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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우리 삶》 펴낸 사진가 박창모

숨어 있던 경북 땅의 아름다움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대구, 경북 지역을 아우르는 영남지방은 전통이 살아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 5대 서원이 있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과 그 안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계명대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다큐 사진가로도 활동 중인 박창모씨는 그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1년 6개월간 영남지방을 구석구석 누비며 사진에 담았다. 그 기록들을 모아 올 4월 《우리 땅 우리 삶》(계명대 출판부)이라는 사진집을 펴냈다.

사진제공 : 박창모
사진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 11월, 계명대 신일희 총장이 그에게 “1년 동안 시간을 줄 테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영남의 자연 풍경과 문화 유적, 사람들의 삶을 담은 사진집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대구・경북 지역에 좋은 곳이 많은데 알려지지 않은 걸 안타까워 하셨어요. 사진집을 만들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알리자고 하셨죠. 그러고는 차 타고 다니다 좋은 데 있으면 그냥 찍으라고, 마음에 들면 한 달쯤 거기서 지내도 된다 하셨어요. 전례도 없었고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처음에는 얼떨떨했습니다.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
그가 첫 촬영지로 택한 곳은 포항 구룡포 앞바다의 빨간 등대였다.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이곳을 기점으로 그는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차를 몰았다.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니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산과 들, 길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때로는 한겨울 강물의 얼음 깨지는 소리, 나무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까지 귀에 잡혔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도시에서 주로 생활해온 그에게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새삼 깨달았어요. 우리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멋진 풍경을 보면 흥분이 되고, 한동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어요. 황금빛으로 물든 논, 해 질 녘 그 사이로 퍼지던 밥 짓는 냄새, 달빛 따라 열린 꽃길…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동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1년이면 충분할 것 같던 작업은 6개월이 더 지나서야 끝이 났다.

“이왕 시작했으니 잘 만들어보라”는 신 총장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무려 5만 장, 그중 1만 장을 추렸고, 다시 150장을 골라 책으로 묶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사진집에는 병산서원, 양동마을, 부석사 등 유명한 곳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 더 많다. 초반에는 유명 관광지 위주로 다녔지만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은 곳에서 더 좋은 그림을 얻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는 계획을 수정했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아 때 묻지 않은 자연에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있었다.

울진에서 영주로 넘어가는 길, 금강송 군락지로 알려진 불영계곡은 그가 첫 손가락에 꼽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4km에 이르는 구간에 펼쳐지는 산세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하고, 한겨울 눈 덮인 모습은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황금빛 들판’이라는 말을 시각화해 보여준 의성군 단북면 노문리의 평야지대, 작은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그림처럼 서 있는 예쁜 절 고운사(경북 의성)도 그를 감동시킨 곳이다. 여러 곳을 다니다보니 어느 시간대에 가장 멋진 그림을 얻을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같은 곳을 다시 찾은 경우도 많았다.

부석사는 빛이 절 안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절집 뒤로 겹겹의 산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풍경을 담으려 네 번을 올랐다.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우포늪, 운해(雲海) 드리운 국사봉, 달빛 비친 주상절리의 모습도 몇 차례의 도전 끝에 얻은 성과다.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그런가 하면 ‘길이 예뻐서’ ‘평범하지만 우리 전통마을 모습이라’ ‘백사장에 눈이 쌓인 것은 흔히 볼 수 없어서’ 무작정 차를 세우고 찍은 사진도 많다. 자연뿐 아니라 소를 몰며 쟁기질하는 할아버지,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웃는 할머니 등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담았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가족들의 얼굴을 제대로 못 봤어요. 주중에는 사진 찍으러 다니고, 주말에는 학교 업무를 처리하느라 몹시 바쁘게 살았거든요. 학교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리면 그걸 찍으러 왔다 다시 돌아가고. 해 질 녘 풍경을 찍고 식당을 찾아 읍내까지 가면 대부분 문을 닫아 저녁을 못 먹은 날도 많았어요. 식당 아주머니랑 나눈 몇 마디가 유일한 대화인 날도 많고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외로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연의 매력에 빠져들어 이 멋진 모습을 제대로 알려주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버팀목이었죠.”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진 만들고 싶어

창녕군 이방면 우포늪.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틈틈이 경주 양동마을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0년에는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의 작품도 주목을 받았다. 그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되면서 <그들의 이야기-양동마을>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도 열었다.

양동마을은 15~16세기 이후 월송 손씨와 여강 이씨 두 명문가가 대대로 살아온 조선시대 양반마을. 전통 기와집 80동, 초가 220동 등 크고 작은 470동의 옛집과 23점의 지정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경주시 양남면 주상절리.
그는 15년 전 양동마을을 처음 찾았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기록해 보관하고 있다. 양동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고건축물이지만 그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찍는다. ‘양동마을의 진정한 매력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5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가깝게 지내던 어르신 중 고인이 되신 분이 많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관광객이 많아졌지요. 요즘은 기와집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외국인, 주민들과 섞여 있는 관광객 등 양동마을 속 외지인의 모습을 찍고 있어요.”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
사진가로서 그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그런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 대상에 먼저 동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사진집엔 ‘가장 우리 땅 같고 가장 우리 삶 같은’ 그림들이 가득하다. 볼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늘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함께 일깨우는 참 ‘고마운’ 책이다.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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