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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서 축의금 없이 결혼식 올린 남종민·이정민 부부

셀프웨딩? 어렵지 않아요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 사진 : 윤원준 

일명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에게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수백에서 수천은 기본, 웨딩산업이 포화상태인 요즘 업체에게 휘둘리는 결혼식이 아니라, ‘우리만의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기약 없이 해결되길 바라지 말고 우리가 대안이 되자.”

예비부부인 남종민(30・연구원), 이정민(30・대학원생)씨가 함께 활동했던 시민단체인 ‘ODA watch(국제 원조가 지구촌 문제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돕는 운동)’의 슬로건이다. 두 사람은 이 단체의 시민활동가로 처음 만났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걸어가고 싶은 방향이 같았다.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다 연인이 됐다.

“ODA watch에서 활동할 때 공모전에 당선돼서 인도의 NGO를 탐방하고 왔어요. 정민이는 늘 웃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서 ‘참 괜찮은 친구다. 인연이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곳 호텔에 묵는데, 여자 팀원 두 명이 묵는 방에 호텔 직원들이 인터폰을 걸어서 ‘밥 먹자, 차 마시자’며 귀찮게 하는 거예요. 저희가 묘안을 냈죠. 부부 행세를 하기로요. 팔짱을 끼고 직원들에게 제가 남편(husband)이고, 정민이가 아내(wife)라고 소개했는데, 심장이 굉장히 두근거렸어요. 진짜 부부가 된다고 하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웃음). (남종민)”


아들 결혼식을 상상하며 집을 지으신 아버지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가 나올 즈음, 두 사람은 자신들이 꿈꾸는 결혼도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길 바랐다.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 두 사람에게 뜻깊은’ 과정을 생각했다. 신랑 종민씨의 집은 경상남도 밀양이다. 그의 아버지는 밀양에 2층 집을 지으면서 ‘나중에 아들이 결혼하게 된다면 여기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민씨는 흔쾌히 “그럼, 그러자”고 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결혼을 꿈꾸며 지은 집보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 더 맞춤인 장소는 없으니까.

“집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 점이 저희에게 중요했어요. 친구를 초대할 때도 우리 둘 모두를 아는 사람만 초대하기로 했죠. 그렇게 기준을 정하고 나니 한분 한분이 모두 소중하고, 그 관계를 돌아보게 됐어요.”(남종민)

일반적으로 웨딩홀 예약은 결혼식 최소 6개월 전, 원하는 날짜에 치르려면 길게는 1년 전에 해야 한다. 최근에는 도서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을 빌려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사전예약이 필수다. 호텔의 경우 3시간 예식의 대여비용이 4000만~5000만원, 일반 웨딩홀의 경우 평균 500만~800만원 든다. 여기에 예식장 장식용 꽃과 신부대기실 단장비용까지 합치면 가격은 더 오른다. ‘친환경 결혼식’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 따르면, 한 해 평균 4억2500만 송이의 꽃이 결혼식 장식용으로 30분 정도 쓰인 후 버려진다.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6800만kg, 탄소발생량은 483만t에 이른다.


오랜 고민 끝에 100명의 하객만 초대


일단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대관 비용이나 대관 예약을 위한 수고로움이 없었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고스란히 하객들에게 돌아갔다. 이른바 ‘축의금 없는 결혼식’을 진행한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한국 문화 중 하나가 결혼식과 장례식에 흰 봉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신랑 신부에게는 이런 문화가 선조(?) 때부터 내려온 오랜 관행이라 깨기가 어렵다. 더구나 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 아닌 가족행사, 오랜 기간 다른 집 아들 딸들의 결혼식을 다니며 봉투를 건넸을 부모님들의 수고(?)가 있다. 신랑 신부의 의기투합만으로는 생략하기 어려운 게 바로 ‘축의금’이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는 오래전부터 결혼식에는 축하하는 마음만 가지고 오는 게 맞다고 여기셨어요.”(남종민)


지난 9월 20일, 두 사람은 신랑의 고향 밀양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은 딱 100명만 초대했다. 신랑 신부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밀양까지 오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사람들로 추려졌다. 양가 가족 중에서도 직계만 모셨다. 송구한 마음이지만, 그만큼 더 정성껏 초대장을 만들었다. ‘버려지지 않는 청첩장’을 위해 받는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 말린 꽃을 붙였다. 100명의 하객들에게는 결혼식 한 달 전부터 연락을 취했다. 결혼식의 취지를 설명하고, 꼭 함께해주십사 말씀을 전했다.

“저희 부모님도 결혼 준비하면서 제일 힘든 부분이 친지들을 다 초대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고민 고민해서 초대한 분들인 만큼 한분 한분이 소중해요. 다 기억에 남을 것 같고요.”(이정민)


축의금・신부대기실・얼굴 모르는 손님 없는 결혼식


밀양의 2층 집 마당에 마련된 두 사람의 결혼식장에는 하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고, 두 사람이 직접 고른 음악이 연주되었다. 결혼식의 시작부터 끝까지 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데,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바로 신부대기실이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인데, 마치 신부대기실이 ‘포토존’인 것처럼 예식 전부터 북적이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의 드레스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대여했다. 헤어와 메이크업, 드레스 비용까지 합해 100만원이 넘지 않았다.

“신부는 결혼식의 꽃이잖아요. 신랑이 나서서 손님들을 맞고 식이 시작되면 신부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게 맞는 것 같아요.”(남종민)

“그동안 저는 뭘 하고 있느냐고 했더니 뒷마당에서 강아지랑 놀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이정민)


결혼을 앞두면 곳곳에서 괴담이 들려온다. 웨딩 촬영이 힘들어서라도 다시는 결혼 못하겠다(?)고 토로하는 예비 신랑, 신혼집 냉장고 고르다가 둘 사이가 냉동될 뻔했다는 예비 신부… “남들처럼 안 하겠다”고 큰소리치다가 ‘남들만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가는 게 결혼준비라고들 하는데 두 사람의 생각은 좀 달랐다.

“가진 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많은 우리가 같이 살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채워지기 기다리지 말고, 같이 살면서 채우자’고 마음을 먹으니까 결혼 준비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남종민)

“저희 둘 다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갈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했는데, 그런 생각이 잘 맞았어요.”(이정민)

“결혼은 현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끼리의 만남” 이런 목소리에 ‘대세에 따르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이 흐름에서 조용히 빠져나온 이들. “기약 없이 해결되길 바라지 말고 우리가 대안이 되자”는, 두 사람을 처음 만나게 했던 한 단체의 구호는 두 사람의 결혼과도 닮아 있었다.


결혼 문화를 바꾸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종민, 정민 부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번 결혼을 준비한 사람이 있다. ‘웨딩스위치’의 윤원준 작가다. 그는 뉴욕에서 5년 정도 생활했는데, 결혼식 촬영을 다니다가 ‘소름 돋는’ 경험을 했다. 바로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가 다섯 살 때 아빠를 향해 걸어나오던 영상을 촬영해 결혼식에서 틀어준 것, 그 장면과 함께 편지를 읽는 신부의 아버지를 보며 ‘우리 결혼식에는 왜 이런 장면이 없을까’ 고민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웨딩스위치’라는 업체를 열고, ‘결혼 문화 바꾸기’를 시작했다. 이번 밀양 본가 결혼식 외에도, 창고 결혼식, 펜션 결혼식, 폐교 결혼식 등을 진행해왔다. 예비부부가 “비가 오면 어떡하죠?”라고 근심하자 “비가 오면 더 근사한 결혼식장을 만들어드릴게요”라고 장담했다던 윤원준 작가, 그의 바람대로 밀양의 결혼식에서는 그가 뉴욕에서 느꼈다는 ‘소름 돋는’ 순간들이 있었다. 2부에 진행된 ‘신랑 아버지의 편지’가 그 대표적인 예. 해 질 무렵인 오후 7시까지 3시간에 걸쳐 진행된 결혼식은 신랑 신부뿐 아니라 하객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봉투만 건네고 바로 식당으로 직행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식장을 떠나며 한 기혼 하객은 “다시 결혼하고 싶다”는 후기를 남겼다.

셀프웨딩 준비 A to Z


웨딩 촬영
셀프웨딩 촬영의 장점은 경비 절감이다. 옷장을 뒤져 흰 원피스를 입고, 들꽃을 부케 삼아 들고, 신랑은 단정한 차림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집에서 잠자고 있던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된다.
비용은 간식비와 교통비 정도. 스스로 찍는 웨딩 촬영이 걱정된다면 계동에 위치한 물나무 스튜디오를 추천한다.
2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mulnamoo

웨딩드레스 웹사이트
•도연의 드레스룸 www.doyeon.co.kr 한복을 기본으로 한 레이스 드레스와 빈티지 드레스를 대여할 수 있다.
•리본앤타이 http://ribbonandtie.co.kr 디자인이나 바느질의 상태가 좋다는 평을 듣는 곳.
•무대의상 이도 www.iydo.co.kr 다양한 시대별 옷을 10만원 미만에 대여할 수 있는 곳.
•루시드앤 www.jusidn.com 헤어밴드, 웨딩핀, 귀걸이 등 자체 제작한 웨딩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

참고도서 : 《웨딩플래너도 탐내는 셀프웨딩의 모든 것》(위즈덤스타일)
결혼 비용 비교 어플리케이션 : 다나와 가격비교, 스드메톡
  •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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