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전〉 기획한 아트디렉터 안애경씨

북구에서는 일상이 모두 디자인

핀란드 디자인을 비롯해 북유럽의 디자인과 문화를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는 아트디렉터 안애경((Amie Ann) 쏘노안 대표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핀란드디자인전> 현장에서 만났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 《노르딕 디자인》 《북유럽 디자인》의 저자이기도 한 안애경씨는 우리나라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핀란드로 떠나 17년간 현지에 머물면서 작가 겸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핀란드 헬싱키국립디자인미술관에서 9개월간 진행한 <한국 디자인-전통과 현대>를 기획, 진행하기도 했고, 전시뿐 아니라 음악・무용・대중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북유럽에 소개하고 있다.

이번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핀란드 디자인전>(예술의전당, 쏘노안 공동주최)에서는 핀란드 디자인의 거장 카이 프랑크(Kaj Franck)의 디자인 컬렉션과 생활용품 브랜드인 이탈라(Iittala)와 가구 브랜드 아르테크(Artek), 아바르테(Avarte) 등 핀란드의 대표적 디자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은 핀란드인의 식탁 차림과 ‘여름집’(핀란드인들이 휴가철 떠나는 전원주택), 친환경 화장실, 핀란드 학생들의 교실, 패브릭, 패션 등을 통해 핀란드의 디자인 일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리 코스키넨, 키카 옐리제프 등 핀란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들과 교육자들이 내한해 핀란드의 창의적인 교육과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세미나와 워크숍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나무로 직접 제작한 전시 공간은 핀란드의 젊은 건축가 일라리 아이리칼라와 설치미술가 박형필, 서울시립대 건축과 이충기 교수 팀이 맡았다. “생각도 디자인”이라고 믿는 그는 전시를 보면서 “핀란드 디자인의 철학과 그것을 가능케 한 창의적인 디자인 교육”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핀란드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술과 디자인이 삶과 유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목되어 있지요. 핀란드 교육은 성적에 따라 줄 세우지 않고 즐겁게 학습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돕는데, 거기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옵니다.”

디자인 상품이라면 무조건 비싼 줄 알지만, 핀란드에서는 노동자 등 소비력이 높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디자인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누구나 좋은 디자인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 철학 때문이다. 낭비를 싫어하는 것도 핀란드인의 특징. 결혼할 때 혼수 세트를 사들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에서는 세트 상품을 사지 않는다.

“그릇을 만들 때도 세트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그것은 상업적인 논리지 사용자의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철저히 쓰는 사람 중심의 디자인이지요.”

핀란드나 북유럽 디자인이 자연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그들의 삶도 자연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여름휴가 때면 숲 속에 있는 ‘여름집’을 찾는 것도 자연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보통 ‘여름집’은 숲과 물이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에서 나무와 햇빛을 즐기며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배운다. 핀란드에서 그는 디자인・음악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한국과 핀란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핀란드인에게는 추상적이거나 과장된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초등학생 대상의 미술교육 워크숍.
“예를 들면 우리는 보통 한복을 소개할 때 ‘우아하다’고 말하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우아하다’고 느끼는 것은 감상자의 몫일 뿐, 한복을 설명하는 말이 못 된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받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디자인하면 고가의 물건이나 귀족적인 것, 예쁜 형태를 떠올리는 데 비해 핀란드에서는 디자인을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일상으로 생각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전시도 일상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대학 시절 그는 ‘예술은 생활’이라는 것을 실천하고 싶었고, 아버지 러닝셔츠에 그림을 그려 입고 다니기도 했다. 미대에 다니면서도 그림뿐 아니라 사진・연극・영화 등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 우물을 파지 못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예술은 삶’이라고 믿던 그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아무것도 아니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이런 반응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뭔가 대단한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처럼 편안한 것이니까요. 아침 식탁을 차리는 것도 일종의 디자인이고, 싼 플라스틱 물건이라도 취향을 가지고 골라서 생활에서 즐기고 있다면 그게 바로 디자인입니다. 특별한 사람만 디자이너가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그는 항상 남들 사이에서 튀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존재였다. 워낙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렸고, 어느 한편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전시감독을 하는 데 바탕이 됐다.


“어릴 때는 다양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먼저 길을 제시하려고 들죠.”

그는 요즘도 공부 중이다. 대학에 적을 두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디자인은 사회・역사・심리・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디자인의 민주화”라고 말한다. 자유롭게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고, 누구든 디자인의 혜택을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 김선아

tip <핀란드 디자인전>

3월 17일~4월 14일에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5월 2일~7월 25일에는 부산 디자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북유럽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친 카이 프랭크((Kaj Franck)의 디자인 컬렉션과 생활용품 브랜드 이탈라((Iittala)와 마리메코, 가구 브랜드 아르테크(Artek)와 아바르테(Avarte) 등이 참여했다. 카페 이탈라에서는 ‘버리기주의에 대한 거부’라는 철학이 담긴 디자인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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