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Vietnam)의 숨은 보석 무이네, 나짱(Mui Ne, Nahtrang)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베트남은 월남전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정도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을 여행하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건 베트남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일 뿐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1970~80년대 생활을 보는 듯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모두 휴대전화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나라이자 아름다운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식민지 역사에 외세와의 싸움이 끊이지 않아 바람 잘 날 없던 나라지만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미국마저도 베트남을 종속시키지는 못했다. 그만큼 강인하고 자주적인 민족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경제성장이 유망한 곳으로, 1986년 시작된 도이모이 정책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베트남

베트남의 정식 국가 명칭은 공산당이 단일 정권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북한과 똑같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베트남은 폐쇄적이지도 않고, 경직되거나 무섭지도 않다. 남북으로 무려 2000km의 긴 국토를 가진 베트남은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으로 세계인을 대상으로 관광산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교통수단과 인프라, 정책 등이 외국인의 관광 루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치안도 탄탄하다. 간혹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후 일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바가지 요금 때문에 여행을 망쳤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들이 사기라고 말하는 금액은 고작 몇 천원, 몇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오자이를 입은 아이들.
대나무로 엮은 모자, 논라(Non La)를 쓰고 가녀린 몸매에 하얀색 아오자이를 입은 소녀의 모습처럼 베트남의 이미지는 순수하고 아름답다. 패키지 상품에서 주로 소개되는 베트남 하노이・닌빈 그리고 하롱베이가 베트남의 전부인 줄 알지만 베트남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알면 알수록 그 신비로움은 더욱 배가된다.

까이뭄을 타고 생선을 나르는 사람들.


무이네 어촌 마을은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서글서글한 남쪽 사람, 무뚝뚝한 북쪽 사람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었을 때 남쪽은 서구문명에 개방되어 있었고, 북쪽은 공산당의 집권 하에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부 베트남 사람들은 유순하고 부드러운 데 반해, 북부 베트남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웃음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여행지에서는 좀 딱딱한 분위기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식당 같은 서비스 업종의 사람들마저도 웃음이 거의 없어서 처음엔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행동 양식이 그런 것이지, 사람들 자체는 순수하고 정이 많다. 반면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한 여행지에서는 서글서글한 말투를 가진 사람들과 카메라를 들이대면 싱긋이 웃어주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니 기분 좋은 여행을 하려면 남부 베트남을 여행해보길 권한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의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인 무이네와 나짱은 ‘강추’다.

도로를 활보하는 소떼들의 모습에서 순박함이 느껴진다.


남부 베트남 사람들은 웃음이 많고 상냥하다.

베트남 속의 사막, 무이네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은 크게 비행기, 기차 그리고 버스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국토의 주요 관광지를 체계적으로 둘러보려면 버스가 적합하다. 비행기는 주요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데다 비싼 요금이 문제고, 기차는 복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버스보다는 편하지만 느려터진 속도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버스 중에서도 여행자를 위한 ‘오픈 투어 슬리핑 버스’는 외국인들에게 최고 인기 교통수단이다. 좌석이 모두 침대로 이뤄져 있어 야간시간대에 이동할 때는 숙박비를 아낄 수도 있고, 주요 관광지의 여행자 거리 한가운데에 딱 내려주기 때문에 추가로 이동해야 할 필요도 없다.

호치민시의 팜 응우라오 거리에서 출발하는 슬리핑 버스는 무이네・나짱・호이안・후에・닌빈 등을 거쳐 하노이까지 오가는데, 티켓을 한꺼번에 끊고 원하는 곳에서 내려 충분히 쉬었다가 다음 편을 타고 이동하면 된다. 물론 필요한 구간만 그때그때 끊어도 된다. 가격도 전체 구간이 고작 30달러 정도이니 거저나 마찬가지다. 호치민시에서 무이네까지는 250km, 슬리핑 버스로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화이트 샌듄의 모습.
작은 어촌마을에 지나지 않은 무이네가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사막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해안 사구가 두 개나 있기 때문이다. 북적거리는 도시의 번잡함과는 완전 딴판인 자연 속 휴양지가 바로 무이네다. 길이가 무려 1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호텔과 리조트가 이어지는데, 그 사이사이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들도 운치가 있다. 해안선 끝에는 어촌마을이 있고 이른 아침이면 대나무로 만든 둥근 광주리같이 생긴 ‘까이뭄’이라 불리는 작은 배를 타고 해안과 어선을 오가며 분주히 생선들을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활기가 넘치는 어시장 풍경을 보려면 동이 트기 전에 어촌마을 바닷가에 나와야만 한다. 그 너머로는 하얀 모래가 마치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화이트 샌듄(모래언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너무 부드러워서 맨발로 걷고 싶어지는 이곳은 포토 포인트이기도 하다. 화이트 샌듄을 지나 20km 정도 더 가면 붉은 모래가 산을 이루고 있는 레드 샌듄에 닿는다. 화이트 샌듄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한 이곳은 무이네 여행자 거리에서 지프 투어를 통해 찾기도 한다. 해질 무렵이면 붉은 노을이 야자수 너머로 황홀한 풍경을 만드는 무이네는 베트남의 자연풍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물가도 대도시에 비하면 아주 싸다.

레드 샌듄, 무이네의 사구는 사막을 연상시킨다.

동양의 나폴리, 나짱

무이네를 출발한 슬리핑 버스는 다시 5시간을 달려 나짱의 여행자 거리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나짱, 영어로 쓰면 Nah Trang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TR 발음을 ‘ㅉ’로 발음한다. 이 나라의 발음 표기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외국인들은 ‘나트랑’이라고도 하지만, 이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은 나짱이다. 무이네가 자연 그대로의 소박한 풍경이라면, 6km의 고운 모래해변 뒤로 야자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나짱은 전형적인 현대식 해변 휴양지 그 자체다. 습도가 낮고 연평균 기온이 26℃로 동남아 휴양지 중에서 가장 시원한 곳으로 꼽힌다. 이른 아침이면 해안가를 산책하고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아침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일찍부터 나짱 해안은 활기가 넘친다. 시내의 수많은 여행사를 통해 보트투어를 즐길 수도 있는데, 주변의 섬들을 둘러보고 바다에서 튜브를 타고 와인을 즐길 수도 있어 재미난 여행이 되기도 한다.

나짱 성당 주변의 로터리 밤풍경.


나짱 해안에는 아침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나짱역 근처 담 시장 안쪽엔 베트남의 유명한 사진가인 롱탄씨의 갤러리가 있는데, 사진 애호가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기도 하다. 편안한 인상의 롱탄씨가 찍은 흑백 인물 사진들은 살아 있는 눈빛들로 가득 차 있다. 또 근처의 쪽렛 해변에는 염전이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만 염전에서 소금 걷는 작업을 하는데, 운이 좋다면 깐항이라 불리는 베트남식 지게에 광주리를 매달고 소금을 나르는 특별한 풍경을 볼 수도 있다. 세계 제2의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진한 드립커피의 향기를 맡으며 보내는 색다른 여행은 기대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나짱의 보트 투어는 재미있기로 소문나 있다.


나짱 해안 뒤쪽으로 야자나무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travel tip | 교통편

인천에서 베트남 다낭까지 대한항공의 직항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그 밖의 지방은 전무한 편. 하지만 올해부터 여름철만 한시적으로 베트남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에서 인천-나짱 간 전세기를 운항한다고 하니 중부지방으로의 여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나짱 직항편을 이용하기 어렵다면 호치민시에서 국내선 항공 노선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기차나 슬리핑 버스를 이용해서 무이네와 나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유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인터넷 여행사 등에서 나짱(나트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상품도 있으니 눈여겨볼 만하다.
  • 201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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