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트 대표 박희열

종이 인형을 3D로 만들다!

프랑켄슈타인, 원더우먼에서 이순신까지 로봇 같은 체형의 종이 인형들. 얼핏 종이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어엿한 팝아트 작품이다. ‘네모 네모 로보트’의 축약어인 ‘모모트’의 인형들은 나이키, 제일모직, MCM 등 패션업체와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일반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종이공작에 스트리트 문화와 재미라는 요소를 결합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새로운 페이퍼 토이를 개발한 모모트의 박희열 대표를 만났다.
커팅 라인을 따라서 뜯고, 접고, 붙이면 어느새 납작한 박스 안에 누워 있던 컬러풀한 종이들이 개성 있는 페이퍼 토이가 되어 일어선다. 모모트의 키워드는 심플(Simple)과 펀(Fun)이다. 정교하게 표현된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익살스러운 모습들이고, 조립 역시 쉽고 간단해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좋아한다. 디지털 비주얼에 익숙한 젊은 청년들이 아날로그 느낌의 페이퍼라는 요소를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출신 동문 10명으로 구성된 모모트의 출발은 영업 담당을 자처하는 박희열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을 3D 피겨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버려진 잡지의 한글 부분을 잘라 만든 첫 번째 모모트가 외국 바이어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어요. 그때 ‘이걸 사업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이던 2009년, 페이퍼 토이로 사업구상을 한 그는 그래픽디자인 실력이 뛰어난 선후배들을 설득해 뭉쳤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천진난만한 패기로 이른바 ‘맨땅에 헤딩’을 시작한 그들은 갖은 시행착오와 맞닥뜨렸다.

“주위에선 백이면 백 다 망할 거라고 했어요. 모모트를 본 완구 유통업자들이 문방구에서 팔자고 한 적도 있습니다. ‘아트’ 작품인데, 문방구에서 팔리는 것은 싫었어요. 지금은 그때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젊으니 다시 한번 해보자’며 훌훌 털고 일어난 그들은 또다시 종이에 그림을 그려 접기 시작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월급도 제때 못 받으며 차에 컴퓨터를 싣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도, 이들은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다. 투자사기를 당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실패의 여정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하며 자신들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들은 결국 몇몇 브랜드를 직접 찾아가 계약을 맺었다.

“처음엔 페이퍼 토이만 팔았는데, 유통, 생산, 디자인에 영업까지 하다 보니 수익이 안 남았어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죠”

박희열 대표는 컬처 브랜드 ‘브라운브레스 페이퍼 토이’를 시작으로 <무한도전> 캐릭터부터 빅뱅, 나이키, MCM 등 대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처음엔 나이키·MCM·KT&G·후지제록스 같은 기업들과 사업을 했습니다. 마케팅용 제품 모형을 종이로 만들어 공급했죠. 그러다 좀 더 큰 도전을 꿈꾸게 됐습니다. 디즈니 같은 곳과 손잡고 세계 시장에 나가보자고 생각했죠.”

올 2월 박 대표는 디즈니코리아를 찾아가 제품 계약 담당자에게 무작정 제안서를 들이밀었다. 디즈니 캐릭터를 종이 인형으로 만들어 국내시장에서 팔 테니 허락해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디즈니 담당자들이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봤습니다. 지방대 출신에 모자를 눌러쓴 나이 어린 친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말에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실력이 없는데 거짓말을 하면 사기꾼이고, 실력은 있는데 거짓말하면 사업가라고요. 페이퍼 토이 분야만큼은 우리가 확실히 실력이 있으니 믿어달라고 했죠.”

그들은 결국 디즈니의 자회사 마블코믹스의 ‘어벤저스’ 주인공을 종이 인형으로 만들게 됐다. 석 달이 걸려 내놓은 첫 물량 1만 개는 내놓자마자 모두 팔렸다. 모모트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대·롯데·신세계 같은 백화점에서까지 이들의 제품을 팔고 있다. 제품이 히트를 치자 이번엔 디즈니 본사가 모모트를 주목했다. 페이퍼 토이라는 단순한 상품보다 디자인과 콘텐츠를 통해 문화 마케팅을 전개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그는 “세계 어디서나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와 스토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모모트를 콘셉트로 하는 어플과 게임 개발 등 새로운 실험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할 수 있는 페이퍼 토이의 가짓수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실로 고무적이다. 대학 선후배들과 50만원씩 투자해 창업했고, 3년 만에 억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기업으로 일군 것이다. 모교인 대학 강의실 한편에 자리를 잡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에 99㎡(약 30평) 사무실도 갖췄다. 미국 디즈니와 국내 공동사업을 했고, 글로벌 사업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직접 사무실을 방문한 디즈니 아시아 지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마블 시리즈 페이퍼 토이는 온전히 모모트만의 것”이라고 극찬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모모트’는 산학협력경연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아 높은 관심을 모았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꾸미고 만들면, 곧바로 그에 따른 설계도를 출력 가능토록 해주는 ‘모모트’는 특히 참가자들이 직접 페이퍼 토이를 만들어볼 수 있어 획기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특히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알려져 관람객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꿈은 ‘페이퍼’와 ‘토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모모트의 그래픽 작업을 모은 대규모 전시회, 디자인 카페를 비롯해 종합 디자인회사로 키우고 싶다. 박 대표는 “편안한 일자리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당백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택해야 한다”면서 “구내식당도 있는 근사한 사옥을 짓고, 모교인 호서대 후배들을 포함해 1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한국의 레고’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들은 주변의 사물과 사람, 거울 속 자신의 모습까지도 모모트의 캐릭터로 변화시키는 기발한 재주가 있다.

“모모트가 만드는 소품 1순위는 ‘내가 갖고 싶은 것’으로, 롤렉스 시계나 나이키 신발 등 자신들이 갖고 싶은 물건을 페이퍼 토이로 만들면 마치 내 것인 양 행복합니다. 현재 유통 중인 일본・미국・호주・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페이퍼 토이를 알리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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