보면 연애와 결혼과 성생활이 다 달라요. 그게 다 다르니까 인간사가 복잡한 거예요(웃음). 그래서 배우자나 연인을 구할 때 상대를 궁금해하기보다 나를 궁금해해야 해요. 상대방 별자리보다 내 공부를 먼저 해야 해요.”


별에게 끌려가지 말고, 별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세요

그가 당부하는 것은 한 가지다. 모두가 별자리를 공부할 수는 없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다른 게 아니다. 늦은 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되짚어보는 일이다.

“어느 날 밤 천장을 보면서 생각해봐야 해요.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편안했는지를요. 그럼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가 나와요. 돈을 포기할지, 학벌을 포기할지. 부모의 기대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해요. 내가 살 거니까요.”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의 서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별을 다스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별에 복종한다. - 토마스 아퀴나스”


윤석미 작가는 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별에 끌려 다니지 말고 별과 더불어 살기를 권한다. 자신이 연애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것도 그렇다. 그가 20대였을 때 만났던 한 스님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 손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당신의 손이 차갑기 때문”이라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손이 차가운 거라는 시쳇말을 빌리지 않아도, 남보다 조금 차가운 손은 그만큼 온기를 찾아내는 데 능하다. 작은 온기로도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낸다. 덕분에 그의 글에는 사람을 살피는 다정한 눈길이 담겨 있다.

“저에게는 여기(연애)에 대한 숙제가 있어요. 내가 인생에서 가야 하는 별이 있거든요.”

그리고 연애라는 숙제를 앞둔 청춘들에게 당부한다.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면 기운이 긍정적으로 변해요. 어느 누구를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만나면 삶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인연이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게 가을이 되면 결실을 맺어요. 인생에도 겨울이 와요. 겨울이라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해요. 근데 잘 안 돼요. 왜냐면 결실이 많았던 가을을 지나왔거든요. 독신으로 잘 지내다가 겨울에 결혼으로 도피하려고 하면 다시 봄이 왔을 때 후회하게 돼요. 조급하게 결정하면 안 돼요. 밤에 조용히 혼자서 생각해보면 알아요. 겨울 땅에 너무 힘을 쏟으면 봄에 뿌릴 에너지가 없거든요. 나한테 지금 에너지가 있는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은데 밀어붙이면 안 돼요.

‘마음을 비우라’는 게 그냥 좋은 말이 아니에요. 비워야 보여요.”
  • 201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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