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 | 직업의 세계 ⑤ 임상심리사

폭넓은 공감 능력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들

심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극과 극이다. 때로 너무 가볍게, 또 때로 너무 무겁게 여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혈액형이나 연애를 위한 심리검사 등을 심리학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은 과학이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진단할 때 뇌 과학에 기대는 추세다. 뇌의 특정 부위가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원인이 되는 지점을 찾아 치료하는 방식이다. 반면 심리학을 너무 무겁게 여기다보니,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조차 기울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센터부터 신경정신과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쉽게 문을 두드리지 못한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봐서다.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인식 속에서, 또 급변하는 사회가 빚어내는 혼란 속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임상심리 전문가다.
임상심리 전문가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교통정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직업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다. 그 첫 번째는 임상심리 전문가를 위시한 정신건강 관련 직업의 정확한 구분이다.

먼저 정신과 전문의는 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정신병리에 대한 치료를 주로 맡는다. 치료 방법 역시 약물이나 전기-경련 치료 등으로 생물학적이다. 정신건강 관련 직업 가운데 유일하게 약물 처방 권한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임상(臨床)’ 이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학을 연구하기 위해 병상에 임하는 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듯, 임상심리 전문가도 병원에서 수련을 쌓지만 교육은 심리학과에서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감독자(Supervisor) 아래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쌓으면 자격증 시험 응시 자격을 얻는다.

상담심리사의 경우, 심리학 석사 이상 학위나 3년간의 수련 등을 통해 갖춰야 하는 자격 요건은 흡사하지만 상담 대상이 비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며, 수련기관이 병원이 아닌 일반 상담기관이라는 면에서 임상심리 전문가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소속되며, 주로 사용하는 심리검사 또한 임상심리학이 선호하는 성격 평가, 인지기능 평가보다 교육적 평가, 적성 평가 등이다.

임상심리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한다. 이것이 교통정리의 두 번째 대상이다. 국가 및 단체에서 별개로 운영하는 자격증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관 기관에 따라 임상심리 전문가(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 정신보건임상심리사(보건복지부), 임상심리사(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세 종류로 나뉜다.

진단과 치료 모두 임상심리 전문가의 영역이다.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8~9가지 종합검사를 실시해 증세와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상담을 비롯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경우에 따라 상담뿐 아니라 놀이, 미술, 인지 치료 등을 선택, 시행한다.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직업이니만큼 임상심리 전문가에게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다. 석사학위를 기본 자격으로 요구하지만, 박사학위를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 교육 과정 및 수련을 거쳐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도 워크숍이나 연수 등을 통해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 등을 고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회가 인식의 변화를 겪는 가운데 심리치료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 임상심리 전문가의 진로는 밝다. 기본적으로 병원이나 센터 등의 진단 및 치료 기관에서 일할 수 있으며,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개업하거나 관리자가 되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을 수도 있다. 그 밖에 관련 업종 관계자를 포함, 산업체 및 교육계 관계자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할 수도 있다. 각종 산업 현장에서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예방 및 해소책이며, 교도관의 재소자 관리 등이 좋은 예다. 채용이나 승진 등의 인사 관련 업무에서도 임상심리학자가 자문을 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심리검사나 정신건강에 관련된 콘텐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 분야에서도 임상심리 전문가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할 수도 있다.

〈직업의 세계〉에서 만난 임상심리 전문가들은 이해 및 공감 능력 등 그 일에 필요한 역량에 인성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역설했다.

사진 : 김선아


최성애

국내 최고의 부부 치료사…
우리나라 심리치료는 초기 단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지요”


HD마음뇌과학연수센터 및 HD가족클리닉 원장
시카고대학 인간발달학 박사
아시아 유일 가트맨 공인 부부 치료사
저서 《최성애 박사의 행복 수업》 《청소년 감정코칭》 등

심리학을 공부한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사람 돕는 것을 좋아했다. 자선사업가, 사회복지사, 동물보호가 등의 꿈을 가졌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했다. 사람 사는 모습에 흥미를 느껴 작품 속에 나타나는 삶의 이야기를 폭넓게 보고자 문학을 공부했으나, 실용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회사업을 부전공했다. 유학을 계획했는데, 사회사업에는 심리학 이론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미국으로 건너가 학부와 대학원, 박사까지 쭉 공부했다.

부부관계, 즉 결혼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다면?
박사 논문의 주제가 결혼이었다. 내가 유학 중이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미국에서는 이혼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막 대두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혼이 사회문제가 될 때가 올 테고, 그러면 자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므로 아동 심리 상담과 치료 등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일에서 집중 훈련을 받았는데, 결국 아동문제의 근원인 부부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원점으로 돌아가 부부 및 관계 치료에 초점을 맞춰 미국의 가트맨 연구소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가트맨식 치료법이란?
가트맨 박사는 부부간 대화를 동영상으로 녹화해 맥박·호흡·표정 변화 등을 0.01초 단위로 쪼개어 분석하는 작업을 6개월마다 20년간 반복, 행복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간 차이를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접근으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결혼 이전까지 포함해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분석해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관계의 악화를 예측해 재발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트맨식 치료법으로 이혼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은 80~90%에 이른다.

부부관계 악화가 사회문제로까지 번진 원인이라면?
경제 논리를 통한 경쟁 및 성장 위주의 사회 분위기에서 건강한 정서적 교류의 가능성에 대한 요령을 배우지 못했다. 변수의 증가도 한 몫 거들었다. 맞벌이 부부가 늘었고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핵가족화로 자녀 수가 줄면서 아이들이 성장해 독립한 후에도 30~50년을 더 살게 되었지만, 부부 중심의 관계나 삶에 대한 대비와 교육도 없었다. 대가족 제도가 붕괴되면서 가훈이며 공유하는 가족 문화 등 유교 문화의 긍정적인 부분마저 함께 휩쓸려 간 것도 큰 원인이다. 이제 가족이 함께 밥도 먹지 않는다.

심리치료에 대한 부부 인식의 현실과 변화는?
지금까지는 아내가 원해서 남편이 따라오는 편이었는데, 30대부터는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참여한다. 관계에 대해 남녀는 기본적으로 사고가 다르다. 아내의 경우 72%가 관계를 생각한다. 따라서 문제가 작을 때 고쳐 나가기를 원하는 반면, 남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해서 문제를 키워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매체가 이러한 현실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건강한 관계의 유지와 발전보다 로맨스나 불륜같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 선정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으로 노출한다. 사회 변화에 걸맞는 건전한 관계상을 적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관계, 특히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반가족적 문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팽배한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심리치료의 현실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인식의 변화 속에서 치료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치료 인력의 전문성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심리학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학문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100년 전부터 연구해 노하우를 축적하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 없었다. 정서가 다르다보니 임상이나 상담심리를 공부해 학위를 받은 사람도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비전이나 가능성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갑자기 수요가 늘다보니 책에 나오는 이론을 검증 없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교수는 임상경험이 부족하고, 반대로 현장에서는 바탕이 되는 학문이 부족한데, 그 격차가 매우 크다.
가르치는 사람들마저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나 자기 계발 없이 1980대, 1990년대 자신이 교육받던 시절의 이론만 고집하는 등 정체되어 있다. 구태의연한 상담 방식이나 개념 훈련 등을 쓰는 것이다. 미국은 이혼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두 세대 반으로 넘어가 누적되고 파생된 문제가 이미 말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개인 상담 및 부부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급성 초기라 방지와 치료가 중요하다. 앞선 치료법을 빨리 도입해 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예방하고 치료하면 희망이 있다.


이혜정

알코올 중독자의 재활을 도와 드립니다

일산 카프이용센터 팀장
성신여대 심리학 박사
보건복지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1급

카프이용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음주문화센터(The Korean Alcohol Research Foundation: KARF) 산하기관이다. 알코올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재활기관이다. 출퇴근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주간 재활을 시도하고, 사회적 기업 청미래사업단을 통해 카프 병원에 딸린 카페나 매점에서 실시하는 직업재활훈련도 주관한다. 중독자는 물론 그 가족을 위한 교육 및 성장 프로그램 또한 주관한다.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에게 음주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한 부모님의 갈등과 경제난 때문에 20대 때는 고민이 많았다. 탈출구가 안 보일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심리학을 공부하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중독치료를 전담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음주문제로 가족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알코올 의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운명인지 그쪽으로 취업의 문이 열렸다. 음주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그 가족을 상담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이후 알코올 사목센터, 한국음주문화원 등을 거쳐 현재의 직장까지 줄곧 알코올 중독 치료 관련 전문기관에서 일했다. 현재는 중독 분야에서 내담자와 그 가족을 만나는 일이 행복하다. 애정을 가지고 도움을 주면서 그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중독치료 전문가의 길을 걸으면서 내면에 숨겨두었던 내 가족문제도 새롭게 직면해야 했다. 알코올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과 가족을 대하면서 상담자가 자신을 환자에게 투사하는 ‘역(逆)전이’ 현상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상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노력하며 용서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직업인으로서 어려움을 겪은 적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고민이 많았다. 수련 과정이다보니 대우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는 등 가정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선호도가 높거나 많은 보수보다는 스스로 만족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삶이 의미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과 흔히 ‘센터’로 불리는 기타 기관의 차이는?
심리검사를 되풀이하고 의사의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등 병원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보다는 기관에서 전공을 살려 내담자의 변화와 성장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도움을 주는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 상담을 통해 내담자와 함께 목표를 정하고, 고민을 함께하는 편이 더 좋다. 심리학자로서 상담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 연구, 지역사회 교육 및 자문, 직업 재활 등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억에 남은 사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내담자가 있다. 단주기간이 늘면서 가족관계가 회복되고 있었고, 새로운 일에도 적응하는 단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이 길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말기 암이었다. 중독자가 술을 끊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이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는 대부분 술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내담자는 맑은 정신으로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맑은 정신으로 살겠노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후 자신의 중독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인지, 병원비와 장례비를 벌기 위해 몸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도 일을 한 다음, 이 센터 바로 옆의 병원으로 찾아와 생을 마감했다. 가슴이 아팠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중독치료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라면?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담자에 대한 인내, 애정을 바탕으로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마음이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애경

청소년들의 마음의 병 치유, 완치율이 높지요

강남 위(wee)센터 임상심리사
경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실천 전공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1급

임상심리사가 된 계기는?
대학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하고 아동 상담을 비롯한 관련 업무를 하면서 미술치료도 공부해 자폐아, 발달장애, 정신지체, ADHD 등도 치료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 등을 거쳐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돌아보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또래 상담’을 해왔다. 상담사보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대학 시절 전공에 충실한 진로를 찾아 상담을 하다보니, 그를 통해 도움을 받고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껴 이 길을 걷게 되었다.

위센터와 본인의 역할을 소개한다면?
위센터는 교육지원청 산하기관으로 관할구역 초-중-고등학생의 정신건강 향상을 돕는다. 최근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라는 정신건강 전수조사를 했는데, 학업 부담 등으로 인해 우울, 자살충동 등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았다. 미성숙이나 가정문제 등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 위센터는 이런 학생들에게 상담이나 기타 치료 등 도움을 주며, 임상심리 전문가로서 나의 역할은 진단이다. 학생들을 검사하고 진단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후 이에 맞는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상담만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경우 센터에서 전담 상담사가 학생들을 맡지만, 기질 또는 선천적인 문제거나 고위험군인 경우 연계 병원에 요청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많이 달라졌다. 고등학생의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 마음이 아플 경우에도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병원의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 특히 그렇다. 기록이 남으니 남학생이라면 군복무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부모가 치료를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꼭 필요하다면 전문가로서 부모님을 설득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의 목표는? 치료 기간은?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외적 성장을 통해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치료 기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학업이나 성적 관련 기대 같은 환경적 요소라면 부모의 조절만으로도 금방 좋아질 수 있다. 기본 12회 상담인데, 짧아질 수도 있고 병원 치료 등이 필요하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학생들을 대할 때 철학이라면?
‘내담자를 대하는 태도가 학식, 훈련, 상담에 대한 견해나 기법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긴다. 인간관계에서 기술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임상심리 전문가는 검사와 진단을 위해 학생을 처음 만나야 하는 사람이므로, 기술 위주로 접근하면 마음을 잘 열지 않고 정확한 진단도 어렵다. 가족처럼 접근해서 학생으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하고, 그 이후에 전문가로서의 ‘스킬’을 적용하려 한다.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은?
도움을 받은 학생 중에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스트레스도 많다고 말해준다. 극복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성장의 자양분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학생들을 대하다보니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성인이 되어 연락해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 계발을 위한 지원이 좀 더 많았으면 한다. 관련 분야 연수나 세미나 등이 많은데,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하려 노력한다. 센터에서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월차나 자비를 쓰는 경우도 있다. 직업의 특성상 계속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하므로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 도움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식과 저변의 확대와 확충이 역시 급선무다. 일단 상담이나 심리치료 또한 정신과 치료와 약물복용처럼 의료보험이 지원되어야 한다. 또 국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대규모 캠페인 등을 통해 정신건강의 중요성 및 치료 가능성에 대해 학생들이 올바르게 인식해 언제라도 마음 편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라영선

종합병원 임상심리학실 수련생, 이후 걷게 될 길은요?

일산백병원 정신건강 의학과 임상심리학실 소속,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과정 3년차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임상심리 전공

임상심리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경영학부에 입학해서 2학년 때 산업심리학과를 선택했다. 상담과 임상심리 관련 과목을수강하면서 크게는 사람, 작게는 나에 대해 배운다는 면에서 흥미를 느꼈다. 막연하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현재 하는 일은?
임상심리 전문가이자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인 ‘슈퍼바이저’의 지휘 아래 1, 2, 3년차 수련생이 한 명씩 있는데, 그 가운데 3년차 수련생이다. 도구나 면담, 행동 관찰 등을 사용해 사람들의 지능이나 성격 등을 포함, 전반적인 심리 평가를 내리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병원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복귀시설에서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환 수련을 받고,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상담치료도 맡는다. 정신과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관련 논문도 함께 작성한다. 임상심리 전문가는 진단과 평가, 치료 자체뿐만 아니라 놀이, 미술, 음악 등 각각의 경우에 맞는 치료 수단 또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외부 워크숍 등을 통해 꾸준히 배움의 기회를 가진다.

병원에서 수련을 쌓고 있는데, 장점은?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증상이 경미한 환자부터 심각한 환자, 아동,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자를 접하게 된다. 각 환자들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라포’(상담이나 교육을 위해 쌓는 친근감)를 형성하고 치료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특히 경험이 많은 슈퍼바이저나 교수들의 조언,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된다. 의국 선생님, 사회복지사, 간호사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환자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치료 과정에서 조급함이 앞설 때가 있다. 짧은 기간에 환자의 상태가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경과가 좋지 않을 경우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치료에 임한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상담치료를 시작한 지 2년가량 되어가는 첫 내담자다. 첫 내담자라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이었던 친구가 중학생이 되어 키뿐만 아니라 마음도 조금씩 성장하는 걸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임상심리사 지망생에게 한마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요도 늘어서인지 임상심리사 지망생으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임상심리 대학원의 경우, 경쟁률이 높아 진학이 쉽지 않다. 과정을 갖춘 대학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수련도 보건복지부나 학회에서 심사를 통해 지정받은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임상심리 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과정을 동시에 수련할 수 있는 곳 또한 많지 않지만,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임상심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심리평가나 치료를 진행하다보면 평가자나 치료자의 개인적인 특성이 환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자기 수양이 매우 중요하다. 성숙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운동 등 자기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사람, 특히 환자를 대해야 하는 만큼 스스로를 먼저 잘 이해해야 한다. 대학생은 학교 상담센터 등에서 무료로 적성검사, 성격검사 등을 비롯한 심리평가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을 많이 대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은지?
오히려 환자들로부터 더 많이 배우고 에너지를 얻는다. 환자가 많을 경우 정신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소진될 때도 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을 즐겨듣고, 아이들과 상담할 때 함께 듣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한다.

수련 이후 계획은?
전문가로서 자격을 갖추면 실질적인 경험을 더 쌓고 싶고,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201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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