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미나 라비또 대표

세계 각국 디자인숍에서 팔리는 제품 만들다

토끼의 귀 모양을 본떠 만든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 ‘라비또(Rabito)’. 스마트폰을 보호하면서 개성도 드러낼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영국・미국・스페인・독일 등 15여 개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전 세계에서 팔리는 인기 상품이 된 것이다.

라비또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디자인회사 ‘라비또’를 만든 곽미나씨. 집에서 토끼를 키우고 있는 그는 토끼 귀 모양을 모티프로 디자인에 활용했다. 라비또가 인기 있는 것은 그러나 토끼 귀 모양의 귀여운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이어폰 줄을 감을 수 있는 와인더 기능에다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쉽게 찾아 꺼낼 수 있는 등 실용성과 편리성을 갖추었다. 꼬리 역시 디자인을 더하는 요소다. 꼬리를 스마트폰 뒷부분에 붙이면 거치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는 도구가 아닙니다. 24시간 함께하는 존재지요. 그렇다고 각자의 개성에 따라 주문 제작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 사람들이 거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조금 더 특별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했지요.”

서울대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곽미나씨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6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그는 대기업 디자이너라는 틀 안에서 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디자인,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싶어 독립했다. 평소 좋아하던 토끼에서 영감을 얻어 처음 만든 작품으로 영국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곧바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 작품을 보고 그자리에서 600파운드(100만원)에 사겠다고 조르는 분도 계셨어요.”


그의 제품은 대만・홍콩・중국・필리핀・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300만달러어치를 계약했다. 한 바이어는 전시 마지막 날, 전시했던 물건을 모두 구입해 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귀여운 캐릭터가 여심을 사로잡는 라비또는 특히 10대와 20대 여성층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에 올리자마자 3일 만에 1만 개가 완판될 정도였다. 그는 “처음부터 이렇게 주문이 몰려올지 몰랐다”며 “한 달 이상은 팔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제작한 물량이었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고 했다. 몇몇 스타 연예인들이 라비또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노출되면서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그러나 국내 판매에 만족하지 않았다. 각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에 주력했다. 일본 도쿄 전시회와 파리 전시회, 홍콩 디자인쇼에 출품해 주목을 받았고, 디자인 선진국의 디자인숍에서 팔리는 제품이 됐다. 이탈리아는 ‘엑셀시오 밀라노’, 프랑스는 ‘콜레트’, 스페인에서는 ‘빈손’에 입점해 있다. 올해에는 동남아, 중동 등지로 수출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15여개국에 수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사업이 늘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경우 라비또를 본뜬 모조품이 길거리에 등장하면서 그를 괴롭혔다.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였는데, 디자인은 물론 작은 글씨로 새겨진 라비또의 전화번호와 디자이너 이름까지 그대로 베낀 모조품이 길거리와 상점, 인터넷 쇼핑몰에까지 등장했다. 그는 “잠깐만 비교해보면 가짜와 진짜를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라며 모조품을 꺼내 보였다. 만져보니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소재부터 달랐다. 모조품은 말랑한 재질이라 두 귀가 쉽게 접히는데, 진품은 단단한 느낌으로 두 귀가 쉽게 구부러지지도, 접히지도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경고만 했는데 이제는 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곽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각종 전시회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발표해왔다. 창업을 결심한 것도 직장에 다니면서 참가했던 2008년 영국전시회 덕분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틈틈이 작업했습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지구환경에 관한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지구 온도가 약간만 올라가도 얼마나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었죠.”

그는 환경, 지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티셔츠와 컵, 반지, 목걸이, 귀고리 등을 디자인하면서 표현했다.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우선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디자인을 생각했죠. 어느 집에나 사용하지 않고 모아놓은 단추가 많잖아요? 그걸 가지고 반지, 목걸이를 만들어봤습니다.”

단추를 멋진 액세서리로 변신시킨 그의 리사이클 액세서리는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국의 ‘100% 디자인’ 전시회에 이어 세계 곳곳의 디자인 전시회에서 큰 인기를 누린 그의 제품들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아트숍을 비롯해 뉴욕, 도쿄,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인숍 판매로 이어졌고, 지금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판매할 생각으로 만든 게 아니었는데 반응이 뜨거워 오히려 제가 놀랐어요. 그때 비로소 알았어요. 그동안 저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제가 만든 걸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계속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이것이 터닝 포인트가 되어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창업과 연결시켰다. 그는 다른 제품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휴대전화 클리너, 휴대전화 무선충전기, 라비또 디자인을 활용한 머그컵인 ‘라비또 머그 화이트’ 등을 출시했으며, 얼마 전에는 새로운 휴대전화 케이스인 ‘라비또 봉봉’을 선보였다. 스펀지 소재에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잡는 느낌을 고려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떨어뜨렸을 때 충격을 줄여주고, 이어폰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올해는 라비또를 휴대전화 액세서리뿐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문구용품과 생활용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에게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물으니 “길거리에서 라비또 제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라고 말한다.

“독창적이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찾고, 거래처에서도 먼저 연락해온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앞으로도 유니크한 디자인 아이콘이 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그는 오늘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미있는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꿈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사진 : 하지영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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