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꿈 찾아주기 위해
진로 잡지 〈MODU〉 만든 권태훈 대표

대학 진학과 취업 외에 꿈이 없다고요?

글 : 최용준 인턴기자(경희대 2)  / 사진 : 김선아 

권태훈 대표는 공부를 잘했다. ‘일단 좋은 대학에 가고 보자!’가 머리에 박혀 있었다. 고3 때 자신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서울대에 갔다. 진로고 적성이고 뭐고 재수해서 서울대 경영대에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경영’에 대한 환상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1년 동안 죽어라 문제집만 풀었다.

결국 06학번으로 서울대 경영대에 입학, 꿈에 그리던 목표를 달성했다.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을 때 그 기쁨은 온데간데없었다. 막막했고 두려웠다.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목표인 취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한 선배를 만났다. 바늘구멍이라는 언론사 공채에 합격하고 워싱턴 특파원 발령까지 받은 선배였다. 모든 이가 바라는 꿈의 자리. 그러나 선배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니 처음 열정이 3개월 만에 식었다고 하더군요. 그러곤 솔직해지라고 하셨어요. 스스로에게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물어보라고요. 그 질문 앞에서 자신을 똑바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직업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라는 거였죠.”

남과 다른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의 한숨 소리가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창업이 머리에 들어왔다. 찬찬히 아이템을 떠올렸다. 문득 대학에 들어와서야 ‘뭘 할까?’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때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등학교 시절 스스로 고민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저 서른 살 정도까지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목표라고 해봐야 대학 진학하고 취업하는 게 다였으니까요.
그 직업을 왜 선택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같은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은 안 하고요.”


후배들은 다르게 살도록 도와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청소년을 위한 진로 잡지였다. 2011년 1월 구상에 들어갔다. 서울대생 친구들끼리 모여 어떻게 만들지 기획했다.

“오직 패기만 갖고 뚝딱뚝딱 만들다 보니 빨리 만들었어요. 창간호가 조악하긴 하지만(웃음) 잡지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오히려 쉽게 창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잘 알면 꼼꼼하게 따지느라 창간이 늦어졌겠죠. 4학년이던 2011년 5월에 첫 호를 발행했습니다. 청소년 진로 잡지로는 국내 최초입니다.”

잡지 이름은 〈MODU〉로 지었다. ‘Make Opportunity, Dreams Unlimited’의 약자다.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한계 없는 꿈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미다. 권태훈 대표는 특히 청소년들의 ‘기회’에 주목했다.

“기회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청소년들 모두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 다른 하나는 평등의 기회입니다.”

그는 학창시절 환경에 따라 진로가 정해지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진로를 선택하는 데도 강남・강북이 다르고, 서울과 도서산간이 다르다. 그 역시 대구에서 왔는데 서울과의 격차에 참 많이 놀랐다. 정보격차 해소 외에도 비슷한 삶을 살고, 비슷한 직업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MODU〉는 학생들이 무료로 학급이나 학교 도서실에서 볼 수 있다. 〈MODU〉를 학교에 공급하기 위해 그는 발로 뛰어야 했다. 무작정 학교에 찾아갔다. 서울・경기 지역 중고등학교는 거의 다 돌았다. 학교에서는 무료라는 말에 오히려 의심을 품었다. 그는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광고와 협찬을 받아 제작비를 충당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화가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회는 땀 흘리는 자에게 오는 법.

“2011년 하반기에 진로교육박람회에 참여했어요. 마침 서울시 교육청 진로직업 교육감에서 파견된 장학사가 계셨는데 〈MODU〉를 좋게 보시더라고요. 저희 취지를 듣더니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라고 하시면서 교육청 협약을 통해 유통 문제를 해결해주셨어요. 전국 학교의 유통망을 공식적으로 갖게 된 거죠.”

〈MODU〉의 공익적 성격은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SK와 행복나눔재단이 주최한 ‘세상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서 3위를 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후원하는 ‘경기인천청소년소셜벤처경진대회’에선 최우수상을 받았다. 〈MODU〉는 현재 전국 2000개 학교에 2만 부 정도 배포된다. 전라도, 강원도의 소규모 학교에까지 배송되고 있다.

무료라고 해서 콘텐츠가 약한 것은 아니다.

잡지는 창간 취지에 맞게 진로, 학업 등 다양한 교육정보를 중심으로 꾸민다. 직업 소개, 학과 소개, 대학교 입학 정보, 롤 모델 인터뷰 등을 싣는다. 〈MODU〉는 청소년들에게 선생님처럼 다가가지 않으려고 한다. 자칫 글에 익숙하지 않은 10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콘텐츠와 더불어 10대의 라이프스타일, 표지모델, 연애 상담 등 흥미로운 주제로 예능적 성격을 더하고 있다.

“‘고딩은 모르는 이야기’ 라는 코너가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몰랐던 테마로 대학생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거죠. 옆집 형처럼 이야기해주는 말랑말랑하고 편안한 코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 대표는 잡지 콘텐츠 이외에도 오프라인으로 청소년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교에서 10대를 위한 강연을 한다. 대학생과 함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잡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보충해주는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 동아리를 후원하기도 했다. 다올미디어라는 청소년 자치 미디어 동아리였다. 〈MODU〉의 재정적, 실질적 후원으로 다올미디어는 UCC를 제작했다. 입시에 목매야 하는 10대의 현실을 담아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해서 <레스쿨제라블>이라고 제목을 지었다. 실제 학생들의 뮤지컬로 진행되는 <레스쿨제라블>은 이외수 등 파워 트위터리안에 의해 리트윗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초창기 교내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던 〈MODU〉는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정식 에디터와 광고담당 직원을 채용해 잡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권태훈 대표는 청소년들에게 ‘도전하는 꿈은 진화한다!’고 말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

“고등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딱 3개월,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뻤어요. 그 이후에는 고등학교 때처럼 똑같이 불안했어요. 제가 선택한 경영학이 재미있어서 다행이지만, 혹시 적성에도 안 맞는데 점수에 맞춰 지망했다면 크게 고민하고 후회했겠죠. 남과 똑같은 길을 가면 비슷한 생각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얻을 기회가 없으니까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요. 자신의 진짜 재능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남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니까요.”
  • 201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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