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사회] ‘하우스 셰어’ ‘카우치서핑’ 실천하는
고금숙씨

‘빈 소파’를 여행자에게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공유경제는 돈 대신 관계로 필요한 것을 충족하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그 안에 믿음이라는 가치가 있어요.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람의 마음도 얻고 물건도 얻을 수 있죠.”
고금숙씨(37)는 자신의 생활을 공유경제의 취지에 맞게 설계하려고 노력하는 환경운동가다. 비혼(결혼하지 않음을 뜻하는 단어)으로 친구와 공동으로 집을 구매해 주거지를 공유하고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잠자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의 적극적인 후원자다. 지난 10월 22일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고금숙씨의 집을 찾았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4층짜리 건물. 고금숙씨의 집은 꼭대기 층에 있었다. 49.6m²(15평) 규모이지만 방이 세 칸에 부엌과 거실, 앞뒤 베란다를 모두 갖추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인지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 비해 넓어 보였다. 앞 베란다에는 말린 낙엽과 흙이 깔렸고 뒤 베란다에는 다양한 화분이 놓여 있었다. 고씨는 이 화분에서 깻잎, 상추, 배추, 바질 등을 키웠고, 식탁에 올렸다. 말린 낙엽은 음식물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들 때 유용하다. 이 거름을 화단에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

친구와 방 하나씩을 쓰고 가장 큰 방은 비워둔 채 ‘카우치서핑’으로 잠자리를 구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동안 10여 명의 외국인이 그의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캐나다·핀란드·말레이시아·미국·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외국인이 고씨의 집을 찾았다. 체류비는 받지 않는다. 평소 차리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맞는다.

“외국인들이 오면 마치 제가 여행을 하는 기분이에요. 동남아시아 출신 여행자들을 만나면 한류 인기를 실감해요. 저보다 한국 스타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어서 놀라죠. 그 나라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현지인과 대화하며 이국적인 문화를 경험해요.”

독실한 이슬람신자인 말레이시아인은 고씨에게 그 나라의 불안한 치안 상태를 이야기했고, 인도네시아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연예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례가 많은 자국의 정치 문제를 말했다. 핀란드 부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동해를 거쳐 안동까지 여행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들은 지금도 안부를 묻는 메일을 보낸다. “언제 우리 집을 방문할 거냐?”는 독촉과 함께.

고씨는 외국인이 떠난 뒤 카우치서핑 사이트에 남긴 리뷰를 읽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신뢰가 이런 것이구나, 새삼 깨달아요. 제 집을 방문한 이들이 올린 리뷰를 읽고 신뢰가 생기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집에서 머물고 싶다고 지원해요. 공유경제는 평판과 신뢰의 경제란 점을 확인하죠.”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은?


여행자가 잠잘 수 있는 ‘소파(couch)를 찾아다니는 것(surfing)’을 뜻하는 말. 현지인은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거처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이들의 집에 머무르는 일종의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다. 숙소의 교류와 동시에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덜 소비하고 더 건강하게, 먹거리는 최고의 질 선택

고금숙씨는 화장실에 중수장치를 설치해 세수하고 흘러간 물이 변기의 물로 재사용되도록 했다. 부엌에서 사용한 마지막 헹굼물은 따로 받아 화분에 준다.
고금숙씨는 1997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혼자 산 적은 없다. 우선 집세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여럿이 살아야 재밌다’는 평소 생각도 있었지만 비싼 집세를 나눠서 낼 친구들이 필요했다. 원래는 집을 살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지난해 뜻이 맞는 친구와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으로 집을 샀다. 이사 전에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고쳤다. 화장실에 중수장치를 설치해 세수하고 흘러간 물이 변기의 물로 재사용되도록 했다. 부엌에서 사용한 마지막 헹굼물은 따로 받아 화분에 준다. 한 달 전기세는 TV 수신료를 포함해 7000원, 수도세는 한 달 평균 5000원, 난방비는 한겨울에 10만원, 도시가스는 4000원을 내고 있다. 전에 살던 가구에 비해 에너지비용 절감률이 90%에 달했다.

“이전에 살던 분이 에너지 비용으로 1000원을 냈다면 저는 100원을 내는 셈입니다. 서울시에 에코마일리지를 신청했더니 놀라운 결과라며 10만원 상당의 포상을 주더군요(웃음).”

고씨는 꼭 필요한 물건이 떠오를 때 ‘물품 리스트’를 만들어 ‘이것이 내게 꼭 필요한가’를 수없이 질문한다. 1주일 뒤 리스트를 꺼내 다시 생각한다. 그때도 ‘예스’란 대답이 나오는 물건만 산다. 나머지는 리스트에서 지운다. 지인들에게 이런 물건이 필요하다고 홍보도 하는데 1〜3개월간 참고 기다리면 괜찮은 물건을 주는 기증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3인용 소파, 6인용 탁자, 전기오븐, 가스오븐 등을 그렇게 얻었다.


생각하는 대로 산다

고금숙씨가 음식물 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드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제 주변에는 저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동료, 선후배가 많아요. 서로 물건 교환이 활발해요. 원하는 물건을 받고 나면, 새것을 사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감이 생겨요(웃음). 저는 기증자들에게 제가 만든 음식을 선물로 줍니다. 창고에 처박혀 있던 물건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쓰이는 것, 이것이 자원의 활용과 순환이죠. 저는 소비 욕구, 욕망을 인간관계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어요.”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하기 전에 고금숙씨는 학생이었다. 대학에서 가정교육학을,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 ‘제 일상과 일터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생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모집 공고가 나서 지원했어요.”

그는 단체에서 안전한 화장품 운동, 생활용품전성분표시 의무화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유해물질을 주변 환경에서 추방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활동 목표는 덜 소비하고 더 건강한 생활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고씨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하루 두 번은 집에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점점 더 요리의 중요성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요리만큼 자기 자신을 돌보는 극진한 행동도 없는 것 같아요. 요리에 정성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해요. 물건 살 때는 제 욕구를 통제하려고 애쓰는데, 음식을 준비할 때는 다소 비싸도 질 좋은 것을 선택해요. 생활협동조합을 주로 이용하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가 남긴 문장이다.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실천으로 옮기고 낯선 외국인과도 함께 사는 것을 즐기는 고금숙씨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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