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디어로 글로벌 디자인 상품을 만들다 - 남상우 어프리 대표

오피스 공간에 자연을 심고 싶습니다

간단히 메모해 붙여놓아야 할 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포스트잇. 여기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은 디자이너가 있다. 은행나무・자작나무・단풍나무・담쟁이・참나무・벚나무 등 갖가지 나뭇잎 모양으로 디자인한 포스트잇인 ‘리프잇(leaf it)’. 딱딱한 사무공간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이 포스트잇은 현재 일본・프랑스・호주・미국・영국 등 총 27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글로벌 디자인 상품’이다. 일본의 유명 숍인 ‘Franc Franc’ ‘It’s demo’ 등 대형 체인점과 셀렉트 숍을 비롯해 약 100군데에 입점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프잇은 실제 나뭇잎 모양을 그대로 본뜬 사실적인 느낌으로 숨 가쁜 일상에서도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 둘 붙여나가다 보면 사무실이 숲이 되는 것 같다.

이 제품을 디자인한 생활소품 디자인 기업 어프리(Appree)의 남상우 대표를 만났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오피스 공간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사무용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던 그는 여러 종류의 꽃과 등나무・포도나무 등을 직접 기르며 자연과 함께 성장했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홍익대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서 휴대폰, 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갈증이 깊어지고 있었다.

“전자제품은 디자이너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없어요. 마케팅팀에서 미리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제품의 크기와 폭, 길이, 두께, 버튼 위치까지 모두 정해진 후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멋있어 보이는 옷이라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것은 아닌 것처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따로 있지요. 저에게 잘 어울리는 일은 자연을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벚꽃 모양의 포스트잇.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자연을 제품 디자인에 접목시키고 싶었던 그는 2008년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아이템은 숱한 고민 끝에 일반 메모지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접착 메모지를 생각했다.

“당시에도 자연을 모티프로 한 제품은 많았어요. 주로 심플한 디자인으로 자연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게 많았는데, 저는 조금 더 리얼한, 원초적인 자연의 모습을 빌딩 속 사무공간에 옮기고 싶었어요. 제일 좋은 것은 사무실에 식물을 두는 것이겠지만, 제 전공이 제품 디자인이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 했죠.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고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면 보람 있을 것 같았어요.”

이헌철, 남상우, 김문철(왼쪽부터).
‘리프잇’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2009년 이탈리아 트레이드 쇼를 통해 처음 세계에 선보인 후 일본의 파트너를 만났다. 하지만 남 대표는 수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일본 바이어는 반년 동안 남 대표에게 수출에 대한 교육을 하다시피 했고, 2009년 9월 첫 수출이 이루어졌다.

“고맙게도 제 제품을 사가겠다고 일본 바이어가 직접 저를 교육했습니다. 덕분에 수출 전반에 대해 알게 됐고,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수출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어 이곳저곳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물건으로 재탄생한 클리넥스 티슈, 투명하고 영롱한 물방울 형태가 돋보이는 ‘물방울 마그네틱(Waterdrop Magnetic)’ 냉장고 자석도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그가 디자인한 제품을 본뜬 모조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저희 제품을 본뜬다는 것은 그만큼 그 업체가 저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했다는 거거든요. 카피 제품은 대부분 오리지널 제품보다 못 만들어요. 저희 제품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 시간에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어요. 지금은 지켜보는 단계입니다.”

물방울 모양의 마그네틱.
남 대표가 디자인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 공을 들이는 것은 아이템을 선정하는 단계다. 만들어도 될 제품과 만들지 말아야 할 제품 리스트가 수십 가지나 있다면서 평상시 틈틈이 휴대폰에 기록해놓은 메모를 보여주었다.

“오피스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입니다.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하는 자연주의 테마와 맞는가가 디자인 개발 아이템 선정의 기준입니다.”

어프리의 경쟁력은 가격이나 유통망이 아니라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는 그.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욕심에 제품 자체의 경쟁력, 창의성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는 항상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한다. 어프리 제품은 현재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영국의 디자인뮤지엄 등 각 국의 상징적인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작지만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말한다.

“일 때문에 지치고 피로한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제품이 조금이나마 웃음과 여유,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명품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오피스 공간을 편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숲 속에 그림자를 드리운 듯 그림자 패턴이 들어간 블라인드 같은 게 될 수 있지요. 꽃과 관련된 비즈니스도 해보고 싶어요. 사무실 환경에 꽃을 도입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이를 제품과 접목하고, 다시 경쟁력 있는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는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좋은 제품이 나오게끔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혼자 잘해서 세상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 ‘디자인 경영’도 잘하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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