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요리학원 ‘인리원’ 공동 운영하는 셰프 5인방

‘브로맨스’ 가득한 부엌에 초대합니다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하지영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의 ‘인리원’은 이름 그대로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쉽게 표현하면 취미요리학원. 하지만 ‘학원’이라기보다 ‘부엌’에 더 가깝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또는 요리경진대회에 나가기 위해 요리를 배우지 않는다.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모인다.

올리브 채널의 요리경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코리아>(이하 ‘마셰코’) 시즌 2 참가자였던 윤리·최석원·김경민·최강록·김영준 다섯은 합숙 당시부터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고, 뭐든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하던 중 인리한식세계화재단로부터 후원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2월 말 인리원을 열었다. 우승을 겨뤘던 경쟁자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보기 드물다. 그들의 말마따나 ‘브로맨스’(bromance, brother와 romance의 합성어로 남성 간의 애틋한 우정을 뜻함) 가득한 다섯 남자의 부엌이 궁금했다.


<마셰코> 시즌 2가 끝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잘 지내셨나요?

윤리_ 바빴어요. 지난해 9월부터 인리원 오픈 준비를 하느라 쉴 틈이 없었거든요.

지금 시즌 3가 방영 중인데, 보셨나요?

최석원_ 네. 그런데 카메라 동선이 바뀌었더라고요. 원래 왼쪽이었는데 이번엔 오른쪽으로. 화면은 저희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인리원이 기존의 요리학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다섯 명의 조합’을 꼽았다. 윤리 셰프는 아메리칸이나 에스닉(제3세계 지역의 전통 음식), 최석원 셰프는 이탤리언, 김경민 셰프는 가정식과 한식, 최강록 셰프는 일식, 김영준 셰프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각각 가르친다. 처음 인리원을 만들 때부터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 맞추어 파트를 나누고, 각자 레시피를 정리하고 발전시켰다. 덕분에 윤리 셰프는 평소 자신의 요리 색깔이 무엇인지 좀 더 확실히 할 수 있었고, 최석원 셰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레시피를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다섯 명의 조합 덕분에 인리원 수강생은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배울 수 있다. 수업 스타일도 다 다르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초간단 요리부터 식재료를 보관하고 씻는 디테일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말에는 두 명의 셰프가 컬래버 형태로 색다른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뉴욕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윤리 셰프는 영어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어떤 레시피로 수업을 진행하나요?

윤리_ 예를 들어 봉골레를 만든다면, 익히 알고 있는 레시피가 아닌 최석원 선생의 레시피로 배워요. 저는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미국요리를 가르치기도 하고요. 그만큼 독특하고 개인적인 요리법을 씁니다. 수강생들에게 복 받은 줄 알라고 말하죠(웃음).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김경민_ 레시피가 같다고 맛도 같은 건 아니거든요.



그들은 ‘공유’의 가치를 역설했다. 매일 새로운 요리법이 개발되고 진화하기 때문에 나만 아는 레시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참고하여 더 나은 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자와 숫자로 쓰인 레시피를 요리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셰프의 역량이다.


다섯 명의 호흡은 어떤가요?

윤리_ ‘브로맨스’라는 단어가 우리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다툴 때도 있죠. 하지만 이젠 한배를 탄 운명공동체예요(웃음).

김영준_ 각자 색깔이 달라서 다행이에요. 서로 이해하고 맞춰갑니다.


‘인리원’ 이름 밑에는 ‘By Bromance’라고 작게 쓰여 있다. 그들은 ‘By Bromance’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훗날 아이스크림 가게나 브런치 식당을 열 때 이름은 다 다를지언정 모두 한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이들에게 인리원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인리원은 아직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희망적으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첫 수강생 중 70~80%가 재수강을 신청했다. 3개월치 커리큘럼을 반복 사용할 수 없어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지만(그럴 경우 커리큘럼의 질이 낮아지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강생의 반 이상이 <마셰코> 시청자가 아닌, 순전히 요리에 관심이 있어 찾아왔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인리원은 그 흐름에 서 있다.


인리원을 앞으로 어떻게 키울 건가요?

최강록_ <마셰코> 우승 후 밝혔던 것처럼 요리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규모가 작더라도 요리책이 있고, 요리를 만들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요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요.

개개인은요?

김영준_ 요리는 평생 해도 마스터하기 어려워요.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죠. 저 역시 계속 배우려고요.

최석원_ ‘기능인’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요리도 예술이거든요. 레시피에 맞춰 기계적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자유롭고 행복한 상태에서 즐기면서 요리하고 싶어요. 누가 제 음식을 맛볼 때의 그 떨림을 계속 간직하고 싶습니다.
  •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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