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원사들〉 전시회 연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와 작가들

콘크리트 도시 속에 푸르름 심고 싶어요

첫째줄 왼쪽부터 윤지영, 오경아, 서수현, 둘째줄 황선주, 현지혜, 셋째줄 전익준, 임종기, 안나영, 송승용.
‘풀잎 하나가 별들의 여행보다 못하지 않다.’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1892)의 말이다. 정원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점점 도시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정원’은 별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안 베란다에, 사무실에, 혹은 작은 마당에 나만의 개성 있는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씨(45・오가든스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서수현(가든 디자이너), 현지혜(금속공예가), 송승용(디자이너), 황선주(도예가), 안나영(시각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임종기(목공예가), 전익준(가든퍼니처 디자이너), 윤지영(플로리스트)씨 등이다. 이들이 오가든스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전시회 〈도시의 정원사들(Urban Garden Fitters)〉은 전시 제목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의 직업은 가든 디자이너뿐 아니라 도예가, 플로리스트, 디자이너, 목공예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하지만 ‘도시의 정원사’를 꿈꾼다는 점에서는 한마음이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오경아씨는 《영국 정원 산책》 《소박한 정원 - 꿈꾸는 정원사의 사계》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등 정원 관련 책을 써온 작가이기도 하다. 영국의 유니버시티 오브 엑세스(The University of Essex)에서 조경학(석사 졸업)을 공부했고, 현재 유니버시티 오브 엑세스(The University of Essex)의 리틀 컬리지(Writtle College, Garden Design Diploma Course)에서 조경학 박사과정 중이다.

“콘크리트 빌딩 속 숨막힐 듯한 도시 환경일수록 정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작품 주제도 ‘도시로 찾아온 정원’이라고 했지요. 9명의 작가들이 함께 꿈꾸는 정원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그는 반드시 땅을 가지고 있어야 정원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도시생활에 정원을 끌어들이려면 공예를 하는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는 가든 디자이너와 공예가, 디자이너가 협업을 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에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작가도 있고, 이번 기획을 위해 찾아다닌 작가도 있지요. 이번이 첫 전시지만, 1회로 끝날 게 아니라 해를 거듭하면서 ‘정원 디자인팀’을 만들고 싶어요.”

송승용의 ‘Green Panier’.
이들은 ‘정원’이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 작업이 즐거웠다고 한다. 정원이나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만나도 왠지 성격이 비슷한 것 같고 또 같이 일하다 보면 더 비슷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판화나 사진 작품처럼 에디션 개념을 도입했어요. 한 정원 디자인을 이곳저곳에 두는 게 아니라 장소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들어가고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거지요.”

정원 디자인에 에디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세계 최초라고 그는 말한다. 다음 전시 때는 공예가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정원 디자인을 안 해본 사람이 오히려 틀을 깬 참신한 발상을 하는 것 같아요.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던 분들, 손재주가 있으나 발현하지 못하던 분들을 참여시키고 싶어요.”

그는 이번에 가든 테이블을 제안했다.

“제 작품은 실내, 베란다에 있어도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책상을 넓게 쓰는 CEO의 테이블이라든가, 사무용 가구와 연결한 거예요.”

고객과 소통하는 은행이나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주민센터 등에서 푸르름을 느낄 수 있도록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단다.


9명의 작가들의 ‘정원’에 대한 생각

오경아의 ‘베란다가든 디자인’.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정원용품 디자인 전시를 한 것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송승용씨는 프랑스 랭스(Reins)국립미술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살아 있는 식물을 다루는 걸 좋아하는 그는 가구와 조명 디자인, 식물의 조화를 통해 ‘즐거운 상생’을 꿈꾼다고 말한다. 이번에 출품한 ‘Green panier, Object-M’과 ‘Rong’에도 그의 이런 생각이 담겼다.

“Green panier의 바구니는 인조 대리석입니다. 원하는 식물을 옮겨 심기보다 화분을 통째로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사무실이나 일상 공간 어디에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려고요.”

‘유목민’적 삶을 꿈꾸며 만든 조명 ‘Rong’은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어울린다. 동서양의 이미지를 접목시킨 임종기 작가의 정원 도구를 보관하는 오두막집인 셰드(Shed)도 눈에 띈다. 플로리스트 윤지영씨는 꽃으로 벽돌을 쌓은 듯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꽃으로 만든 집’이라는 뜻이다. 영국에서 플로리스트와 가든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꽃 사는 것을 아까워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슈퍼에서도 꽃을 살 정도로 꽃과 함께하는 생활이 일반화되어 있어요. 우리는 대개 꽃은 누군가에게 선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아끼면서 사는 삶이 무엇인지 느꼈어요.”

서수현(30・가든 디자이너)씨는 실내에서 기르기 쉽고, 보기에도 좋은 다육식물이 중심이 되는 그림액자 형태의 가든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꽃과 함께 화기도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황선주(65・도예가)씨,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다가 최근 아파트로 이사한 현지혜(27・금속디자이너)씨는 ‘오래된 정원’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알리움 금속꽃을 내놓았다. ‘그림에 담긴 정원’이라는 벽그림을 그린 안나영(41・시각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씨는 문을 열면 펼쳐질 법한 누군가의 ‘정원’을 데려왔다.

9명의 개성 있는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을 보면 ‘정원’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종합예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정원’을 들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도시로 온 정원사들은 말한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오가든스
  •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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