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소셜 커머스 ‘디블로’ 박성렬・이홍규 대표

숨은 디자이너 발굴해 세상에 알리려 온라인 디자인박람회 만들었어요

우리나라에 디자인 상품만 파는 소셜 커머스가 등장했다. 국내 최초 디자인 소셜 커머스 ‘디블로(dblow.com)’다. 디블로는 유명 큐레이터와 신진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매일 입점해 판매하는 온라인 디자인박람회로, 매일 새로운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고 이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디자이너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큐레이팅 공간이 되고 있다.

디블로는 ‘Mind blowing design’의 약자로 ‘상상을 깨뜨리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코넬대 건축학과 출신인 박성렬 대표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의 미국 내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했던 이홍규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디자인 상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팔 만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때마침 미국에서 벤처기업 팹닷컴(Fab.com)이 만들어져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을 알게 됐다. 뉴욕에서 시작된 팹닷컴은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e-커머스 업체 중 하나. ‘디자인 소셜 커머스’를 표방하는 이 사이트는 2010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불과 5개월여 만에 3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는 디자인 상품에 특화된 소셜 커머스가 없다는 데 착안해 친구인 이 대표에게 “함께 하자”고 설득했고, 자신은 바로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했다.

“‘가격이 아닌 디자인을 내세우자’ ‘소비자에게 이제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디자인으로 어떤 상품이 나올 수 있는지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2011년 9월 크라우드 캐스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에 돌아와 놀란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한국 디자이너들의 뛰어난 창의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이나 세계시장으로 수출하는 통로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이홍규)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디자이너가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개개인의 브랜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박성렬)

한국형 팹닷컴을 만들기로 한 이들은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좋은 디자인 상품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디블로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만난 디자이너가 300명이 넘는다. 박 대표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디자인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디자인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테스트할 수 있는 유통 공간이었습니다. ‘이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었을 때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 테스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거든요. 시장 수요를 단순히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어 계획적인 생산에 도움이 되죠.”

“질 좋고 기발한 디자인 상품을 디블로를 찾는 회원들에게 소개해 사람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곳, 구매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도 있었네’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사이트가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이홍규)

판매수수료는 판매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몇 개의 옵션을 만들어두었다.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아요.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 수익도 분명히 따라온다고 생각했거든요.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한 분도 계세요. 그런데도 ‘몇 명이나 우리 제품을 봤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세요. 얼마나 돈을 버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주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디자이너의 세계인 것 같아요. 저희 역시 그래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이트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한 디자이너의 펜던트 상품은 사이트에서는 잘 안 팔렸는데, 아트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죠. 이렇게 디자이너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더 많은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게 저희의 목적이기도 합니다.”(박성렬)

디블로는 각계 디자인 전문가들이 디자인 상품을 온라인에 올리는 전시기획(큐레이팅)에도 참여한다. 팹닷컴과 같이 디자인 상품을 소셜 커머스 형태로 매일 입점시켜 판매하되,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한 큐레이터를 ‘fan’으로 설정해두면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거나 엄선된 물품이 우선순위로 노출되는 ‘큐레이터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오프라인상의 ‘단골우대’와 같은 의미로 디블로가 추구하는 ‘네트워크 커머스’의 핵심 마케팅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그 전문가의 팬이 됩니다. 다음 상품이 나올 때 팬이 이를 먼저 알게 되고, 판매자는 단골 손님을 확보할 수 있지요.”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좋은 전문가 집단이 확보되어야 하고, 소비자가 관심을 보일 만한 디자인 상품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박 대표는 “이 사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디자이너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디자인-인테리어 잡지 편집자와 그들을 통해 디자이너, 빈티지 컬렉터, 사진가들을 만난 박 대표는 그의 아이디어에 환호하는 전문가 집단을 보면서 ‘이 일이 해볼 만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가구와 소품 디자이너 200명과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한 달간 베타 서비스를 한 뒤 6월부터 제품을 팔기 시작했는데 30~40대 직장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고, 5일이 채 안 돼 회원 수가 5000명을 넘었다.

“많은 사람이 선물용으로 디자인 제품을 찾는다는 걸 알았어요. 선물이라는 건 희소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저희 제품은 5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에만 판매하니 선물용으로 제격이죠.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디자인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문의를 해옵니다.”(이홍규)

창업을 준비하면서부터 매일매일이 정신없이 지나간다는 그들은 항상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디자인의 생태계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었는데, 수많은 디자이너로부터 조언을 들으면서 지금의 온라인 디자인박람회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트 론칭 초기에는 디도스 공격으로 사이트가 다운되는 등 문제도 있었지만 요즘은 밤새며 작업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창업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희열이랄까요?”


두 동갑내기 친구가 가진 포부는 크다.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뛰어난 감각과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디자이너들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소개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저희는 점프대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할리우드에 Creative Artist Agency라는 에이전시가 있어요. 잘생겼든 못생겼든 각각의 특징에 맡게 영화에 캐스팅되도록 도와주면서 할리우드 배우로 도약하게끔 하죠. 저희 역시 그런 회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그동안 숨겨져 있던 디자이너들이 디블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능력을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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