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사회적 기업 ‘떡찌니’ 만든 석지현

새로운 감각과 아이디어로 젊은 층을 단골로 만드는 떡카페

전통을 이으면서 새 트렌드를 만드는 떡집 이야기

우리 민족이 원시 농경사회 때부터 먹어온 떡. 관혼상제나 명절, 백일, 돌, 생일, 환갑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빠지지 않을 정도로 떡은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서구의 빵과 과자, 케이크들이 인기를 끌면서 슬며시 자리를 내주었던 떡을 되살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땅에서 나는 최고 재료로 떡을 만들면서 젊은 층의 입맛과 취향에 맞도록 떡을 진화시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복판.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에 한눈에도 눈에 띄는 카페가 있다. 핑크색의 아기자기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데, 들어가보니 떡을 파는 곳이다. 떡 맛이 좋을 뿐 아니라 포장까지 예뻐 한번 찾은 사람은 단골이 된다. ‘떡을 찐다’는 의미를 지닌 떡카페 ‘떡찌니’다. ‘떡찌니’는 2010년 희망드림뱅크와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개업했는데,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 중이다. 비결은 좋은 재료만 써서 떡을 만드는 고집, 그리고 꼼꼼함이다.

발랄한 미소의 석지현(28)씨가 이곳의 주인이다. 20대 사장이 만든 떡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꼭 닮았다. 게다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메뉴들이 눈에 띈다. 찰떡을 와플처럼 구워 버터, 딸기, 유자로 각각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 찰떡와플부터 얇게 썬 백설기에 꿀과 견과류를 넣은 백설기 샌드위치도 신기하다. 한입 베어 무니 맛이 잘 어울렸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평범한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석지현씨는 “우리는 떡보다 빵을 더 많이 먹고 자란 세대잖아요. 그래서 맛있는 떡에 예쁜 장식과 모양을 입혀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는 떡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1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내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혼례원을 준비하시던 어머니께서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고요. 아이템을 찾다 보니 울산에서 폐백음식을 하시던 어머니와 떡집을 하셨던 아버지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잘되겠다’ 싶어 제가 디자인을 입히고 아이디어를 넣었어요.”

떡와플 - 겉보기엔 와플처럼 생겼는데 먹어보면 쫀득쫀득 씹는 맛이 일품이다. 직접 개발한 스카치·딸기 소스를 찍어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석 대표의 어머니가 강남구청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던 떡카페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도 계기였다. 그는 과감히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시작은 막막했어요. 창업자금이 부족했거든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닌 끝에 서울시 희망드림뱅크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 받아서 2010년 1월 자활센터 떡 가게를 인수해 ‘떡찌니’를 오픈했어요.”

그러나 시작은 그리 쉽지 않았다. 도곡동에서 매장을 열다 보니 보증금 부담이 큰데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하루 18시간씩 일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됐다.

“대출 받은 돈으로는 전단과 전용 비닐봉지를 만들기도 벅찼어요. 오로지 맛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죠.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해 떡을 만들어요. 이천 쌀, 경산 대추 등 좋은 재료를 쓰고, 천연 재료를 사용해 색을 냅니다. 빨간색은 딸기나 복분자, 노란색은 단호박, 초록색은 쑥을 이용해 고운 빛깔을 살립니다.”


떡 종류가 10~15가지인데 특히 상큼한 크랜베리를 넣어 만든 ‘크랜베리 찰떡’이 여성에게 인기 있다. 겨울에는 팥죽, 여름에는 인절미 팥빙수를 먹기 위해 모여든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녹차, 흑임자, 호박 등 천연 재료로 색과 맛을 더한 떡케이크는 멀리에서까지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생화를 올리거나 쌀가루로 사람 얼굴을 그려 넣는 등 독특한 아이디어와 모양에다 메시지도 넣을 수 있어 특별한 날을 맞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프러포즈나 생일, 임신, 승진 축하 등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많이 주문하세요. 주문하시는 분의 설레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마치 행복 메신저가 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젊은 층에 어울리는 발랄함도 떡찌니의 특징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석지현씨가 직접 가게를 인테리어했고, 떡 모양, 떡 포장 용기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얼마 전부터는 커피도 팔고 있다. 직장인들이 찾아서 팔고 있는데, 떡과 커피가 은근히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직접 만든 우리차도 파는데, 식혜・오미자차・대추차는 포장해가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떡찌니는 전체 직원 중 7명을 취약계층으로 채용한 서울형 사회적 기업이다. 당일 팔고 남은 떡을 근처 장애인센터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나눔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더 착한기업(서울형 사회적 기업 중 모범이 되는 35개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석 대표 가족 역시 어려운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혼례원이 사기를 당해 어려워지면서 하루아침에 주민센터에서 나눠주는 김치를 지원받아야 했어요.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2009년 6월 강남자활사업단에 참여해 떡카페를 창업할 수 있었죠.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잠도 못 자고 이리저리 뛰면서 힘들었지만,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가족이 더 한마음이 될 수 있었고, 주위에 힘들게 사는 이웃도 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떡집은 ‘올드하다’는 편견을 깨고 맛과 멋,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석 대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에게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저희가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문의가 들어오는데 아직은 겁이 나는 게 사실이에요. 떡찌니만의 맛을 고수하면서 조금씩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떡카페 ‘떡찌니’에서는 오늘도 구수하고 달큼한 떡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 김선아

떡 보관·이용법 TIP

◎ 떡은 실온에 두면 잘 굳는다. 10~14시간 이내에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오래 두고 먹으려면 1인분씩 잘라 비닐에 넣어바로 냉동실에 보관한다. 백설기, 송편, 시루떡 등 멥쌀로 만든 떡을 냉동 보관한 뒤 다시 쪄 먹으면 쫀득한 식감을 다시 느낄 수 있다.

◎ 경단·인절미·찹쌀떡 등 찹쌀가루로 만든 떡은 다시 찌거나 데우면 눌어붙어 좋지 않다. 두세 시간 전에 냉동실에서 꺼내 자연 해동해 먹으면 맛있다.

◎ 냉동실에 오래 보관한 떡은 경우에 따라 해동되지 않거나 냄새가 날 수 있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조금 두르고 약한 불에서 구워 먹으면 맛있다.

◎ 콩·대추 등이 들어간 흰 찰떡은 칼로 납작하게 썰어 굽는다.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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