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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부부가 산골에서 부치는 편지] 자전거 타고 장자(莊子) 생각

글 : 이상희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어 그 이름을 곤(棍)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이 변해서 새가 되니, 이름을 붕(鵬)이라 하며, 이 붕의 등 넓이도 몇 천 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 새가 한번 기운을 내어 날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에는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나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
- 《莊子》 ‘남화경’ ‘소요유’ 중에서 -

그림 : 원재길
숲골짜기 집 들어가는 길 중간, 귀래에서 남편을 만납니다. 도무지 운동할 짬을 못 내는 채 아슬아슬 시간 곡예를 벌이며 지내는 안사람을 위해 자전거 둘을 싣고 나온 참입니다.

“안녕! 우리 미니벨로가 온 나라를 떠도는구나. 이번엔 귀래 나들이! 큰 자전거도 안녕.”

쑥스러움을 눙치느라 짐짓 다정하게 자전거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오십 중반이 되어서야 마음에 드는 전용 자전거를 갖게 된 감동에 열렬히 반겼던 때와는 달리, 두어 달째 본체만체했으니 말입니다. 언니네 조카아이가 호주로 공부하러 떠나면서 직장 다닐 때 타고 다니던 것을 딸아이에게 넘겼고, 딸아이가 학교 오가는 길에 타다가 졸업 후 거처를 옮기면서 덩치 큰 이삿짐 몇 가지와 함께 숲골짜기로 실려온 쪼그맣고 예쁜 자전거입니다.

“너더리길로 해서 돌아봅시다.”

‘너더리’는 ‘널빤지 다리’에서 나온 말로, 너더리길은 ‘귀한 이가 오신 곳’이라는 귀래(歸來)의 유래 한 자락을 보탠 너더리 마을로 가는 길을 일컫습니다.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이 왕건에게 나라를 넘기고 지나던 길에 여기 들러 얼마간 묵었는데, 그때 백성들이 왕을 위해 널빤지로 다리를 놓아줬더라는 곳입니다. 햇빛이 노랗게 쏟아지는 양지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마을입니다. 내외가 소곤소곤 주고받는 한두 마디 소리며, 자전거 바퀴살 소리에 개들이 월월 짖어대자 얼굴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어휴, 그래도 저 녀석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마음 놓고 편히 지내겠네요.”

그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딱 사람 하나 지나가게 좁다란 고샅길로 접어듭니다.

“이런 마을 구경에는 자전거가 딱 좋아요! 걸어 다니긴 멋쩍고, 자동차로 붕붕거리고 다니긴 방자한 듯하고.”

고샅길은 엉뚱하게도 새로 난 고가도로와 나란히 달리게끔 이어졌다가 다시 이웃 마을 길로 이어집니다. 갑작스레 숨찬 오르막길이 나와 마침내 자전거와 함께 걷기로 합니다.

“이 고가도로 덕분에 마을로 드나들기는 쉬워졌는데, 소음이며 가게 운영이며 여러 가지 새로운 어려움이 생겼다더라고요.”

“거 참, 《莊子》에 나오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이즈음 고전을 한 권 한 권 새로 독파하고 있는 남편한테서 듣는 얘기가 재미납니다.

…늙은 농부가 샘에서 물을 떠다가 일일이 밭에 뿌려주는 걸 보고, 한 젊은이가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나무에 홈을 파서 물이 차면 엎어지게 하여 저절로 물을 줄 수 있지 않습니까?’ 하니까 늙은 농부가 대답했답니다. ‘그 방법을 모르는 바 아닌데, 그렇게 하면 마음에 기심(機心)이 생긴다’고, 그래서 ‘하늘과 땅과 모든 도리를 다 망각하게 된다’고요.

그러고 보면 지금 세상의 온갖 문제가 바로 그 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싶습니다. ‘지식’ ‘기술’로 구현한 그 편리하고 세련된 문명이 우리 마음과 삶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그나마 자전거를 타거니 걷거니 하는 덕분에 떠올린 생각이겠지요. 어쨌든 자기 힘으로 페달을 밟고 바퀴를 돌려 나아가는 참에나 가능한 생각인 것입니다.

마침 자동차 한 대가 옆으로 쌩, 하고 내달리는 바람에 자전거도, 자전거 탄 사람도 휘청거립니다.

“어이쿠, 자전거로 다니자니 자동차가 무섭게 여겨지네요!”

“그러게요. 자동차 몰고 달릴 때엔 이렇다는 걸 까맣게 모르지요.”

자전거 바퀴가 느릿느릿 돌아갑니다. 시간도 느릿느릿 흘러가는 듯합니다.
글쓴이 원재길·이상희 씨 부부는 원주시 부론면 단강리 산골에서 살며 시와 그림책을 씁니다.
  • 201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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