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변현주 사무국장

강원도 고성에서 마라도까지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왔어요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시장 가는 길에 잠깐씩 들르는 마을도서관,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 평범한 일상. 도서관과 함께하는 삶이 서구를 문화강국으로 만든 원천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구석구석 도서관을 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강원도 고성에서 마라도까지 우리나라 전역에 작은 도서관들이 들어서도록 노력해왔다. ‘좋은 책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www.smalllibrary.co.kr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27년 동안 문화혜택에 취약한 농어촌, 도서벽지에 작은도서관(문고) 개설 사업을 해왔다.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변현주(전 MBC 아나운서)씨를 만나 작은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벌인 ‘학교마을도서관만들기’는 학교도서관을 마을 사람들에게 개방해 문화적 혜택을 넓히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요즘 시골에 가면 아이들을 찾기 어려워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적은 인원이라도 적절한 독서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절실합니다. 또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면 마을 전체의 문화시설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학교마을도서관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골 지역, 면 단위로 1개 이상 도서관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학교마을도서관은 책 읽는 공간일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 27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에서 이제까지 개설한 도서관은 전국에 240여 군데. 처음 도서관이 만들어질 때 새 책 3000권을 지원하는데, 학교도서관이라는 특성상 어린이 책이 70%, 성인 책이 30%로 구성된다. 책을 읽은 후 토론, 연극하기, 낭독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명예대표인 김수연 목사가 1987년 ‘좋은책읽기가족모임’을 시작하면서 도서관만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은 사재를 털어 작은도서관을 운영했는데, 2005년부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문화 소외지역에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책을 팔려는 게 아닌가’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해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관심을 갖고 후원해주면서 이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마라도에 도서관을 만들러 갈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마라도 분교로 가는 길에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책을 실은 버스 4대를 배에 싣고 가는데, 마음이 설레었지요. 《탈무드》에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그들에게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섬마을 아이들이라고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보여주는 대로 자라는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어른이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요.”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 시골일수록 도서관이 더욱 절실하다고 그는 말한다. 어머니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경우 마을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이 그만큼 크다. 2007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 MBC, 국민은행과 함께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36개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처음 개관한 증도1호관을 비롯해 강릉시청 18층 스카이라운지에 조성된 도서관, 순천만 풍덕 글마루작은도서관,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 천안 성정1동 작은도서관, 가나의 작은 마을 아보코비와 단파마을 도서관 등이다.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의 책상 옆 벽엔 특별한 청첩장이 붙어 있다.

“조촐한 가족모임으로 결혼식을 대신하고, 결혼식 비용은 도서관을 짓는 데 보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며 도서관 후원에 함께해주시면 더없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강원도 태백에 사는 부부는 청첩장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좋은 책을 접하고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의논 끝에 결혼식 비용을 줄이고, 이를 뜻 깊은 일에 쓰기로 했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일반인도 이 부부처럼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단다. 변 국장이 이 일에 합류한 지는 10년째다. 청주에서 서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덕분에 그는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웠고, 책을 좋아했다 한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명예대표를 만난 후 그의 삶은 방향이 바뀌었다.

“김수연 대표님이 사재를 털어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기자 출신인 김수연 대표와는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을 함께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작은도서관 실태조사를 했는데, 이제 중요한 것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운영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작은도서관에 깃든 사연도 많다. 평창의 ‘눈마을 도서관’은 평창에 이사온 한 시인의 공부방에서 시작됐다. 이곳으로 지역주민들이 찾아와 함께 책을 읽다 도서관 만들기 거리 캠페인을 했고, 이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다. 대구의 작은 도서관 아띠는 엄마들 6명이 협동조합 형태로 만든 도서관으로, 어머니들이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다.

어렵게 도서관을 만들어놓아도 강력한 ‘경쟁상대’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바로 사설학원이다. 중학생만 되어도 학원에 시간을 빼앗겨 요즘 도서관은 초등학교 저학년만 찾는 곳이 되고 있다. 그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도서관으로 불러들일까가 고민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문화센터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책을 읽는 곳’이라는 본연의 목적이다. 책을 읽는 게 습관인 것처럼 도서관에 다니는 것도 습관이다. 이제 주말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 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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