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아트퍼니처 작가 송승용

아트퍼니처 작가 송승용(34·www.seungyongsong.com)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핫’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잡지 〈ramp〉가 선정하는 ‘올해의 핫 디자이너 10인’에 들었고, 룩셈부르크의 방송 채널인 <럭스luxe tv>에서 ‘한국의 디자이너’로 소개되기도 했다.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그리스 등 유럽뿐 아니라 미국·칠레·멕시코·중국의 디자인 잡지나 예술 잡지들도 앞 다투어 그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혜성처럼 등장한 것일까.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리고 있는 <리빙디자인컬렉션>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얼마 전 기분 좋은 이메일 한 통을 받았어요. 뉴욕에 사는 한 건축가가 보냈는데, ‘우연히 당신의 사이트를 봤다. 오늘 당신의 작품을 보고 웃으면서 출근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웃는 것처럼 제가 작업한 것을 보고 누군가가 웃거나 행복해하겠지라는 상상을 하면 저도 행복해집니다.”

Dami
그는 2006년 프랑스에서 열린 〈1001 paysages: Chaumont-sur-Loire〉 전시를 비롯, 계속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해왔다. 지금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디자인과 융합> 전시를 앞두고 있다.

“제 작업을 본 사람들이 ‘한국적이다’ ‘아시아 냄새가 난다’고 평하곤 해요.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하진 않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지요. 좌식문화를 경험한 유전자가 제 안에 있어서인가 봅니다.”

Objet-O
한국의 창살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 다미 시리즈도 처음부터 한국적인 작품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무언가를 담을 수 있고 올려놓을 수도 있는 기능성을 고려했는데, ‘한국적’이라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예술과 실용의 경계, 국가 간의 경계가 없다. 오히려 동서양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토대로 작업을 한다.

Green Panier
“프랑스 랭스국립미술학교 대학원을 졸업할 때 제 석사논문 주제가 ‘노마드’였어요.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한곳에 터를 내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을 생각했지요. 작업할 때는 기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그 기능에 적합한 소재를 찾는 게 그다음이고요. 제 작업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지 않겠다는 생각이지요.”

한국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할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디자이너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비구니가 된 누님처럼 자신도 스님이 되고 싶었고, 조각을 전공하는 그에 대해 가족들은 ‘불상을 조각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한다.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2003년 선배를 찾아 스트라스부르크로 떠난 여행에서였다.

Objet-E
“선배가 자신이 공부하던 미술학교인 아르데코를 구경시켜주었는데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교육방법이 우리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우리나라 미대는 뚜렷하게 영역을 나눠 거기에 해당하는 작업만 하는데, 그곳에서는 특별히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었어요. ‘저게 디자인이야? 조각이야?’라는 의문이 드는 작업이 많았고,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지점에 있는 아트퍼니처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불어를 공부해 1년 후 교환학생으로 그 학교에 갔죠. 아내도 그 학교에서 만났고요. 그 후 랭스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Rong
그는 랭스국립미술학교와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최우수 졸업을 했다.

“랭스국립미술학교는 신입생이 80명인데, 졸업할 때 남는 학생은 10명 정도예요. 해마다 40~50% 정도가 학교를 떠나야 할 정도로 교육과정이 치열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학생들의 작품을 심사하는데, 저도 2학년 때 탈락할 뻔했어요.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너 지금 라틴어로 말하는 거니?’라고 대놓고 면박을 줄 정도죠. 그 학교를 다니면서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어요. 스케치를 해오라는 과제에 완성품을 만들어 가져갈 정도로 악착같이 노력했죠. 잘릴 뻔했던 학생이 놀랄 만한 발전을 보였다고 졸업할 때는 교수들도 감탄한 것 같았어요.”

1001 paysages: Chaumont-sur-Loire
그는 2006년 프랑스 가든축제 공모에서 당선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든축제에 학생들을 위한 대회가 있어요. 당선된 학생에게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10만 유로를 지원해줍니다. 그때 발표한 작품이 ‘1001 paysages: Chaumont-sur-Loire’였어요. 멈춰 있는 가든을 움직이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설치작품이었지요.”

jesuites Reims
이 작품은 매년 정원 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프랑스 루비에 시에 영구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프랑스에서 여러 설치작업을 했던 그는 2008년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클라우디오 콜루치 사무실에서 루이비통의 아트디렉터 장 마크 게디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때 작업한 브랜드가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이브 생 로랑 등 명품 브랜드 제품 론칭 작업이었어요. 처음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작업할 때는 행복했습니다. ‘부산 촌놈이 파리의 디자이너가 되다니…’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컸죠. 하지만 작업을 할수록 제 작업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제 작업을 위한 스케치를 하고 있었죠. 제 작업을 하고 싶어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지금의 아내가 ‘한국으로 돌아가 마음껏 작업해보라’고 했습니다. 얼른 짐을 싸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지요.”

일산에 원룸을 얻어 바로 작업을 시작한 그는‘Dami series’ ‘Object-o’ ‘ Green panier-M’ 등 작품을 차례로 쏟아냈고, 그의 작업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Object-o’와 ‘사랑방’으로 최근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아트숍에서 독점 계약을 했고, 스페인의 임반(Imban) 욕실가구 디자인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작업하는데,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 더 많이 찾는다.

“외국은 아트퍼니처를 순수미술과 나란히 전시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아트퍼니처를 가구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또 조각은 예술품이라 비싼 게 당연하지만 가구가 비싼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트퍼니처의 마니아층이 두터워져야 한국의 아트퍼니처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좀더 힘을 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요즘 그의 바람이다.

사진 : 김선아
촬영협조 : LIVING DESIGN COLLECTION ATOZ www.project-atoz.com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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