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대여 플랫폼 ‘원더렌드’ 김재환 대표

자전거, 캠핑용품, 여행가방…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 빌려주고 빌려 쓰세요

"캠핑용품이 필요한데 사자니 너무 비싸고,
자주 사용하지도 않고, 공간만 많이 차지해요.

테니스를 배우고 싶은데, 나한테 맞는 운동인지 모르겠어요.
무턱대고 라켓부터 사자니 너무 비싸요.
누군가한테 빌려서 사용해보고 맞으면 사려고요.

첫째가 사용하던 육아용품이 쌓여 있어요.
둘째 낳을 때까지 2~3년 동안 쓸 일이 없거든요.
그동안 필요한 사람한테 빌려주면 좋겠어요."
이런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공유경제의 장(場)이 생겼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개인용품을 빌려주고 빌려 쓸 수 있는 소셜 대여 플랫폼 ‘원더렌드(www.wonderlend.kr)’다. ‘쉽고 빠른 놀라운 대여 서비스’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지난 8월 중순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원더렌드는 서비스를 오픈하기 이전에 코엑스에서 개최된 ‘스마트클라우드쇼’ 공유경제 페스티벌에 참가해 관심을 듬뿍 받았다. “내가 찾던 바로 그 서비스”라는 반응이 많았다.

원더렌드는 독립된 사무실이 없다. 협력소비와 공유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몇몇 사회적 기업이 ‘코업’이라는 간판을 달고 사무실을 공유한다. 취업준비생에게 양복을 대여해주는 ‘열린 옷장’, 함께 식사하며 소통하는 ‘집밥’, 방학 동안 비어 있는 대학교 기숙사를 싼값에 대여해주는 ‘돔서핑’ 등이 한공간에 모여 있다. 관심사와 궁극의 목표가 한방향인 이들은 애정 어린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준다. 원더렌드 김재환 대표를 코업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더렌드는 제 일상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사하게 됐는데,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던 짐들이 하나 둘 나오더군요. 게임기, 운동기구, 악기, 육아용품 등 ‘언젠가 쓸 때가 있을 거야’ 하면서 깊숙이 처박아둔 물건이 많았어요. ‘당장 필요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필요할 때 받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원더렌드에서 물건을 빌려주고 빌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여주가 원더렌드 사이트에 대여품을 등록해두면, 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 대여자가 대여주한테 연락해 대여금을 내고 대여용품을 양도받으면 된다. 대여금은 물건의 상태와 대여 기간 등을 고려해 대여주가 결정한다. 사용 후 양도받으면 대여자와 대여주는 후기를 남긴다. 대여자는 빌린 물건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대여주의 매너는 어땠는지에 대한 총평을 남기고, 대여주는 대여자가 물건을 얼마나 깔끔하게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총평을 남긴다. 이 기록은 하나하나 쌓이기 때문에 남의 물건이라고 함부로 썼다가는 큰코다친다. 이력을 보고 대여주가 대여를 거절할 수도 있고, 심할 경우 회원에서 제명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불안요소를 줄이기 위해 신뢰감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원더렌드는 개인 간 유휴용품을 대여해주는 국내 최초의 사이트입니다. 외국의 경우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 여부가 미지수예요. 인식과의 싸움이 큽니다. 내 물건을 낯선 사람에게 빌려주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룹’ 기능을 넣었어요. 지역・학교・회사 등 그룹을 등록하면 그 그룹의 회원들끼리만 대여하고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대여품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전자기기, 캠핑용품, 도서, 육아용품 등 구체적인 물건은 물론, 무형의 경험도 공유한다. 9월 초 현재 원더렌드 사이트에는 카메라, 카메라 렌즈, 프로젝터, 통기타, 아기용 붕붕카 등이 대여품으로 등록돼 있다. 주차장도 공유한다. 출근해서 낮에 비어 있는 주차장을 공유하는 경우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주차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김재환 대표는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유휴물품을 5~6번 대여해주면 중고가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더렌드는 대여주와 대여자를 연결해주는 기능만 한다. 일체의 중계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대여주가 제시한 금액만큼만 내고 사용하면 된다. 광고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원더렌드의 수익모델은 뭘까? 김재환 대표는 “아직은 수익원이 없다”며 말을 이었다.

“창업할 때 코업의 양석원 대표가 지원해주셨고, ‘대전창업 500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습니다. 개인자금도 조금 넣었고요. 사업 의도를 좋게 봐주신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개인 간 대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중고용품 판매업체를 끌어들여 수익원을 낼 예정입니다.”

김재환 대표는 8년간 쇼핑몰과 오픈마켓에서 웹 기획을 했다. 프로젝트를 맡아 주어진 시간 내에 완성해가는 과정은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5년 정도 지나자 매너리즘에 빠졌다. 프로젝트의 내용만 바뀔 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에 의욕을 잃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전문분야를 살려 웹 관련 일을 찾아 기웃거리던 중, 공유경제를 접하면서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다.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이사 하던 중 사용하지 않는 유휴용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고, 바로 창업에 착수했다. 김재환 대표는 “소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100개만 가지고 1년간 생활한 경험을 기록한 책이죠. 저자는 사는 데 문제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또 협력소비를 주창하는 레이첼보츠만은 250명의 자동차중독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자동차 키를 맡긴 후 꼭 필요할 때에는 zipcar(공유자동차)를 이용하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실험을 마치고 한 달 후 250명 중 100명이 자동차 키를 돌려받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유류비와 주차비 등의 절감효과도 있었지만 훨씬 건강해져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겁니다. 이처럼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꼭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쓰겠지’ 하는 말은 그때까지 쓰지 않겠다는 말과 같죠.”

소비의 과잉시대다. 사용빈도가 많지 않은 물건을 믿고 빌릴 만한 곳이 없어서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물건의 행선지는? 창고나 서랍장 깊숙한 곳에 애물단지처럼 보관돼 있다가 머지 않아 존재 자체도 잊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재환 대표는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물건을 빌려주고 빌려 쓰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활성화되면 소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버려지는 물건이 줄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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