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 스타일리스트

수퍼스타의 멋스러움을 창출하는 수퍼스타 스타일리스트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스타가 입으면 공항 출국장에서 걸친 옷도 뉴스가 되는 시대, 수퍼스타 못지않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일명 ‘수스스’라 불리는 수퍼스타 스타일리스트.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무대 밖에 있지만 이들이 스타일링한 제품과 패션은 연일 포털을 장식하고 ‘완판 신화’를 쓰며 불티나게 팔린다. 걸그룹 중에서도 스타일이 좋은 멤버는 단연 눈에 띄고, 드라마의 결론 못지않게 화제가 되는 건 여주인공의 ‘스타일’이다. 이런 시대이고 보니 스타든 브랜드든 어떤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기도 한다.

“당신의 스타일이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요즘, ‘스타일리스트의 세계’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먼저 의류기업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직접 디자인을 하지는 않지만 상품의 기획과 디자인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잡지에서 패션 면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화보를 진행할 때 이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화보의 콘셉트에 맞추어 의상과 소품을 준비하고 스타일링을 진행한다.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총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셋째, 광고 사진을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역할을 두루 아우르는데, 브랜드 광고주의 요구에 맞게 광고 화보를 제작한다. 넷째, 음반, 영화, 드라마 등에서 해당 아티스트의 총체적인 스타일을 지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수스스’가 탄생하는 건 대부분 이 영역이다.

이때 함께 작업한 배우나 가수가 스타일링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몇 년 동안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이효리·임수정·김태희 등과 오랜 시간 친분을 쌓으며 스타일링을 해주는 게 그 예다.

스타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대학 과정에 ‘패션 스타일리스트 학과’가 개설되기도 하고, ‘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잡지, 패션쇼, CF, 영화 등의 영역에서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게 된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과정은 패션 트렌드 분석, 패션 디자인 연출, 색채 및 소재 코디네이션, 패션 스타일링 등이 있다. 패션 스타일링은 다시 테마 스타일링, 액세서리 스타일링, 이미지 메이킹, 패션 비즈니스 과정으로 세분된다. 스타일리스트 양성 과정은 거의 ‘도제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도, 어디에서 일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실장님’ 밑에서 어시스턴트(Assistant, 정식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전의 견습 과정) 생활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어떤 현장을 경험하는지와 어떤 인맥을 갖게 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직 스타일리스트들이 가장 강조하는 스타일리스트의 소양은 ‘성실’과 ‘끈기’다. 매일 제 몸보다 큰 짐가방을 들고 다니며 브랜드 담당자와 연예인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기 십상이지만, 아무리 험한 현장도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소녀시대 열 번째 멤버,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topclass〉는 소녀시대, 정혜영, 악동뮤지션, 빅스, 린 등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는 서수경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가온차트케이팝어워드 스타일리스트 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정혜영과는 자매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소녀시대에게는 ‘열 번째 멤버’라 불릴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의 생명은 ‘인성’이라 말하는 서수경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물한 살,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의 제자
친구들은 알바비를 모아 해외여행을 떠날 때 서수경은 명동 한복판에 있었다. 밤새워 준비한 첫 화보의 촬영 컷이 명동 거리에 걸려 있었을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한다. 아침 7시면 집에서 나와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가는 ‘밤도깨비’ 생활을 했지만,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다니던 학교에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특강을 왔고, 그 이후 패션쇼가 있을 때면 헬퍼로 뛰기 시작했다. 패션 피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한혜연 실장 밑에서 일을 시작한 건 그에게 행운이었다. 다양한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각 분야 사람들이 모이는 현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부모님은 다 큰 딸이 매일 밤이슬 맞고 다니니까 걱정이 많으셨죠. 그만두라고도 하셨지만 전 끝까지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어린 친구들 중에는 ‘부모님이 반대해서 못 하겠다’며 그만두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럴 때 저는 그렇게 이야기해요. 그만두어도 좋지만 그건 부모님 때문이 아니라 네가 선택한 거야.”

독립만세
그렇게 4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끝에, 스물 여섯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차릴 수 있었다. 20대 초반을 허투루 쓰지 않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다른 친구들이 해외로 연수를 떠나는 걸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외에 나갈 수 있다.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영감을 얻으러. 조만간 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이루어진 소녀시대 내 프로젝트 그룹)의 스타일링을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날 참이다.


우연한 기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08년 화장품 브랜드인 에뛰드의 모델이 송혜교에서 고아라로 바뀌던 시절, 평소 서수경의 꼼꼼한 작업을 눈여겨본 한 아트디렉터가 스타일리스트로 그를 추천했다. 광고하는 제품은 ‘남성용 왁스’로 장근석이 메인 모델이었고, 여자 모델의 역할이 적은 편이라 소위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를 섭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메인 모델만큼 고아라의 스타일링이 화제가 되면서 서수경 스타일리스트의 능력도 화제가 됐다. 행운은 또 겹쳤다.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배우 정혜영이 션과의 결혼생활이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서수경 실장은 한번 연을 맺은 아티스트와는 적어도 3년 이상 작업을 이어가는 편인데, 정혜영과의 인연은 그중에서도 각별하다.

셀럽(celebrity)의 조건
올해 초, 배우 정혜영과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정혜영이 손수 만든 클러치백을 생일 선물이라며 건넸다. 정혜영을 보면 ‘오래가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왔음에도 한 번도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없다. 연예계에서는 간혹 스타일리스트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하거나 사사로운 작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혜영은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하다. 이번 10월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션&정혜영 부부의 10주년 기념 리마인드 웨딩 화보를 함께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션은 올해 초부터 “올해는 특별한 해이니 꼭 멋진 화보를 부탁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했었다. 한 사람과 스타일링 작업을 오래하면 좋은 점은, 각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덕분에 이번에도 만족할 만한 화보가 나왔다.

“늘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소녀시대 유리가 서수경 실장에게 남긴 메시지.
소녀시대와의 인연
소녀시대와의 인연은 3~4년 전 시작됐다.
〈The boys, I Got a boy〉라는 새로운 앨범에 맞춰 새로운 콘셉트의 스타일링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멤버 각자의 스타일을 잘 살리자는 게 목표였고, 한 사람 한 사람과 긴 대화를 나눴다. 스타일리스트마다 다르겠지만, 그는 스타일링에서 ‘아티스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앨범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그 사람이 잘 살아야 작품도 산다고 믿는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아티스트에게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 자기 맘에 들어야 무대에서도 자신있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그다음부터 스타일링은 쉬워진다. 소녀시대 멤버들은 평소에도 그와 함께 쇼핑하는 것을 즐긴다. 이번에는 태티서 앨범과 소녀시대의 새 앨범도 함께 작업하게 됐다. 소녀시대 스타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멤버들이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스타일리스트로서도 보람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 즐거운 부담이다.


공항패션의 비밀
지면으로 봤을 때 예쁜 옷이 있고, 화면으로 봤을 때 예쁜 옷이 있다. 지면은 한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옷의 구조가 복잡해도 괜찮지만, 화면에서는 인물의 전방위 포즈가 다 드러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악플 세례를 받을 수 있다. 공항패션도 마찬가지다. ‘무심한 듯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심이 필요하다. 요즘은 워낙 공항패션이 화제가 되기 때문에 연예인 중에서도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이 있다. 스타일링의 비밀을 또 하나 말한다면, 스타일링의 시작은 속옷에서 시작한다는 것. 히프 볼륨이 부족한 스타라면 일명 ‘힙뽕’이라 불리는 보정 속옷을 준비한다. 연예인은 대부분 자기관리가 철저하지만, 나이가 들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 어쩔 수 없이 탄력을 잃는다. 스타일리스트는 담당 아티스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부각시키는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보정 속옷도 그중 하나다.


수입이 궁금해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무보수였다. 3개월이 지나자 30만원을 받았다. 그렇게 한 달에 10만원씩 월급이 올랐다. 100만원을 받는 데 1년 남짓 걸렸다. 경력 11년차인 지금은 벌어들이는 수입만 중소기업 수준이다. 함께 작업하는 6명의 어시스턴트들의 월급과 스튜디오 관리비 이런저런 부대비용을 빼고 나면 그에게는 ‘대기업 팀장급 정도의 연봉’이 남는다.
“스타일리스트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인 건 사실이에요. 톱스타와 작업한다고 꼭 수입이 큰 것도 아니고요. 제가 스타일리스트 특강을 가거나 면접을 볼 때 꼭 하는 말은 한 가지예요. 스타일링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성’이 제일 중요하다고요. 패션 감각이나 안목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예의나 인성은 그렇지 않거든요. ‘나 패션 좋아하는데’ ‘옷 입히는 일이면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면 오래 못 갈 수 있어요.”
  •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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