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 | 직업의 세계 ⑥ 큐레이터

열린 사고와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갖춰야 하는 직업

말은 답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답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달 ‘직업의 세계’에서 소개하는 큐레이터(curator) 또한 그런 경우다. 큐레이터의 어원은 ‘보살피다’는 뜻의 라틴어인 ‘큐라레(curare)’로, ‘care’의 유래이기도 하다.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역사는 길다. 고대 로마시절, 큐레이터는 ‘굽어보는 자(overseer)’로 황제의 유산이었던 공공시설, 즉 수도교며 목욕탕, 하수구 등을 관리하는 공무원이었다. 중세시대에 이르러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큐라투스(curatus)’, 즉 예술혼을 보살피는(care) 사제가 등장한다.

전통적인 큐레이터의 역할은 관리와 연구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의 소장품을 관리하는 한편, 연구를 통해 해석의 발판을 마련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해석과 의미는 박물관이 소장품을 늘리는 데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전시나 도록으로 표현되어 학술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큐레이터=전시기획자’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싹터 오늘날에 이른다. 전시가 연구 결과의 매체이므로 그에 따른 세부 절차, 즉 각종 계약 문제부터 전시 공간의 기획 및 디자인, 작품의 포장 및 운송 등을 굽어보며 각 분야 전문가와 소통하는 역할 또한 큐레이터의 업무 영역에 속한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탄생 이후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진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진화는 다양화·세분화를 의미한다.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된 인터넷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 또한 큐레이션 대상에 편입시키는 시대가 되었다. 시각예술의 울타리 안쪽만 보더라도, 큐레이션의 대상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소에서 설치미술, 디지털 미디어 등으로 확대되어왔다. 대상의 확대로 큐레이터의 수요 또한 늘어남에 따라 각각의 큐레이터는 보다 더 통합적인 업무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문가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상업 갤러리와 공공 갤러리, 그리고 새로운 전시를 제안하는 대안공간까지 두루 경험한 베테랑에게는 큐레이터의 세계를, 각 갤러리의 큐레이터에게는 각자의 소우주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큐레이터는 미술 관련 전공 교육을 거쳐야 하지만 그건 진입 수단이자 뼈대일 뿐, 살을 붙여 스스로를 전문가로서 완성시키는 건 개인의 몫임을 네 사람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사진 : 김선아


윤재갑

시각과 지각을 넘나들며 이성과 감성을 결합시키는 매력적인 일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졸업
중국 중앙미술학원(중국 근현대미술사), 인도 타고르대학(인도 미술사)
대안공간 루프(LOOP) 공동 디렉터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큐레이터가 된 계기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는데 떨어져, 후기로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해 새로 생긴 예술학과의 존재를 알았고, 재수해서 입학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적성에 맞았다. 졸업 후 반드시 큐레이터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87학번으로 시대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 덕분에 중국을 거쳐 인도에서 아시아 미술을 공부할 수 있었고, 유럽과 아프리카도 여행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큐레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다. 상업 갤러리는 물론 비엔날레 같은 공공 영역의 전시,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안공간의 독립 큐레이터 등 전 영역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큐레이터에게 어울리는 적성이라면?
예술은 물론, 인문학적 글쓰기나 책읽기를 좋아해야 한다. 시각예술이 대상이지만 읽기와 쓰기를 잘해야 한다. 예술학과나 미술사학과 등 대학에서의 전공은 공식적인 입문의 경로를 제공한다. 제도 안에서 모범생을 키워내는 데 일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은 각자 해결해야 할 몫이다. 어디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자기가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단은 여행, 독서, 또 다른 것도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얻는 배움을 뛰어넘어 독립적인, 자신만의 시각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시각, 또는 기획력은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직업 권력이기 때문이다. 큐레이터가 작가와 컬렉터 사이에서 문화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작가의 어시스턴트, 컬렉터의 집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각이 없다면 어느 한쪽에 흡수되어 그 둘을 이어주는 역할만 하고 묻혀버린다는 의미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싣기 위한 지면을 확보하듯, 큐레이터도 자기 전시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체성과 역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큐레이터의 매력은?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면 시각과 지각, 문학과 철학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일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의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술작품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시각과 지각에다 촉각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평론가와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평론가는 현재 시점에서 작품을 보고 비평한다. 즉, 완성해놓은 작품을 보고 의뢰를 받아 글을 쓴다는 의미다. 반면 큐레이터는 미래를 바라보고 전시를 기획, 작가를 선별한다. 작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미완의 미래 시점을 바라보고 기획하므로 현실과는 달리, 꿈꾸고 상상할 수 있다.

직업적 보람을 느낀 전시는?
2006년, 중국에서 〈헝그리 가드(Hungry God)〉라는 주제로 인도 현대미술을 전시했다. 유교와 불교의 기원이라는 측면에서 인도와 중국을 모르면 아시아 미술을 말할 수 없다. 두 나라에서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토 분쟁이나 티벳 달라이 라마 문제 등으로 두 나라는 문화적인 교류가 거의 없는데, 그런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도미술 전시회를, 그것도 한국인 큐레이터가 열었다. 양쪽에서 공부하며 얻은 이해를 바탕으로 가교 역할을 하면서도 나의 시각을 반영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미래는?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바흐가 현역 시절에는 악보를 팔아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음반시장 위주로 패러다임이 재편되었다. 현재 미술의 패러다임은 멀티미디어 쪽으로 재편되어 다른 학문, 즉 인문학·철학·사회학·문학·영화평론을 하는 사람들이 시각매체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미술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 비판을 수용해 고답적이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벗는 동시에 그런 외부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 옥션 시스템이나 아트페어 같은 상업적인 시스템이 비엔날레 등을 압도하는 경향도 고민해봐야 한다. 직업의 미래며 새로운 패러다임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이대형

큐레이터는 고집 세고 호기심 많아야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 예술대학원 Curatorial Studies 석사
Asia Society Asia 21 멤버 선정
큐레이팅 컴퍼티 H-zone contemporary art 대표

예술학과에 진학한 계기는?
원래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렸으나, 실기보다는 이론을 더 좋아했다. 그림대회에서는 입상 정도였지만 글쓰기 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탔다. 글쓰기가 더 좋았는데 1987년에 홍대에 예술학과가 생기면서, 미술평론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식의 홍보를 많이 했다. 예술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따지는 한편, 창조자인 작가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장이 예술학과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나 사회현상을 공부한다는 측면에서 예술학과가 없었다면 심리학과나 철학과에 진학했을 것이다.

큐레이터란 어떤 직업인가?
직업의 정의는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좋은 작가를 만나 좋은 작품을 뽑고,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전시를 연다는 개념에서 움직였다. 이제는 다르다. 작가가 생산자라면 큐레이터는 발화자, 즉 전시의 서사구조를 만드는 일을 한다. 이전에는 있는 형식 가운데에서 고민했지만, 이제는 없는 걸 만들어내야 한다. 발화자의 자리매김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의 자리 설정에 따라 전시가 완전히 달라진다. 관람계층의 상정도 마찬가지다. 큐레이터가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가교나 소통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마르셀 뒤샹의 유명한 ‘샘’, 데미안 허스트와 사치갤러리의 센세이션 전시는 반(反)대중적이었다. 이처럼 대중이 이해하는 코드 바깥의 반대중적 개념을 상정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작가, 작품, 전시 등이 새로운 의미로 읽히기 위해 맥락을 재조합 또는 창조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적성은?
맥락을 읽어내 생산하는 능력이다. 경영능력과 심미안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큐레이팅을 문화사업보다는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했다. 미국 유학 중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이코노미스트〉 등을 읽는 한편, 미술전문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한국관련 책이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미술은 물론 디자인·건축 등의 도록도 이론 서적도 없었다. 철학?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교수에게 물어보니 한국미술에 관해서는 영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고, 써도 낼 출판사가 없으며 자본이 없으므로 투자할 시장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문화예술의 시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술이 관급 연례행사에 머무르고 활성화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주관적인 잣대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를 알고 싶어 관련 정기간행물을 읽었지만 그것만 알아서는 안 된다. 인문학 공부에서 생기는 결핍을 메우기 위해 경제이론을 공부했지만, 심미안이 중요하다. 미술을 끌어안으며 맥락을 창조하고 수준을 가늠하더라도, 특히 현대미술에서는 스스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야 예술에 필요한 자본이 원활하게 흐른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 예술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 큐레이터가 되는 건 아니다. 큐레이터는 변덕스럽고 고집이 세며, 호기심도 많아야 한다. 물살을 거슬러 가는, 말썽꾸러기 물고기와도 같다. 시류를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역할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나 책만 좇다보면 똑같은 생각, 행동방식, 전략을 구사할 확률이 높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현대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적인 보람이라면?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을 할 때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한국미술에 대한 세계적 담론의 부재는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에 기여했다는 보람도 있다.

큐레이터에게 글쓰기의 의미는?
전시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전시 의도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현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더라도 넘쳐나는 정보를 자기 것처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미래는?
큐레이터는 계속 진화한다. 겉보기에는 디자인·패션·현대미술·사진·큐레이터 등으로 세분화되지만, 각각의 역량 또는 핵심 능력은 갈수록 융합 또는 복합적으로 변할 것이다. 펀드레이징, 세일즈, 미술사, 전시공간 디자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소유에서 접근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 이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큐레이팅 대상이 작품일 수도 있지만 작가나 전시일 수도 있다. 작품이 재현되는 방식보다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작품 감상을 위한 매체 또는 경로를 창조적으로 찾아내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서진석

미래 사회는 점점 더 많은 큐레이터를 필요로 할 것

경원대학교 응용미술 전공
시카고 미술대학 미술 석사(Sculpture and Fiber Major)
대안공간 루프(LOOP) 디렉터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정의를 내린다면?
문화의 창작(생산)-매개(유통)-향유(소비) 과정에서 매개자 역할이다. 예술가의 창작 이상(理想)을 현실화하여 대중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산자의 이상이나 대중의 소비 욕구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간극을 쉽게 풀어 메워주는 역할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 담론을 생성하므로 매개 뿐만 아니라 창작의 역할도 맡는다. 기획도 또 다른 창작으로서 트렌드 등을 향유자에게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가 갖춰야 할 소양은?
문화는 다양하므로, 모든 게 가치 있다. 큐레이터의 세계 또한 다양하다. 남녀노소,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큐레이터가 있는 반면, 새로운 시각예술을 소개해서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큐레이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즉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 가치를 지닌 컨템퍼러리나 아방가르드 등, 현재의 흐름을 뛰어넘어 사회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는 기획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창의력이다. 좋은 작품을 볼 줄 아는 안목, 좋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프로모션, 즉 마케팅 역량이다. 전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대중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사회성, 즉 관계를 만드는 능력이다.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며, 그로 인한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기관에서도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나?
학교 교육은 학구적이고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나 실습, 현장 인턴 등이 필요하다. 문예진흥원의 인큐베이팅 과정, 동덕여대 큐레이터 학과의 현장 인턴십 등 다양한 시도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쌓더라도 앞에서 말한 능력이 부족하다면 큐레이터로 성공하기 어렵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있더라도 기획하고 알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마케팅 능력이 없다면 작가나 평론가를 하는 편이 낫다.

큐레이터로 일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예술문화 영역에서 물리적 이익, 즉 금전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장구조가 아니라서 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산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부족하다. 사회 환경이 좋아지면서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그런 면에서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미술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로와 체계, 발판이 필요하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비전이 있다는 내용의 글도 썼던데.
산업개발연구원의 데이터도 말하지만, 사회의 변화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좋은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21세기는 문화향유의 욕구가 극대화되는 시대다. 물리적인 소유에서 정신적인 향유의 가치를 중시하고, 현대미술이 대중, 산업 및 금융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중의 미적 가치관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깊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강국이 문화강국이 되던 과거와 정반대로, 문화강국이 경제강국이 되는 시대다. 문화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체제가 된 것이다. 사회 자체가 변하므로 큐레이터는 더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소득 증대보다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므로, 영화가 그렇듯 블록버스터 전시회도 생길 것이며, 큐레이터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내가 기획한 것을 비전문가인 대중과 전문가인 미술인 모두가 미술사의 흐름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를 내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2008년 〈예술과 자본(Art and Capital)〉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대학원까지 실기를 전공했는데 창작 욕구는 없나?
1차적, 2차적이라는 차이일 뿐 콘텐츠 생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똑같은 창작이다. 스스로 잘 맞는다고 생각해 전환했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1차적인 창작의 욕구는 없고, 나의 시각을 작가에 투영하겠다는 유혹도 없다. 다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작가를 많이 비평한다. 작가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 또한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큐레이터 지망생에게 조언한다면?
박학다식해야 한다. 동시대인으로서 흐름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전방위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미술이 돌아가려면 사회·정치·경제·과학 등 모든 분야가 맞물려야 한다. 세계화 시대이므로 소통, 즉 외국어도 중요하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 스스로 공부할 것을 권한다. 실기 전공자라면 인턴십 등을 통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줄이는 시도를 권한다.


박수진

공공 미술관 큐레이터의 주 업무는 소장 미술품 연구

한양대학교 가정관리학과
숙명여대 미술사학과 대학원 석사, 박사(수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큐레이터가 된 계기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평소 관심이 많았다. 기술이 발달해서 기계화된다고 해도 작품을 고르고 평가하는 일은 영원히 인간의 영역이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가로 더 대접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뒤늦게 미술사학이 있다는 걸 알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입사해 12년째 일하고 있다. 대학 등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큐레이터로서 취업의 기회가 생긴다. 이론 및 실기 전공자가 섞여서 일한다. 미술 전공자나 예술학과, 미학과, 미술사학과 출신들로, 대부분 대학원 이상 학력을 지니고 있다.

국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일반 큐레이터와 어떻게 다른가?
차이가 많다. 미술관(Art Museum) 큐레이터의 주 업무는 소장 미술품의 연구다. 큐레이터는 창고를 지키는 사람에서 시작되었다. 오너의 재산인 작품을 관리하는 한편, 작품을 연구해 가치를 높이는 일을 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큐레이터라는 용어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경우 전시기획자로서의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술관 큐레이터는 언제나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전시회라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연구와 전시 계획 두 영역에서 맥락을 조성하는 것이다. 맥락에 따라 작품을 다르게 볼 수 있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조사를 기반으로 전시는 물론, 도록이나 글을 발표하는 것도 큐레이터의 영역에 속한다.

연구 대상은?
당연히 미술관의 소장품이다. 주제는 역사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콘셉트가 될 수도 있다. 작품의 가치, 의미 등을 연구하고,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서 대중에게 보여준다. 전시는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작품은 연구는 물론 관람의 대상이므로 전시 기획을 통해 의미를 실어주고, 그 의미를 관람객이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큐레이터의 주 업무가 연구라면 갖춰야 할 소양은?
열린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 예술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움을 요구한다. 그런 변화를 예술로 인식하고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 방향도 바뀌고 있어 젊은 세대들이 더 좋은 전시를 기획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예술이 변하듯 전시 방법도 변한다. 예전의 전시는 주로 작품을 늘어놓거나 일대기적 구성에 그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초점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관객에게 초점을 전달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작가라기보다 한 시대를 산 인물로 조명해 이를 바탕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다큐멘터리, 신문 자료는 물론 작가가 모은 책, 작품의 탄생에 배경 요소로 작용한 자료도 함께 보여준다. 그 결과 전시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세련되고, 작품은 물론 작가를 더 잘 이해하고 관람객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다각화되고 창의적인 전시 기획은 앞으로 더 필요할 것이다. 큐레이터 또한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열린 사고를 지녀야 한다.

연구라는 측면에서 교수 같은 연구자들과 차이라면?
겹치는 영역도 있지만 역할이 다르다. 교수는 학문적으로, 큐레이터는 맥락의 차원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미술은 시각예술이므로 보여주는 방법을 위한 고민에 교수가 1차 생산자인 연구 자료를 참조한다. 작가와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연구 자료를 참고하고, 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전시를 만든다. 국립미술관 전시는 작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므로,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의미 있다.

직업적 보람이 작품의 가치 상승과 직결되나?
직업적인 보람의 초점은 소통이다. 전시는 생각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에 의해 완성된다. 전시는 일단 여러 분야 사람들 10~20명이 팀을 이룬다. 공간이나 도록의 디자이너부터 변호사, 운송업자, 시공업체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한다. 전시가 완성된 다음에는 관람객과 소통한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전시를 보고 느끼는데, 그 반응을 직접 듣기도 하지만 인터넷 등으로도 접한다. 일반 관람객은 물론, 미술평론가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반응 또한 참고한다. 무수한 관계와 소통을 거쳐 만든 전시를 바탕으로 다시 대중과 소통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최근 막을 내린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도 그런 의미에서 보람 있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미래는?
직업의 세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큐레이터의 영역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영역이 생긴다는 의미다.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자료를 정리하는 아키비스트 등, 큐레이터가 하나의 영역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미시적으로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설치나 미디어, 무용이나 음악과의 접목 등, 미술과 예술의 영역확장 또한 반영할 것이다. 그러므로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콘셉트를 구성하고, 그에 맞는 작가를 구상하며 다른 전시도 많이 관람한다. 미술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큰 틀을 보고 인문학적 관심을 쌓아가야 한다. 작품의 이해도 인간의 이해에서 비롯되므로 열린 사고와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본 소양이다.
  • 2012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