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토메 / 마이홍대

게스트하우스, 문화와 나눔을 품다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게스트하우스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서울에만 300여 곳이 등록돼 있고, 이 중 100개 이상이 올해 신설됐다. 특히 젊은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홍대 주변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부를 만큼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겨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문화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콘셉트로 여행객을 사로잡고 있는 홍대 인근에 위치한 두 게스트하우스, ‘수토메’와 ‘마이홍대’를 찾았다.

사진제공 : 인스파이어드 바이 조조(INSPIRED BY JOJO)
수토메 sutome

전시와 창작, 휴식공간이 어우러진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


수토메는 홍대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마포구 망원동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수토메라는 이름은 ‘추억의 여행가방(Suitcase of memories)’에서 따온 것으로, 신디 로퍼의 노래 ‘Time After Time’ 중에 나오는 가사다.

올 2월 문을 연 수토메의 주인은 홍윤경(31) 대표와 어머니 이옥로(55)씨.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 전문 출판사와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던 홍 대표는 전공을 살려 게스트하우스를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1970년대 지어진 오래된 주택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수토메는 마당이 있는 2층집으로, 작가 레지던시와 게스트하우스,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마당과 이어진 지층의 방 3개와 거실은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보증금 없이 방의 크기에 따라 40만~60만원의 월세를 받는데, 작업 환경이 좋아 벌써 대기자가 있을 정도다. 1층 게스트하우스에는 1인실(5만원)과 2인실(6만5000원), 도미토리 형태의 4인실(침대당 2만5000원)이 있다. 홍씨와 어머니는 실내 계단으로 연결된 2층에서 생활한다.


화이트 톤으로 화사하게 꾸민 거실은 곳곳에 배치한 감각적인 소품·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오픈 직후 개최한, 수토메의 첫 전시회였던 건축가 박정연의 드로잉전은 방문객 수가 하루 20~30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림도 적지 않게 팔렸다. 홍 대표는 “이 전시를 통해 느낀 것이 많다”고 한다.

“작지만 제가 만든 공간에서, 제가 하고 싶은 전시를 하는데 그걸 또 많은 분이 와서 보고 즐거워하는 거예요. 예전에 상업 갤러리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이 있었어요. 값비싼 그림들이 걸려 있지만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여느 갤러리의 풍경과 대비되면서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그림에 대해,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뿌듯했어요.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죠.”


각자 베개 들고 와 편안하게 영화 감상하는 ‘수토메 무비 나이트’


매주 월요일 저녁엔 흰 벽을 스크린 삼아 영화를 상영하는 ‘수토메 무비 나이트’를 연다. 최근까지 한국영화의 거장 이만희 감독 특집전을 열었다. 이만희 감독의 열성팬인 그는 “그 시대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게 영상물”이라며 “순전히 내 취향에 맞춰 기획한 것이지만(웃음), 다들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방식도 더없이 자유롭다. 집 앞에 내건 ‘무비 나이트’를 알리는 현수막엔 아예 ‘Bring your own pillow(베개를 가지고 오세요)’라고 큼지막하게 써 붙였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편하게 영화를 보라는 뜻이다. 투숙객이 아니라도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프로그램 덕분에 수토메는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초기에는 외국인 손님보다 내국인 손님의 비중이 월등히 많았지만 지금은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 현지에서 직접 수토메 홈페이지에 들어와 예약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여행객도 있고, 업무상 출장온 사람도 있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수토메를 알리고, 문화공간으로 가꾸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홍 대표의 몫이라면, 여행객이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은 어머니 이옥로씨다.

주부일 때도 유난히 깔끔한 살림 솜씨로 이웃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던 이씨는 지금도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쓸고 닦는다. 침구 관리에 특별히 신경 쓰고, 수건은 매일 삶는다. 뽀송뽀송 잘 마른 수건을 받아들고 “게스트하우스에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 수건은 정말 감동”이라고 표현한 고객도 있다.



딸의 디자인 감각과 엄마의 깔끔한 살림 솜씨가 만난 수토메는 게스트하우스이자 문화사랑방 역할을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제안한 사람은 이씨였다. 결혼 이후 살림 잘하고, 인심이 넉넉했던 그의 집에는 늘 사람이 들끓었다. 외국에서 살다 잠시 귀국한 친척들도 그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그에게 손님 치르기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다. 마음 한켠에 ‘동네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이씨는 딸 덕분에 오랜 소망을 이루었다. 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일하는 이유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홍 대표도 게스트하우스 일이 재미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가끔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살고 있는 나를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며, “이곳에 와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곳만 보면서 달려왔는데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제가 있었던 곳이 얼마나 작은 세상인지를 알게 됐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작업을 하니, 정해진 틀 안에서 생활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재미와 활력이 있어요.”

요즘은 유명세를 얻으면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나면 대부분 생각을 접는다. 그 역시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기에 모녀는 앞으로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생각이다. 홍 대표는 “수토메가 단순한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나누고, 다양한 사람이 만나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홍대

체험하고, 소통하고, 나누며 여행의 진짜 의미를 찾아가는 공간


올 7월 문을 연 마이홍대는 청년 창업가 김수찬(29) 대표가 만들었다.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게스트하우스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경남 합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평범한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그는 줄곧 모범생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ROTC로 다른 지역 학생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객관식 같았다’고 생각한 그는 군복무를 마친 후 제주도로 도보여행을 떠났다.

열흘 동안 200km를 걷는 여정에서 그는 운명처럼,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씨(본지 2013년 7월호 소개)를 만났다. 한국 농업의 해법과 대안을 찾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국내외를 여행하는 강씨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강씨의 모습은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던 그에게 새로운 열정을 심어주었다. 그 무렵 비빔밥 알리기 세계일주팀이 꾸려졌고, 지인을 통해 그에게도 제안이 왔다. 현재 3기까지 배출된 ‘비빔밥 유랑단’ 1기 멤버가 된 그는 9개월 동안 4대륙을 순회하며 한국과 한국의 음식 문화를 소개했다. 한류의 열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가요, 드라마, 음식, 패션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접한 그는 문화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여행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객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니까 잘 채워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지요.”

작지만 아늑하게 꾸며진 7개의 객실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늘 북적인다.
이미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성업 중인 현실에서 그는 차별화 전략으로 문화 체험과 공간 공유, 나눔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부여했다. ‘Love Traveler’ ‘Feel Culture’ ‘Share Space’가 그것. 즉, 여행자에게 필수적인 ‘공간’을 기반으로(Love Traveler),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접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Feel Culture), 기부(1박=1달러)를 유도해 참여가치를 공유하는(Share Space) 것이 마이홍대의 지향점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기부다. 마이홍대는 투숙객이 내는 숙박료 중 1박당 1달러를 적립해 소외 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쓴다. 그 첫 행사로 지난 10월 2일 녹동초교 소록도분교와 시산분교 학생과 교사를 초청, 방을 내주고 2박 3일간 서울 구경을 시켰다. 초미니학교인 두 분교의 학생은 모두 합쳐 9명.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여행을 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아이들은 3일 내내 “신기하다” “재미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외국인 투숙객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 일이 거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저녁이면 지인들이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마이홍대를 찾았다. 그 자리에 모인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꿈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일종의 ‘즉석 멘토링’이었다.

“행사 기간에 여기 묵은 투숙객들은 자신이 낸 돈이 이렇게 의미 있게 쓰인다는 것을 알고 좋아했어요. 먹거리를 들과 와 저를 후원해준 지인들도 그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했고요. 작은 나눔이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아 저도 뿌듯합니다. 도미토리 룸에 있는 이층침대를 보고 ‘어린이 호텔 같다’고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와요. 감사하다고, 편지까지 보내왔어요. 선생님들이 답례로 보내주신 미역이랑 유자차도 잘 먹고 있습니다.”

그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무료 숙박권을 선물했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오면 언제든 무료로 재워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는 “이 숙박권을 몇 명의 아이들이 사용할지 모르지만 서울 하늘 아래 너희들이 머물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주관, ‘창조관광공모전’에서 대상 수상


연남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마이홍대는 주택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재미있는 구조의 게스트하우스로 변신시켰다.

이 중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옥상. 데크로 꾸민 옥상에서는 인디밴드의 공연이 열리고, 특강이 열리는 강연장으로도 변신한다. 여름이면 바비큐 파티도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은 종종 이곳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공사대금은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제3회 창조관광공모전’ 예비창업자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4950만원)으로 충당했다. 당시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팀장은 “숙소는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자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마이홍대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에 ‘나눔’이라는 가치를 심어 운영자와 여행자가 서로 공유한다는 점이 다른 업체와 차별된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마이홍대 나눔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였던 소록도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
그는 여행객들이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돌아가기를 바란다. 숙박객들을 위해 한국문화체험데이를 마련, 음식·케이팝·서예·한글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 하면, 게스트하우스에 상주하며 여행객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자세하게 일러준다. 저녁 시간에 ‘홍대 투어’를 원하면 함께 나가 놀아주기도(?) 한다.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객을 생각해 빵, 우유, 시리얼, 삶은 달걀 같은 먹거리를 상비해놓아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 한 것도 마이홍대의 특징이다. 여행객의 사정을 잘 알기에 가능한, 세심한 배려다.

“여행객들에게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지내다 간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오랜 타지 생활과 여행에서 제가 느꼈던 따뜻한 숙소와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외국인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마이홍대를 문화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싶다는 김수찬 대표. 나눔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면 동남아 지역 아이들에게도 여행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그는 “마이홍대라는 브랜드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국내외로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꿈을 밝혔다.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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