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 ‘웃어밥’ 대표

사람들에게 건강한 밥,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고 싶어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매일 오전 6시 50분, 이대역 3번 출구에는 요리사 옷을 입고 “한입 먹으면 즐거움 가득”이라고 쓰인 커다란 족자 아래에서 주먹밥을 파는 세 명의 청년들이 있다. 이곳의 명물이 된 주먹밥 브랜드 ‘웃어밥’을 들고 나온 ‘주먹밥 청년들’이다.
웃어밥의 최성호·금태경씨.
최성호・최종은・금태경씨로 구성된 삼총사가 2012년 5월 7일 첫 번째 웃어밥의 주먹밥을 선보이던 날, 이들은 아침에 등교하는 이대생들에게 따뜻한 주먹밥을 권하며 “오늘 하루도 즐겁게!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을 외치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호텔요리사처럼 차려입고 쉴 새 없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주먹밥을 파는 이들은 순식간에 이대 앞에서 스타가 되었다.

“새벽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저희들이 인사하는 걸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단골이 하나 둘 생기는 걸 보면서 힘이 절로 났어요. 힘들어도 웃어야 ‘웃어밥’이니까요.”

이들이 우렁찬 목소리와 재치 있는 멘트로 인사를 하게 된 것은 이른 아침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아침에 보면 웃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요. 단순히 주먹밥을 팔기보다는 무엇인가를 더 주고 싶었어요. 주먹밥을 사든 안사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크게 인사했어요.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아자아자 파이팅!’하면서요. 지나가던 몇몇 분이 저희를 보고 웃더군요. 그때부터 다른 멘트도 더 하게 됐죠. ‘활기찬 아침입니다. 오늘도 파이팅!’ ‘오늘 시험이시죠?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라고 응원했더니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니 저희도 힘이 났습니다.

저희는 거의 계속 외쳐요. 주먹밥을 먹으면서 힘을 내고, ‘파이팅!’이라는 인사를 들으면서 또 한 번 힘을 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서울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웃어밥’.
창업 멤버인 삼총사는 고향 친구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충북 청주와 강원도 강릉에서 대학을 나온 이들은 요리를 공부한 적은 없지만 주먹밥이라면 여러 가지로 응용해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맥도날드와 같은 주먹밥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상경했다. 외식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조차 전혀 없던 이들은 외식업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각자 이탤리언 레스토랑, 푸드코트, 떡볶이집, 일식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노하우를 익히기 위한 현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밤마다 모여 어떤 메뉴를 가지고 창업하는 게 좋을지 아이디어 회의를 이어나갔다. 익숙한 아이템이지만 차별성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해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한 이들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주먹밥’에 주목했다.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땐 기꺼이 돈을 내지만,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부담스럽잖아요. ‘든든하고 맛있는 밥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는 없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저희 모두 지갑이 가벼운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알고 있었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밥은 꼭 압력밥솥으로 짓는다. 차지고 쫀득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끼니를 대충 때우려고 컵라면이나 패스트푸드같이 접하기 쉬운 것만 찾다보면 건강에도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웃어밥’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웃어밥의 주먹밥 메뉴에는 치킨마요, 매콤달콤불닭, 야채돌자반, 요거트참치 등이 있다. 특별한 메뉴라고도, 빼어난 맛이라고도 할 순 없다. 이들은 웃어밥의 주먹밥이 ‘맛집’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웃어밥은 최성호 대표가 학창시절 청주에 살 때 자주 들렀던 주먹밥집 레시피를 접목시켰다.

“웃어밥의 주먹밥은 어머니가 집에서 만들어준 것처럼 소박하고 따뜻한 맛이었으면 했어요. 조미료 등 몸에 좋지 않은 재료는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죠.”


자극적인 맛으로 반짝 이목을 끌기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약재를 우려낸 물로 닭가슴살을 데쳐내는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지만 위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썼다. 여름에도 꼭 긴 바지를 입는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같이 주먹밥 만들 재료를 준비하고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교대로 주먹밥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한다. 합숙을 하는 이들은 하루를 마치면 밤 12시가 되기 때문에 하루 4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하루 종일 웃음기를 거두지 않는다. 이대 앞 인근 상인들의 민원에 웃어밥 노점을 철거당하기도 했지만, 카페 ‘라떼킹’에서 테라스 공간을 선뜻 내주어 라떼킹 테라스에서 주먹밥을 판매했다. 그리고 4개월여 후인 2012년 9월엔 이화여대 후문 쪽에 작은 점포를 열고, 이어 을지로역 입구에 2호점을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웃어밥과 같은 일터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먼저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같은 커피라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대충 내린다면 맛이 없겠죠. 주먹밥도 같아요. 기분이 나쁠 때는 아무리 신경 써도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거든요(웃음). 결국 우리가 좋아야 고객도 좋은 게 아닐까요?”

이들의 최종 목표는 미국에 우리 음식을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대구 하면 사과! 이대 하면 웃어밥! 주먹밥으로 스탠퍼드 대학에 가는 그날까지 지켜봐주세요!”라고 구호를 외친다. 그들은 웃어밥의 로고처럼 싱글벙글 웃으며 “지금은 이대점, 을지로역점부터 자리를 잘 잡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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