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양조공간 소마(SOMA)

내 맘대로 술을 빚고 마시는 애주가들의 보금자리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왼쪽부터 최인환·김성준·박인경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의 한 건물.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입구에서부터 술 익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만히 있어도 알딸딸 기분이 좋아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널찍한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종 시설 및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깊숙이 들어가면 발효실과 숙성실이 있다. 숙성실에는 약 400여 개의 카보이(양조용 대형 유리병)와 페트병이 18℃ 이하에서 보관되고 있다. 병목에 걸린 카드를 살펴보니 와인부터 맥주・전통주・증류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익어가고 있다.

수만 가지 술을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꾸준히 이곳을 방문한다. 카페 회원 수는 1500명인데,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년층까지 생각해보았을 때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꽤 많다. 그들이 직접 술을 빚는 까닭은 무엇일까. 매니저 최인환・박인경・김성준은 ‘내 마음대로’ ‘기대감’ ‘어울림’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이 질문에 답했다. 재료와 계절, 정성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의 술이 만들어지는 ‘맛’이 있다고 표현했다.

“제가 원하는 술을 만들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칠레에서 마셨던 피스코는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요. 레시피를 구해다가 직접 만드는 거죠.”(최인환)

‘소마(SOMA)’는 인도의 베다 신화에 나오는 신주(神酒)다.
이 천상의 술은 무한한 활력과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침출주는 어느 정도 그 맛을 예측할 수 있는데, 발효주는 불가능해요. 아주 사소한 차이 하나로 맛이 확 달라지거든요. 자가양조의 묘미 중 하나가 중간중간 맛을 상상하는 재미죠.”(김성준)

“무엇보다 술 마시고 취하는 게 아니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술을 만들면서 술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좋아요.”(박인경)

셋은 한 와인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와인을 직접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던 중 모임에 문제가 생겨 당시 이용하던 공방이 문을 닫았고, 자가양조를 이어가고 싶던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2012년 9월 소마(SOMA)의 문을 열었다.


인내심의 결과

최근 이태원·홍대 등지에서 수제 맥줏집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자가양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수제 맥주(craft beer)’는 직접 만든 맥주가 아니다. 소규모 양조장에 따로 위탁·생산해내는 맥주를 편의상 그렇게 부른다. 개인이 만든 술은 현행 주세법상 판매가 불가능하다. 소마에서는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술을 만든다.
술빚기는 어렵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소마는 공간과 각종 도구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기초적인 양조방법도 교육한다. 다만 결과물을 보기까지 꽤나 인내심이 필요하다. 우선 1차 작업이 끝나면, 발효실에 보관하며 알코올이 발생하길 기다려야 한다. 발효가 끝난 술은 불순물을 함유하고 맛이 거칠기 때문에 곧바로 마실 수 없다. 따라서 안정화 단계인 숙성 과정을 또 거치는데, 이때 효모가 가라앉으면서 술은 점차 맑아지고 색은 선명해진다. 맥주의 경우 이 모든 작업이 끝나는 데 약 두 달이 소요되고, 와인은 숙성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술 만들기 어렵죠. 온도조절이나 멸균 때문에… 가족의 불편함도 하나의 이유고.”(박인경)

“주로 남자들이 술을 만드는데, 집에서 하다 보면 하루 종일 부엌을 차지하고 또 다 어질러놓잖아요. 그러니까 아내들이 싫어하죠(웃음).”(최인환)

“이곳엔 친절한 매니저들이 있습니다!”(김성준)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방을 방문하면서 발효·거르기·숙성·병입 등의 작업을 끝내면 마침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만나는 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맛을 보여준다. 단순히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량생산·유통되는 술과는 전혀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와인은 비싼 게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조차 우리나라 와인은 맛없고 프랑스산이 최고라고 말하는데, 그런 분들이 제가 담근 술을 한번 맛보면 깜짝 놀라요. 정말 맛있다고.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계절·지역에 따라 전혀 맛이 다르고, 가끔씩 예상치 못하게 정말 맛있는 와인을 얻기도 하죠.”(박인경)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버릴 일은 없어요. 다른 와인과 혼합해도 되고, 증류해서 브랜디로 만들어도 되고, 삼겹살을 재우는 데 써도 되고… 심지어 목욕을 해도 되니까요(웃음).”(최인환)


술 빚는 문화

사람들이 소마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만의 술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모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한다. 단순히 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가 생기는 셈이다. 자가양조는 그렇게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해도 수업이 끝나면 그새 친구가 되어 있어요. 가족·친구·연인끼리 추억을 만들 수도 있지만, 자가양조의 매력은 이렇게 모르는 사람과도 금세 가까워질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여기서 과일 으깨고 서로 돕고 하다가 커플로 발전한 분이 꽤 많아요. 결혼하신 분도 있고(웃음).”(박인경)


국내에 자가양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홈브루잉(home brewing)이 대중화된 외국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그중 소마는 가장 규모가 크고, 모든 종류의 술을 취급하고 있다. 지금은 김성준 매니저만 전업으로 공방을 운영하고 본업이 있는 최인환, 박인경 매니저는 퇴근 후나 주말에 함께하지만, 세 명 모두 소마를 더 키우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단순히 술을 빚는 것만이 아니라 빚고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소마가 더 확장되면 지하에는 공방, 지상에는 술집을 차리고 싶어요. 거기선 안주만 팔고 술은 아래서 빚은 술을 내놓는 거죠. 그 위층에는 댄스홀을 만들어서 와인을 마시면서 탱고를 출 수 있다면 정말 최고이지 않을까요?(웃음).”(모두)

SOMA 매니저들이 추천하는 수제 와인


최인환 / 복분자 와인
“진하고 복분자 특유의 향이 참 좋아요. 왠지 몸에 좋은 것 같고. 매년 담그는 와인입니다.”

박인경 / 모과 와인
“모과청은 만들기 힘든데, 일단 만들면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어요. 제가 아는 와인협회 회장님도 맛을 보고 놀랐을 정도니까요. 제가 맛본 것 중 최고였어요.”

김성준 / 오미자 와인
“다섯 가지의 맛이 와인 자체로도 좋지만, 블렌딩을 했을 때 다른 와인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줘요. 그리고 새콤달콤해서 여자분들이 처음 접하는 와인으로 제격이죠.”
  •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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