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 | 직업의 세계 ④ 애널리스트

치열하게 일하고 높은 보수를 받는 직종, 큰 흐름을 읽는 안목이 중요

애널리스트(Analyst). 직업의 명칭이 빤한 탓에 문외한도 ‘주업무는 분석’이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50점짜리 답이다.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 그것이 애널리스트의 진정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줄인다면, 애널리스트는 과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한다. 그 대상은 흔히 ‘섹터’라고 일컫는 특정 산업과 그에 속하는 열 군데 안쪽의 기업체다. 예측하는 미래는 기업의 이윤 활동에 기댄 주가의 추세다.
단순하게 말해서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면 주가가 오르고, 그 반대의 경우 떨어지니 기업의 미래에 따라 해당 주식에의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 즉 보고서를 펀드 매니저 대상으로 내고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애널리스트가 명칭 그대로 ‘분석하는’ 대상이 바로 과거다.
경제의 전체적인 흐름과 같이 큰 요소에서부터 분석 대상인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영화 흥행 성적이나 웹페이지의 트래픽같이 작은 요소,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정보를 소화 흡수해 참고한다.
‘어딘가는 5시겠지(It’s five o’clock somewhere)’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때 이른 음주를 위한 변명으로 많이 쓰인다. 사연 불구하고 벌건 대낮에 혼자 바에 앉아 낮술이라도 한잔 할라치면 밀려오는 겸연쩍음을 떨쳐내기가 어려운 법, 그럴 때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다.

지구가 둥글어 어딘가는 5시인 덕분에 애널리스트는 다른 직장인들보다 하루를 일찍 연다. 밤새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뉴스를 모아 분석, 각자의 담당 산업·기업과 그 주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오전 7시 30분에 열기 때문이다. 이들이 출근하는 시간은 대부분 7시 안팎. 일어나 준비하는 시간까지 따진다면 낮술은 언감생심, 따뜻한 아침 한 술 뜨기도 어렵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독립적으로 자리 잡은 지는 불과 10~15년이 되지 않았다. 주식시장이 해외에 개방되면서 분석을 위한 최신 기법이 도입된 다음부터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일반 대기업의 2배’라는 높은 연봉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직업의 세계〉에서 만난 애널리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보수를 많이 받는 만큼 업무의 책임도 크고, 그 책임을 이수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한 만큼 보상이 따르는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각 회사에서 담당 산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는 자신뿐이므로 회사의 유일한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어 업무 관계가 수직적이기보다 수평적이고, 상대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직업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래서 업무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신이나 육체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애널리스트의 자리를 계속해서 지키겠다는, 강한 애착을 보였다.

애널리스트는 도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성된다. 처음 입사하면 ‘RA(Research Assistant)’라는 직함으로 ‘시니어’ 애널리스트의 분석 업무를 보조하며 배우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2~3년 거치고 나면 자신의 이름으로 보고서를 올리는 애널리스트가 될 만한 경험이며 자격을 갖춘다. 투자, 즉 돈의 흐름과 관련된 직종이니만큼 애널리스트는 상경계열 전공자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직업의 세계〉를 통해 만난 애널리스트들은 그러한 생각이 통념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재무제표로 대표되는 수치 자료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하므로 관련 분야의 지식은 당연히 갖춰야 하지만, 그만큼 담당 산업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으므로 최근에는 공대 출신은 물론, 각 산업·업체의 실무자들이 애널리스트로 변신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수치로 된 자료를 잘 다루면 좋은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이 또한 통념이다. 보고서 또한 수치화된 자료를 많이 담고 있지만, 애널리스트의 최종 목표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의 역할이 중요하고, 세계화 추세에 따라 외국어 능력을 겸비해야 하는 데다 인문학적 소양도 당연히 중요하다.

아침 회의 후, 애널리스트들은 주식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기관 또는 법인 투자자, 즉 펀드 매니저들과 주로 전화 통화로 회의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눈다.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세미나 형식으로 일과 시간에도 이루어지는데, 이는 담당 기업을 파악하기 위한 공식적인 방문인 ‘탐방’과 더불어 애널리스트의 중요한 대외 활동이다.

현재도 상한가를 치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예측하는 애널리스트의 미래 또한 상승세다. 기존 산업이 세분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 IT나 제약 등의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스타마인’이 공동 집계한 산업별 애널리스트 가운데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애널리스트 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어보자.

사진 : 김선아


신정관

산업공학 전공 후 MBA과정을 마친 자동차 부문 최고의 애널리스트

KB 투자증권, 자동차 담당 / 한국과학기술원 데이터 공학박사 / 영국 옥스퍼드대학 MBA

애널리스트가 된 계기는.
원래 공학 전공자다. 산업공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뒤 관련 업종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0년대 초 IT와 전자통신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주식 붐이 일었을 때부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공자의 시각에서 휘발성 강한 주식시장의 특성과 관련 업체 핵심 기술 사이의 관계를 생각했고, 나처럼 관련 분야의 전공 지식을 가진 사람이 주식 관련 업무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사업체 또한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관련 분야 전공자라면 색다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했다. 이후 KT에서 기술기획 업무를 하다가 2006년, 지금까지 해온 공부며 업무에 상경계열 지식을 접목해볼 생각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MBA를 공부했다. 학위를 받은 후 곰곰 생각해보니 내 원래 전공인 산업공학이 통계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다 애널리스트의 주된 업무인 연구 분석이 내가 해오던 일과 다르지 않아 도전하게 되었다.

늦깎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면접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예상하고 준비를 해 갔다. 당시 대표 애널리스트 가운데 나와 같은 나이에 시작한 선배들을 조사했다. 그들을 언급하며 나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분야 경력 덕분인지 RA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따라잡으려고 처음에는 주말도 없이 일했다.

자동차 섹터를 맡은 특별한 이유라도.
원래 소비자로서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에서는 외국차를 탔는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가 쇼핑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다 런던 번화가 한가운데에서 차가 길에 서는 경험을 했다. 정비소에서 점검한 지 불과 1주일 만이었다. 국산차를 타는 동안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으므로 우리 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애널리스트로 취업했을 때 태양광 등 새로운 에너지 자원에 대해 공부했는데, 새로운 에너지의 목표가 자동차의 석유 의존도 탈피를 위한 시도의 일환이며, 자동차에 미래 기술이 응집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요즘도 자동차에 최신 IT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자동 운전이 가능한 ‘스마트 카’ 가 그 좋은 예다.

정보 분석을 통한 예측이 주 업무이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일종의 활자 중독이 있어서 시시각각 들어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보고서를 통한 예측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만, 사실은 맞아도 스트레스다. 그다음 움직임에 대해 고민하고 또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인다. 일단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려고 한다. 회사 근처의 헬스클럽에 가기도 하고 골프도 친다. 등산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영화 또한 또 다른 의미에서 산업의 집약체이기도 한 데다 최신 경향을 파악한다는 의미에서 챙겨 보려고 노력한다.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투자 예상이 적중했을 때 짜릿하다.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였음을 의미하는데, 움직임 자체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니 의미가 없고, 그 원인까지 적중해야 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가 일어났을 때, 미국시장까지 감안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 것이 적중했다. 국민연금 투자 등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다.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요소라면.
내가 MBA를 공부한 것처럼 상경 계통 이론은 기본이라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공학을 통해 터득한 것처럼 깊이 있는 연구와 같은 방법론도 필요하다. 경제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이나 보고서를 만들며 글로 풀어내야 하는 일이라 인문학적인 지식의 중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애널리스트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업무의 성격 때문인지 밀도 때문인지 직업의 수명이 짧은 편인데, 최근 50대 애널리스트의 수가 느는 추세다. 탐방·분석 대상 기업이나 학교로 갈 가능성도 있고 펀드 매니저로 갈 수도 있어 애널리스트의 미래는 융통성 있고 밝다고 생각한다.


민영상

미디어 부문 분석 위해 영화, 홈쇼핑, 카지노까지 검토합니다

하이투자증권, 미디어·유통 담당 / 연세대학교 경제학 석사

애널리스트가 된 계기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은행에 입사, 7년 정도 행원으로 일하다가 계열사인 경제연구소로 옮겼다.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은행 업무에서 벗어나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였다. 이후 기업 인수 및 합병 과정에서 소속팀이 증권사로 옮겨갔고 그 후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게 되었다.

담당인 미디어 섹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미디어와 유통 분야를 맡은 것은 아니다. 처음 분석을 시작할 때 맡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올해로 12년째인데, 국내 미디어 산업이 계속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그 역사와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관련 분야는 다양한 업종을 망라한다. 영화나 홈쇼핑은 물론, 마트, 심지어 카지노 등도 포함한다. 그러다 보니 실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가령 영화 분야를 위해서는 영화진흥원 등에서 흥행, 즉 관객 수 관련 자료를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 영화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감을 잡고 있어야 한다.

정보 분석을 통한 예측이 주 업무이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
아무래도 예측이 틀렸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디어 담당이니만큼 시간이 허락하면 저녁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본다. 토요일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직업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경우라면.
2000년 초 미디어 분석을 처음 시작할 때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류의 트렌드를 관심 깊게 보았다. 이러한 트렌드가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하고 2003~2004년, 관련 내용을 다룬 120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미디어가 방송이나 광고뿐 아니라 통신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골자의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가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담당 분야의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2000년대 초, 처음 기업 분석의 틀이 잡히고 나서 시작한 애널리스트로서 구분하자면 2세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세대가 계속 교체되고 있지만 직업 자체의 수명은 길어지는 추세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이 커진 것은 물론, 분석할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경력이 많은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부침을 경험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10년 넘게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다 보니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체력도 그렇지만, 빠르게 교체되며 나날이 젊어지는 펀드 매니저들과 접점이 줄어든다. 펀드 매니저는 애널리스트에게 서비스, 즉 투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받는 입장이다 보니 또래와 함께 일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다 보니 힘든 측면이 있다. 전문가라고 인정받고 싶은데 분석 기법도 날로 다양해져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래도 성취감이 분명하고 만족도가 높으므로 계속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싶다. 투자 쪽으로 눈을 돌려 펀드 매니저로 이직하거나 연구·기타 분야의 관리자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30대 ‘주니어’ 애널리스트는 위로 올라가기만을 원하는데, 나 같은 경우 10년 넘게 경력을 쌓다 보니 마음을 비워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물론 애널리스트로서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주변 정보를 어느 직종보다 빨리 소화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내공이 높은 직업이다. 증권회사를 전부 헤아린다면 분야별로 애널리스트가 50명 정도 있는 셈이다. 이들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최소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야 특정 산업의 애널리스트로서 브랜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요소라면.
경제 지식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전공자일 필요는 없다. 요즘은 비상경 계열 출신도 활발히 활동한다. 높은 보수 등으로 막연히 동경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보다는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 분석하는 산업에 대한 흥미 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의 미래는 밝지만 경쟁과 일의 강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력은 기본이고, 말과 글을 통한 설득력 또한 필요하다. 자료 분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마케팅 또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료 분석만 할 생각이라면 기업의 경제연구소 등으로 가는 편이 훨씬 낫다. 개인적으로도 자료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설득 과정을 거쳤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정대호

믿을 수 있는 전문가, ‘믿을맨’이 되고 싶습니다

LIG 증권,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 /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증권업협회 주관 애널리스트 양성과정 3기 최우수 졸업

애널리스트가 된 계기는.
군 복무 시절, 진로에 대해 생각하면서 금융 분야로 진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간접 경험의 기회로 일반 운용 전문 인력, 파생상품 상담사 등 금융 관련 분야 자격증 다섯 종류를 취득했으며, 은행 인턴십도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선배로부터 증권업협회 주관 애널리스트 양성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참여했다. 수치로 이루어진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논리적인 자료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적성에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애널리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그 과정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투자그룹을 만들어 분석과 보고서 쓰는 일을 하다가 기업체에 입사했다.

적성이라고 했는데, 어떤 측면인가.
애널리스트는 글을 쓰지만, 작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애널리스트가 쓰는 보고서는 수치 위주의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리의 인과관계가 딱딱 들어맞는 그 과정을 즐긴다. 그 과정과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는 과정 또한 즐긴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설명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IT 분야를 맡은 계기와 담당 분야의 매력이라면.
처음 RA로 일을 시작했을 때 통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와 인터넷 게임을 담당하는 두 분의 애널리스트에게 배운 것이 현재 담당 분야를 맡는 초석으로 작용했다.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가치를 생산하는 산업 분야라는 매력이 있다. 콘텐츠에 얽힌 흥행성 등을 감안해서 분석해야 하므로 의외성이 높으며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신 그 의외성 덕분에 떠오르는 별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자동차나 철강과 같은 섹터는 새로운 기업을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보 분석을 통한 예측이 주 업무이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
학교에 다닐 때는 통기타 동아리 등에서 활동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한다. 주말 중 하루는 출근하는데, 일찍 출근하지 않으므로 밀린 잠을 자는 편이다.

직업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우라면.
작년과 올해, 시가 총액이 크지 않은 담당 기업 하나씩을 각각 꾸준히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예측대로 주가가 올라갔다. 그 덕분인지 이제 2년차의 길지 않은 경력임에도 담당 분야에서 개인 브랜드, 또는 애널리스트로서 믿을 만하다는 평판을 쌓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2년차이므로 커리어의 큰 그림을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일단 이 일을 오래하고 싶다는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 모든 애널리스트가 그렇듯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야구의 중간계투인 ‘미들맨’을 ‘믿을맨’이라고 일컫는 비유가 있는데, 그렇게 ‘믿을맨’이 되고 싶다. 각 매체가 선정하는 최고 애널리스트에 꼽히고 싶기도 하다.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요소라면.
요즘 졸업 대상자를 보면 ‘스펙’이 참 좋다. 거기에 반드시 열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내는 성과만큼 주목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에 따라 보수도 높고 화려해 보이는 반면, 업무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열정은 뜨거운 불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구절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한 열정으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 일이 나에게 맞으므로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다음 돌아보지 않았다.


김정욱

퇴근 시간도 없이 일하지만 예측이 맞아떨어질 때는 정말 짜릿하죠

하나대투증권 철강 및 비철금속 담당 /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애널리스트가 된 계기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종이 완전히 세분화되지 않고 독립되지 않았을 시절, 증권사 공채에 지원, 합격해서 처음에는 전산직으로 배치를 받았지만 연구직 발령을 요청했다. 계열사인 투자 자문사로 옮겨 연구와 주식 운용, 자문을 위한 자료인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3년 후 경제연구소로 옮겼다. 이후 경제, 시황,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 분석하며 기반을 다진 다음, 주식시장의 성장·세분화와 더불어 자연스레 산업·기업 분석의 커리어를 쌓게 되었다.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적성과 덕목을 갖추어야 하나.
적성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경제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관심이 있다면 전공을 불문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상경계열 전공자가 유리하다. 경제와 회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이므로 영어도 물론 필요하다. 분석 대상인 기업에서 영업직 등으로 일한 경력자를 뽑는 경우도 있다.

정보 분석을 통한 예측이 주 업무이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
예측 작업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르므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다. 업무에 끝이 없으므로 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정기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술을 즐긴다.

직업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우라면.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투자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인데, 투자자 보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손실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주관적이지 않은, 즉 편향되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는 도덕성과 신중함이 중요하다.
기관 투자자 등이 내 의견을 신뢰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예측에 따라 주가가 올라가고 높은 수익이 나올 때도 보람차다. 추천 의견을 듣고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철강· 소재 분야를 맡은 계기와 담당 분야의 매력이라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체계를 갖춘 상태가 아닌 데다 빈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었다. 기업 분석 업무만 전문적으로 하면서 건설, IT 등 여러 분야를 돌아가면서 3년간 맡았다. 그러던 중 철강, 유틸리티, 운송 분야까지 분석까지 맡았다가 철강과 비철금속만 전담한 지 6년 정도 되었다.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산업이라고 할 수 있고, 그만큼 분석 과 예측이 어렵다. 실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본 재료로 쓰는 것은 물론, 재단 등 가공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특성도 한몫 거든다.

앞으로의 계획은.
본 적은 없지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외국의 백발 애널리스트가 롤 모델이다. 분석 업무를 오래 하고 싶다는 의미다. 요즘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러한 바람이 욕심은 아닌지 고민도 한다. 보수도 그렇지만, 조직에 속하면서도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개인의 역량에 따라 성과를 거둔다는 측면에서 인기 직종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와 순발력이며 체력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적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관리직 등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1.5세대 베테랑 애널리스트로서 젊은 세대에게 한마디한다면.
보수만 따지자면 애널리스트는 철저히 ‘퍼포먼스’, 또는 성과를 기준으로 받는다. 경력이 높은 보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조급증에 시달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려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그만큼 도전과 경쟁이 심하고, 그 부작용으로 나이에 비해 빨리 늙거나 기력이 소진할 수도 있다. 긴 안목으로 산업을 이해하고 경험을 쌓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는 경쟁이 과열된 면이 있어 예전처럼 분야별 애널리스트 모임도 갖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연 정화되리라 생각한다.


배기달

부정적인 전망을 내리기 쉽지 않지만 객관적인 분석 자료로 인정받았죠

신한투자금융 의료 섹터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애널리스트가 된 계기는.
IMF 외환위기를 겪고 주식시장이 다시 좋아지는 시기에 졸업하면서 애널리스트라는 직종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증권사에 입사해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 즉 주식공개상장 업무 등을 4년 정도 하다가 2004년 6월부터 정식으로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게 되었다. 기업에 속해 있지만 하나의 산업과 기업을 담당하면서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고, 한 개인으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기존의 업무에서 다진 기본 덕분에 RA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분석 업무를 맡았다.

제약주를 맡은 계기와 분야의 매력이라면.
처음 분석을 시작하면 총액이 작거나 자리가 빈 분야를 맡는데, 때마침 제약주가 그런 상황이었다. 이후 3~4년간 제약주의 시황이 좋다 보니 다른 분야로 옮겨가기 어려워 쭉 맡았다. 전문성이 강화되는 추세라 분야를 옮겨가는 경우는 드물다. 제약 분야의 매력은 막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성장세인 산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인 신약 19호가 발표되었다. 1999년 1호가 발효된 이후 19번째라는 의미이므로 그만큼 성장 가능성 또한 크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숫자, 즉 재무·회계에 대한 이해와 배경지식이 우선이다. 수치화된 정보를 분석,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수치화된 정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상경계열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애널리스트가 되다 보니 오히려 상경계열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산업현장 출신도 늘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의 현황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분석을 통한 예측이 주 업무이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
분석·예측 자료가 내 이름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예측치와 차이가 많이 날 때는 바둑처럼 복기 과정을 거쳐 오차를 줄이려 한다. 스트레스는 가급적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상황이 급변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업무가 끝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풀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야구 등 운동경기 관람을 좋아하는데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보기는 어렵다. 운동 또한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직업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우라면.
지난 3~4년간 제약 관련주가 좋지 않았는데, 나 또한 꾸준히 그렇게 전망해왔다. 내가 맡은 산업이니만큼 부정적인 전망을 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따르자니 그럴 수밖에 없다. 작년 6월, 드디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낼 수 있었는데, 8월에 정부가 약값 인하를 발표하면서 다시 영향을 받아 전망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올 5월 드디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 일종의 브랜드 파워를 얻은 셈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애널리스트에게는 직급이 별 의미가 없다. RA인지, 자신의 이름으로 보고서를 쓰는지 여부가 관건일 뿐이다. 분야별 애널리스트가 동등하다고 할 수 있는, 일종의 수평 구조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자리 잡은 지 10~15년밖에 되지 않아 선배 애널리스트들의 가는 길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평교사의 비유를 종종 들어 직업적 바람을 설명하곤 한다. 관리직이 되기보다는 계속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싶다는 의미다.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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