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튀김 맛 대 맛 - 강성기 ‘Bar삭’ 대표

새로운 레시피의 튀김에 맥주 함께 파는 ‘분식바’

다진 오징어와 돼지고기, 두부, 치즈, 채소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오징어완자튀김, 두부와 김치를 섞어 소를 만들어 넣은 깻잎튀김, 다진 두부와 고추를 속에 넣어 튀긴 고추튀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레시피의 튀김으로 화제를 모으는 곳이 있다. 튀김이 대부분 어른 손바닥만 하게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튀김 전문 맥주바 ‘Bar삭’이다. ‘Bar삭’은 2006년 상수역 근처에서 테이블 10개짜리 작은 튀김집으로 출발했다. 그곳이 인기를 끌면서 2008년 홍대 주차장 거리로 진출해 ‘Bar삭’이라는 독특한 튀김 전문 맥주바로 변신, 홍대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Bar삭’의 강성기 대표는 원래 광고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친구가 분식집이 매물로 나왔다고 권유해 인수하면서 튀김집 사장이 된 것. 전 주인으로부터 받은 매뉴얼은 ‘소금 조금, 설탕 적당히, 고추장 맵지 않게’ 등 막연한 것들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분식집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6~7년 동안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그는 요리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한국 음식이 그리운 유학생들에게 떡국이나 미역국 등을 끓여주며 향수를 달래주었던 것. 그래도 음식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초창기에는 요리 잘하는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깔끔하고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만들자고 생각했지요.”

메뉴를 하나하나 개발하고 매뉴얼을 구체화했다. ‘Bar삭’의 튀김은 튀김옷을 입힌 듯 안 입힌 듯 얇고 투명한 것이 특징. 튀김옷이 두꺼우면 몇 개만 먹어도 더부룩하고 느끼할 수 있는데, 튀김옷을 얇게 입히니 재료의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데다 느끼하지 않다. 떡볶이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김말이 튀김도 이곳에서는 독특하다. 당면에 양념이 되어 있는지 달달하다. 오징어튀김에는 허브를 넣어 느끼하지 않고 바삭함이 살아 있다. 그는 이렇게 개발한 튀김을 맥주와 함께 내며 튀김 전문 맥주바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퇴근길 ‘우리 가볍게 맥주나 한잔할까?’ 하면 보통 치킨에 맥주, 일명 ‘치맥’을 떠올리잖아요? ‘치맥’도 환상의 궁합이지만, 맥주 딱 한 잔에 곁들이기에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냥 집에 가기는 아쉬운 퇴근길에 간단히 요기하면서 목도 축일 수 있는 곳을 생각했죠. 재료를 일일이 손질해 만든 수제 튀김에 튀김을 찍어 먹을 수 있는 떡볶이, 그리고 맥주가 함께하는 이른바 ‘성인을 위한 분식바’를 생각했습니다. 20~30대 여성을 주된 타깃으로 삼았고요.”

광고회사 다닐 때 AE로 기획 일을 주로 맡았던 그였기에 처음 분식집을 할 때부터 시장분석과 타깃 마케팅 개념을 적극 도입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보통 튀김 하면 길거리에서 쉽게 접하는 싼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식집에서나 비싼 값을 치르려고 하고요. 그 중간이 없지요. 중간 시장을 만들려고 하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5개에 3800원, 10개에 7500원에 판매하면서 맛과 질은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단가를 맞추기 위해 질 낮은 재료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Bar삭’에서 튀김의 짝꿍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운 해물떡볶이는 소스에 춘장을 더해 만든다. 색은 검지만 매운맛이 압도적인 이 소스가 “화학조미료를 덩어리째 넣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어 속상하다고 토로한다.

“떡과 해물보다 떡볶이 소스에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인공 캡사이신은 한 방울도 쓰지 않아요. 청양고춧가루와 16가지 이상의 재료로 맛을 내지요.”


홍대 주차장 골목에 있는 ‘Bar삭’ 매장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탁 트인 창문에 인테리어 당시 썼던 삼각자, 드라이버 등 연장을 벽과 바닥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했다. 일상적인 물건을 소품으로 활용한 매장은 보통의 분식집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인테리어는 강성기 대표가 직접 했다고 한다.

“상수동에 있을 때는 장소가 협소하고 불편해서 손님들께 죄송했어요. 그래서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습니다. 이곳으로 옮기는 데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매장같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광고도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잖아요? 이곳에 들어오면서 ‘이게 뭐야?’ 하고는 들어와서 보니 완전한 다른 분위기가 등장하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Bar삭’은 평일 하루에 튀김이 2000개 이상 팔리면서 각종 방송과 블로그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런닝맨>에 소개된 후 손님들이 30분~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그냥 부담 없이 먹을 분식이지, 그 정도 음식은 아닌데’라는 생각에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만족스럽게 드시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에게 언제 가장 기뻤는지 물었다. “처음 분식집을 시작했을 때는 제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대가를 치르고 사간다는 게 신기했어요. 제가 요리사도 아닌데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면 마냥 신기하고 기뻤죠”라고 말한다. 그에게 바삭바삭한 튀김의 노하우를 물었다. “물론 나름의 노하우나 손맛이 중요하지만 튀김의 조리 매뉴얼은 간단합니다”라며 튀김가루 봉지를 가져와 뒷면에 쓰여 있는 조리법을 따라 읽기 시작했다.

“숙련도 차이일 뿐 쓰여 있는 대로만 하면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어요. 물론 오징어튀김의 잡냄새를 없애기 위해 허브가루, 레몬즙 등 이것저것 넣어보기도 하고 배합해보며 고민을 많이 했죠.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시도해보잖아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5월 홍대 주변에 크로켓 매장을 새로 열기 위해 그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Bar삭’의 프랜차이즈 문의도 많이 들어오지만, 그 계획은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하고 싶은 계획은 있어요. 기존의 분식점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분식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 내실을 다지면서 준비하고 싶습니다. ‘성장’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나눔’도 실천하고 싶습니다. 하루씩 문을 닫더라도 음식을 나누러 가는 일을 할까 합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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