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원박람회 열리는 순천만,
제대로 즐기기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부르는 순천만을 품은 남도 300리길. 중국 장가계(張家界)의 ‘공중정원’처럼 순천만도 우리의 무의식을 대변하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순천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한층 열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정원은 박람회장 밖 순천만에 있다. 순천만을 지나 갯벌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포구마을이 이어지고, 고려시대 창건한 동화사길이 나온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만들어낸 항아리 모양의 순천만(順天灣)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여수 쪽에서는 여자만(汝自灣)이라고 부르는데, 이 만(灣)의 중심부에 위치한 여자도(汝自島)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만에는 여자도뿐 아니라 낭도・적금도・둔마도・조발도・대여자도・소여자도・장도・지주도・백일도 등의 섬들이 있다. 약 2640만㎡에 이르는 순천만 갯벌은 자연생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적 가치가 높아 2003년 12월 26일 해양수산부 연안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의 비경은 일찌감치 문학의 무대로 등장했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으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곽재구의 《포구기행》 등이 있다.


순천만은 현재 벌교와 함께 람사협약(Ramsar Convention) 보호습지로 등록되어 있는데, 2006년 한국 최초로 등록되었다. 람사협약의 정식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습지는 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가치가 큰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점진적 침식과 손실을 막기 위한 장치다. 순천만의 자연갈대 군락과 억새, 사초, 갈새, 염습지 식물인 칠면초 군락은 새들에게는 안온한 은신처이자 채식지다.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 혹부리오리 등 희귀조류가 가득한 이곳 갈대밭 데크길을 걷다 보면 자꾸 걸음을 멈추게 된다.



50만m2(15만 평)의 순천만 갈대밭. 희귀조류 등 조류 140종이 서식하고 있다.
순천만의 최고 비경은 노을이 질 때다. 멀리 보이는 갯벌을 따라 바다가 이어지는데 그 길이 아득해 그리운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용산전망대에 올라가 물길이 S자로 휜 풍경을 보노라면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이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안개 낀 풍경은 또 어떤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아련한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별량 화포. 순천만을 지나 포구마을이 이어진다.


‘별량면 꽃산너머 동화사길’.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를 떠나고 없다.”

‘남도 삼백리길’ 걷기길

‘남도 삼백리길’은 별량 화포에서 출발해 동화사에 이르는 ‘꽃산너머 동화사길’(2코스·20km) 외에도 11개
코스가 있다.

1코스 순천만갈대밭길 / 3코스 읍성가는길(14km) / 4코스 오치오재길(20km) / 5코스 매화향길(25km) /
6코스 삽재팔경길(15km) / 7코스 과거관문길(19km) / 8코스 동천길(12km) / 9코스 천년불심길(12km) /
10코스 이순신 백의종군길(25km) / 11코스 호반벚꽃길(45km)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2코스 ‘꽃산너머 동화사길’
전체코스 : 20km, 7시간
별량 화포→죽전→거차→창산→용두→구룡→원산→화산→동화사


별량면의 ‘꽃산너머 동화사길’

순천만을 지나면 갯벌마을이 이어진다. 순천만을 품은 별량면에는 ‘남해안삼백리길’ 중 두 번째 코스 ‘꽃산너머 동화사길’이 있다. 이 구간은 순천만을 지나 일출이 유명한 별량 화포에서 출발해 용두마을, 고려시대에 창건한 개운산 동화사까지 걷는 길이다. 순천만의 푸른 갈대밭을 지나면 꽃이 많다 해 붙여진 ‘화포’를 거쳐 유채와 동백꽃을 보며 이 길을 지난다. 갯마을 앞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어 더 아늑한 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갯벌에 기대어 사는 이들에게 뻘배처럼 소중한 물건은 없을 것이다. 걷다 보면 말목에 매어 있는 뻘배를 만난다.



고려시대 대각국사가 창건한 동화사.
작은 갯마을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마을 용이 바다를 향해 한가로이 구슬을 희롱하며 노는 형국이라 용두라는 이름이 붙은 용두마을, 산세가 용과 같다 해서 구룡마을, 흰 돌이 황새 형상 같다고 해 황새등이라 부르기도 한다. 거차마을에는 말을 타고 순찰하던 장군이 매복한 적의 화살에 맞아 죽자 주인을 잃은 말이 그 자리 그대로 있다 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그 산 이름이 천마산이다. 개운산에 폭 싸여 있는 동화사는 1047년 고려 제11대 문종왕의 넷째 아들 의천 대각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대각국사가 남도를 순례하다 동쪽의 상서로운 구름을 보고 산 이름을 ‘개운’이라 하고 동화사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동백나무가 동화사를 병풍처럼 싸고 있다. 마당 가운데 있는 동화사 삼층석탑(보물 제831호)은 신라시대 석탑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 석탑이다. 석탑 해체과정 중에 청자 사리함과 금동제삼층보탑을 비롯한 사리엄장구가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갯벌과 바다를 만나다 산으로 들어오는 코스는 마치 안온한 집으로 오는 길 같다.

찰스 젱스가 디자인한 순천호수정원.


터키정원.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란 주제로 오는 10월까지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인 찰스 젱스가 박람회장 중심에 순천호수정원을 꾸며놓았다. 호수 가운데 섬은 봉화산을 상징하고 5개의 언덕은 순천을 에워싸고 있는 난봉산・인제산・ 해룡산・앵무산과 순천만을 상징한다. 호수는 순천의 도심을, 호수를 가로지르는 데크는 동천이다. 세계정원, 테마정원, 참여정원 등으로 나뉘어 있는 이 박람회장에서는 23개국 83가지 정원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약 56만㎡(17만 평)에 조성된 세계정원 구역에서는 프랑스・중국・독일・네덜란드・미국・이탈리아・스페인・영국・일본・태국・인도 정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 국제습지센터, 문화예술공연, 국제학술회의, 생태체험 등의 행사도 펼쳐진다.

네덜란드 정원.
박람회장에는 조각과 설치미술이 많지만 강익중 작가의 공공미술작품인 ‘꿈의 다리’가 단연 눈에 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14만여 점의 그림과 한글로 정원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다리에는 “아이들이 꾸는 꿈은 이루어집니다. 오늘 심은 작은 꽃씨가 몇 년 후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요. 자음과 모음이 만나 하나의 소리를 내는 한글은 남북을 잇고 세계를 치료하는 약속의 열쇠입니다”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강익중의 공공미술작품 ‘꿈의 다리’.
근로자들이 스스로 야채를 재배할 수 있도록 길드를 설립한 존 러스킨은 “꽃과 나무가 실로 경이로운 이유는 흙이 인류의 진정한 동료가 될 수 있게 해주는 친구이자 스승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순천도 일찌감치 꽃과 나무의 가치를 아는 도시였다. ‘정원도시’가 주는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순천만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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