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예술공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개항기의 흔적을 담은 스트리트 뮤지엄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인천 개항기의 흔적에 예술을 덧입힌 복합문화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은 도심 재생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벽이 없는 박물관(Museum Without Walls)’이라 불리는 미국의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뮤지엄, 중국 베이징의 따산즈 예술지구 등도 비슷한 예다.

자료제공 : 인천아트플랫폼 www.inartplatform.kr
인천역 근처에 있는 인천아트플랫폼(舊 중구미술문화공간, www.inartplatform.kr)은 1880년대 후반 지어진 건물을 비롯,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역사문화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인천광역시가 중구 해안동에 있는 근대 건축물과 인근 건물들을 매입해 갤러리와 전시관, 공방, 공연장 등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 곳.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옛 거리에는 카페와 세탁소, 음식점 등 일상의 공간도 공존한다.

해안동 일대에는 1883년 개항 직후와 1930~40년대 지어진 근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형성된 한국 최초의 차이나타운, 1888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인 자유공원 등이 이곳에 있다. 자유공원 일대는 개항 당시 중국과 일본, 서구 열강의 조계지가 설치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조계지 계단, 제물포 구락부, 인천우체국, 청국영사관 회의청 등 우리 근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다. 근대 건축물뿐 아니라 근대 도시계획으로 형성된 인천의 옛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중앙청으로 오르기 전에 마주한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 건축물인 舊 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 등 13개의 건물을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리모델링했는데, 그 일대가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붉은 벽돌로 된 공연장은 1948년에 건립된 대한통운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대형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었던 커다란 철제 대문이 개성 있는 디자인 요소로 부각됐다. 마침 공연장에서는 7월의 ‘플랫폼데이’에 공연하는 <사라 바트만>의 리허설이 열리고 있었다. 플랫폼데이는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무료공연 프로그램이다.

<사라 바트만>은 19세기 인종 차별의 상징적인 인물인 사라 바트만(1790~1815)을 주인공으로 한 공연으로, 2002년 한국뿐 아니라 남아공, 케냐 등 아프리카에서 순회공연한 작품이다. 당시 아프리카 언론은 ‘이 극은 인류 보편의 상처를 찾아 각자의 내면으로 향해 가는 신비한 여행을 다루고 있다’ ‘사라 바트만을 다룬, 한국에서 온 용감한 희곡이 연극의 전통을 과감하게 전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엉덩이가 유달리 튀어나왔던 남아프리카 출신 사라 바트만은 프랑스 등 유럽을 돌면서 인종전시를 당했던 인물이다. 돈벌이를 위해 사라 바트만을 구입한 영국인은 대학, 광장, 서커스 등에서 바트만을 나체로 전시했고, 바트만은 이후 동물 상인들에게 팔려 다녔다. 186년 동안 프랑스 박물관에 뇌와 생식기가 분리된 채 소장되었던 사라 바트만의 시신이 아프리카로 돌아간 데는 시 한 편의 힘이 컸다. 다이아나 퍼러스의 시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다.

‘나, 당신을 해방시키려 여기 왔나이다/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집요한 눈물로부터/제국주의의 마수를 가지고/어둠 속을 살아내는 괴물/
당신의 육체를 산산히 조각내고/당신의 영혼을 사탄의 영혼이라 말하며/
스스로를 궁극의 신이라 선언한 괴물로부터!/나, 당신의 무거운 가슴을 달래고,/
지친 당신의 영혼에 내 가슴을 포개러 왔나이다.’

아트플랫폼은 오래된 건물뿐 아니라 공연과 전시를 통해서도 이처럼 인간과 예술의 본질,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건물은 원래 1933년 일본 조계지 내에 지어진 해안동 창고로, 인천지역 예술가들이 ‘피카소 작업실’로 사용하다가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했고, 일본 조계지 내에 있던 점포형 주택은 커뮤니티관으로 바뀌었다. 오래된 목제 유리창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건물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재)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데,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작업실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해외 기관과의 파트너십 체결, 작가 교환 프로그램 등 국제교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봄에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2013 PLATFORM ACCESS’를 통해 전시했다.

참여 작가는 올리비아 발렌타인(미국), 요르그 오베르그펠(독일), 조지 카비에세스 발데스(칠레), 줄리앙 쿠아네(프랑스), 앤지 아트마드자자(인도네시아), 리앗 리브니(이스라엘), 김기라(한국) 등으로 국적도 다양하다. 지난해 9월에 열렸던 <평화의 바다_물위의 경계>전은 플랫폼이 지향하는 바를 짐작케 하는 전시였다.


2011년 시작한 ‘평화미술 프로젝트’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는 인천의 지정학적인 위치를 감안, 분쟁의 현장을 예술적 관점에서 접근한 프로젝트다. ‘백령도 평화예술 레지던시’에는 다양한 국적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 시민과 함께하는 야외공연인 인천유랑콘서트도 열리고 있는데, 계양산 야외공연장, 영종도 세계평화의 숲, 인천대공원, 창대시장 일대, 송도 센트럴파크 등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에서 공연하고 있다.
  • 201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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