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저자 김민채·윤지예

일주일간의 기차 여행,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반했어요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하지영 

사진제공 : 김민채·윤지예
코레일은 해마다 여름(6월 초~9월 초)과 겨울(12월 초~3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내일로’ 티켓을 판매한다. 6만2700원짜리 표를 사면 1주일간 국내 전 노선의 새마을호・무궁화호・누리로・통근열차를 횟수에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은 지정돼 있지 않은, 자유석이나 입석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여행객을 위한 파격적인 ‘혜택’으로 만 25세 이하까지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7일권만 있었는데 지난겨울 9일권이 첫선을 보였고, 이번 여름에는 5일권도 신설됐다. 내일로 티켓은 표를 구입한 날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표를 구입할 때 자신이 지정한 티켓 사용 개시일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군산 어느 마을에서 만난 과거의 흔적.
저렴한 비용으로 전국 일주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2007년 출시 이후 내일로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내일로 티켓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17만여 명. 특히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방학 때마다, 혹은 방학 기간 중 두 번 이상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을 일러 ‘내일러’라는 신조어가 생겼으며, ‘내일로’는 ‘국내 배낭여행’과 동의어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여행을 다녀와 올초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이라는 책을 펴낸 김민채・윤지예씨도 ‘내일로 마니아’다. 지난해 초 대학을 졸업한 두 사람은 나란히 같은 출판사에 입사하며 회사 동료로 인연을 맺었다. 국문학을 전공한 민채씨는 편집자,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지예씨는 편집 디자이너였다. 업무는 달랐지만 또래인 데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두 사람은 금방 친해졌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내일로 티켓 발매 소식이 들리자 두 사람은 가슴이 뛰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
“제가 1989년생이고, 지예가 90년생이에요. 이제 내일로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나이가 코앞에 닥쳤잖아요(웃음). 직장인이라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 않고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결심했어요. 다행히 사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떠날 수 있었죠.”(김민채)

업무 일정이 맞지 않아 여행은 따로 진행했다. 이미 여행 경험이 많은 터라 두 사람은 비교적 여유롭게 곳곳을 돌아보았다. 여행객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마을에 들러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보석처럼 숨어 있는 지역의 작은 문화 공간도 발견했다. 관광지 위주로 다니던 여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혼자서 타박타박 걸으며 마주한 우리 땅의 속살은 따뜻했고, 정이 넘쳤다. 이 신선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두 사람은 책을 냈다.

두 사람의 여행기를 묶은 책과 지도.
“저는 영주 부석사 가는 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신경숙의 소설 《부석사》를 읽을 때 가본 적 없는 곳이라 와 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시골 버스를 타고 부석사까지 외길을 달리는데, 그게 어떤 느낌인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또 평소 책을 읽으며 ‘푸르다’와 ‘짙푸르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포항 앞바다를 보고 알았어요. 그런 깨달음이 여행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즐거움이죠. 글을 쓰고 또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어 그런 경험이 무척 중요해요.”(김민채)

“멋진 풍경,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 등 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맛보는 모든 것이 잊히지 않고 다 저장되는 느낌이에요. 그 다양한 경험과 추억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요. 특히 내일로는 여행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또래들의 문화가 있어 더 재미있어요. 그 중심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지요. 내일로 여행자는 혜택도 많아서 이 멋진 기차여행을 꼭 권하고 싶어요.”(윤지예)

윤지예(왼쪽)·김민채.

지역마다 내일로 여행자 위한 프로그램 많아

보령 청소역 기찻길.
지역마다 내일로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무료 숙박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나 음식점, 관광지 입장료 할인 쿠폰을 주기도 하고, 현지에서 쓸 수 있는 교통카드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예씨는 충남 홍성의 예를 들려주었다.

“홍성 전통시장에 가면 ‘장터사랑방’이라는 작은 카페가 있어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문화 공간 중 하나인데, 내일로 여행자는 그곳에서 일할 수 있어요. 일한 만큼 돈도 받고, 장터사랑방 안에 있는 방에서 잠도 잘 수 있어요. 내일로 여행자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라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들었어요. 그곳에 상주하는 센터장님을 통해 주변 지역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유익했어요. 내일로 여행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죠.”


그동안 내일로 여행을 다섯 번 한 민채씨는 “학교 다닐 때는 비교적 여행할 기회가 많으므로 한번에 여행을 끝내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전라선・경부선・영동선 등 기차 노선별로 지역을 나누어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기차 노선도를 보면 역이 정말 많아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추려서 이동경로를 숙지해두면 좀 더 알찬 기차여행을 할 수 있어요. 1주일 동안 전체 노선을 다 찍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겉핥기식이 되기 쉽죠. 이동하는 데만 시간을 쏟을 수도 있고요. 여행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한 노선 안의 기차역을 추려 하루 이상 머무르며 천천히 돌아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순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느림’.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 여행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준 두 사람은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 또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다는 이들은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이 있다”며, “기차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로 여행 티켓은 코레일 홈페이지나 기차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지난 5월 25일부터 여름 시즌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9일권은 7만600원, 5일권은 5만6500원이다.
  • 201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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