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최광호

실험적인 작업하던 사진작가, 평창 작은 마을에 둥지 틀다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김도균 

강원도 평창읍 다수리에 가면 사진작가 최광호씨의 작업실과 전시공간이 있다. 5년 전 이곳에 자리 잡은 그는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마을 사진축제를 열기도 한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이곳에 요즘 그의 사진을 보기 위한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폐교를 개조해 전시공간으로 쓰는 ‘갤러리 다수리’와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제공 : 최광호(http://cafe.naver.com/kwangho2513)
폐교가 된 다수초등학교 자리에 둥지를 튼 ‘갤러리 다수리’에는 수령 50여 년이 넘는 목련나무 두 그루가 있다. 매년 목련꽃이 환하게 봄밤을 밝힐 때면 사진 토크, 퍼포먼스 등으로 목련축제를 연다. 예술가뿐 아니라 동네 사람도 참여하는 잔치다.

1993년 폐교가 된 다수초등학교는 5년 전부터 최광호씨가 전시공간과 작업실, 사진교육장(최광호사진학교)으로 활용하면서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사진가 최광호씨는 신구대학 사진과를 졸업한 후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보도사진,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뉴욕 NYU에서는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도쿄국제사진비엔날레 교세라상(1999년), 1회 동강사진상(2002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동강사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그동안 <최광호 사진-가족>(노암갤러리, 서울) <땅의 울림-숨소리, 생명소리, 걸음소리>(갤러리담, 서울) <봄여름가을겨울>(워싱턴스퀘어이스트갤러리, 뉴욕) <3년 만의 나의 이야기>(고시니갤러리, 오사카) 등 개인전을 열었다.


일본의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그의 가족사진에 대해 “가족사진이 어떻게 ‘시와 진실’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매 순간을 기록하면서 기념해야 나올 수 있는 사진의 정도(正道)가 바로 그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 졸업 후에도 제 작업을 하고 싶어 스튜디오에 들어가지 않았지요.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까지 하면서요.”


저명한 사진작가 주명덕 선생이 스튜디오에 들어오라고 하는데도 감히(?) 가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1년에 한 번 전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 중 6개월 동안은 막노동으로 돈을 벌고, 6개월 동안은 사진을 찍으러 다녔어요. 그러다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의 사진을 촬영하면서 우리 땅에 대해 눈을 떴지요. 삶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진이 예술이 되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사진은 저에게 신앙과 같아요. 분명 사진을 통해 제 인생이 새로워졌습니다.”

가족 1978

물 많은 마을 다수리의 폐교에 만든 갤러리와 작업실


다수리는 물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작업실로 쓸 폐교를 찾아 강원도 구석구석을 뒤지던 그는 이곳에 정착했다. 갤러리에는 최광호 작가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고, 다른 작가 작품 전시회도 열린다. 지금은 포토그램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다. 포토그램은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화지 위에 물체를 놓고 빛을 쬐어서 생기는 그림자로 이미지를 만드는 기법인데, 이 기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그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한 번에 한 장밖에 나올 수 없는데, 빛의 세기와 방향, 양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작품 중에는 처음 이 학교에 이사오면서 심은 포도나무와 함께 찍은 셀프누드도 눈에 띈다.

민트빛 복도에는 그가 작업도구로 활용했던 꽃과 식물, 물병, 호박, 옷 등의 소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사진드로잉’ 작업을 한 인화지가 복도를 메우고 있다. 인화지에 입던 옷을 걸레질하듯 쓰윽 훔치는 ‘사진드로잉’도 그의 작업 형태 중 하나다.

“마음을 깨끗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방법이었어요. 그래서 입던 옷을 활용했습니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암실이다. 암실에 들어가니 갖가지 인화 도구, 그리고 작업 소재로 쓰인 나뭇가지 등이 눈에 띄었다. 낮에는 관람객이나 손님 등 방문객이 많아 밤에 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포토그램_ 생명의 순환, 2007
지난해에는 평창에서 함께 작업하자며 모인 다섯 사람(그와 김순옥・이기화・허윤정・서용관)이 사진전 <평창의 잡초>를 열기도 했다. 풀밭에 누드로 누웠던 그는 “태풍이 오는 날 바람에 휘날리는 잡초 속에 몸을 던져 잡초와 뒤엉키며 나를 느끼고 평창을 느꼈다”고 한다.

“제 고향이 강원도 강릉입니다. 강원도에서 갤러리와 작업실을 마련한 것은 ‘고향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평창읍 전체가 갤러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지요.”

그동안 사진 작업에서도 땅이나 곡식, 가족 등 근원적인 요소들에 대해 천착해온 그가 이곳에 있는 게 낯설지 않다. 사진 작업, 그중에서 포토그램이나 셀프누드같이 전위적인 작업을 하는 그를 보고 처음 동네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라며 낯설어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작은 마을 다수리는 사진마을로 점차 진화해가고 있다. 평창읍 버스터미널 근처 전통시장인 ‘평창올림픽시장’과 그 주변 거리에는 그의 작품이 1년째 전시 중이다. 그래서 평창읍 사진예술 명품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사람들도 제가 하는 일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는 ‘뭘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우리 집 앞에 사진을 걸어달라’는 요청이 많을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이곳 버스터미널에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시장이며 골목을 다니면서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군에 제안해서 이루어진 겁니다.”

포토그램_ 생명의 순환, 2006
사진예술 명품거리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평창의 자연과 사계절을 4년여 동안 작업한 것들이다. 한쪽에는 평창문화원에서 그의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평창군 용평읍 도사리에 관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진행해왔다. 도사리는 70가구 남짓 사는 작은 마을이다.

“도사리 마을 주민들이 예전부터 먹어온 감자국수라든가 특히 식생활을 기록하고 있어요.”

그는 이외에도 부산고은사진관에서 의뢰한 <부산참견록 프로젝트>의 일환인 부산해안선 기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그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땅에 제사를 지내듯이. 그의 작업이 땅, 그리고 그 땅에서 사는 사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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