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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국공간디자인 상업공간디자인 대상 수상한 ‘스튜디오 베이스’ 전범진, 장병익, 원장은 소장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

서울 삼청동 초입에 독특한 구조의 카페가 들어섰다. 단층의 한옥이 3층짜리 현대식 건물과 이어져 있는 ‘코코브루니’. 성격이 딴판인 두 건물은 서로를 배타적으로 밀어내지 않고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을 꾀한다. 현대식 건축 내부에는 한지 느낌의 두루마리, 보드라운 아이보리색 털 뭉치 등 옛 느낌을 담았고, 한옥 안에는 현대식 테이블과 의자로 모던함을 입혀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끌어안는다. 삼청동이라는 동네의 고유한 색채를 대변하는 듯한 이 건물은 2011년 한국공간디자인 대상에서 상업공간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슷한 연배의 소장 세 명이 함께 이끌어가는 인테리어 디자인회사 ‘스튜디오 베이스’ 작품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형상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스튜디오 베이스의 홍일점 원장은 소장의 말이다. 수상 소감을 묻자 “(상을) 받을 줄 알았다”며 농반진반 받아넘긴다. 코코브루니 홍대점과 센터원점도 스튜디오 베이스의 작품이다. ‘새장과 자유를 꿈꾸는 소녀’라는 코코브루니 공통의 모티프는 살리되, 각 매장은 저마다 딴 얼굴을 하고 있다. 홍대점은 재기발랄하고, 센터원점은 고급 호텔풍이다. “매장마다 색깔을 달리하되, 지역적 특성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인 결과다.

스튜디오 베이스는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잘 나가는’ 회사다. 2006년에 문을 열어 창업 7년차이지만 작업한 공간마다 호평을 받으며 급부상했다. 창업 초기에 가로수길에 있는 와인바 ‘핑퐁’ ‘쿠바’ ‘다이닝 텐트’ 등을 맡아 “가로수길의 공간문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들었다. 베이커리 커피숍 ‘믹스 앤 베이크’, 청담동 헤어숍 ‘아우라’, 압구정동 안경숍 ‘홀릭스’ 등 성격이 분명한 상업공간에서부터 대림산업 로비, 평택 AK플라자, 성수동 쌍용아파트 설계 및 시공, 유진아파트 모델하우스, 대치동의 콘서트홀 ‘마리아칼라스 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맡았다.

스튜디오 베이스의 손길이 닿은 공간은 서정적이다. 장식적인 요소를 절제해 여백의 미를 살리는데, 그 여백은 텅 빈 차가움이 아니다. 압축을 거듭한 시(詩) 같은 감성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공기를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한껏 멋 부린 전범진 소장의 말이 근거 없는 실언은 아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핸디캡을 극복해내는 사람”이라는 이들은 공간의 역사를 최대한 살린다. 원래 있던 한옥을 그대로 살린 삼청동 코코브루니가 그랬듯, 청담동 헤어숍 ‘아우라’는 화가의 작업실이던 공간의 흔적을 살려 ‘캔버스’를 콘셉트로 삼았다. 손님이 보는 대형 거울에는 나무 프레임을 둘러 한 폭의 초상화처럼 보이게 했고, 캔버스를 이어 붙여 벽면을 만들었다.

삼청동 코코브루니 야경.
스튜디오 베이스는 세 명의 실장이 ‘동등하게’ 이끌어가는 회사다. 인테리어 디자인회사 ‘니드21’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까지 합해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어온 셋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성격과 스타일은 완전 딴판이지만 이상하게 작업할 때만은 죽이 척척 맞는다고 한다. 전범진 소장은 ‘까칠이’, 장병익 소장은 ‘극소심 A형’, 홍일점인 원장은 소장은 ‘유쾌한 덜렁이’로 불린다. 셋의 성격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 하나.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직원이 있었어요. 장 소장은 ‘완두콩 100개를 이 접시에서 저 접시로 나르는 일을 두 번만 해봐’ 했고, 저(전범진)는 ‘두들겨 패면 고친다’고 하고, 원 소장은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해’ 했죠. 하하하.”

코코브루니는 현대식 건물과 한옥이 조화롭게 공존한다.
셋의 역할은 겹치는 듯 다르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셋이 뭉쳐서 다니되, 전 소장과 원 소장은 설계, 장 소장은 시공을 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한 명의 책임자를 둘 때도 있는데 그럴 때에는 “우리가 메뉴입니다. 셋 중 취향이 맞는 분을 고르십시오” 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공동 진행이 원칙이다. “얼핏 보면 비능률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 명이 공석이 되어도 나머지가 내용을 꿰뚫고 있으니까 사실은 능률적”이라고 한다.

왼쪽부터 전범진, 장병익, 원장은 소장.
스튜디오 베이스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니드21에 다니던 전범진 소장이 먼저 나와 회사를 차렸고, 이듬해에 같은 회사에 다니다 마침 그만둔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셋은 “회사를 차리려 그만둔 건 아니니 오해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일이 많았어요. 셋 다 일을 즐겼죠. 그런데 어느 날 집에 갔는데 다섯 살배기 딸이 ‘아저씨’ 하는 거예요. 충격이 컸어요. ‘이제 때가 됐구나’ 했죠.”(전범진)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그 시간을 후회할 것 같았어요. 제 시간을 가지면서 저만의 색깔을 입힌 디자인을 하고 싶었죠.”(원장은) “사소한 충돌이 있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나를 돌아봤어요. 변화가 필요했죠.”(장병익)

코코브루니 한옥 내부.


코코브루니 현대식 건물 내부.
셋이 차린 회사는 초창기부터 잘됐다. “니드21의 유정한 소장은 자신만 내세우신 분이 아니라서 외부에서 이미 저희의 존재를 많이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셋은 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일단 가족을 우선시했다. 술자리를 줄였고, 세 가족이 다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직원의 요구에 직원 수대로 수동카메라를 사주고 유명 사진작가의 특강을 주선하고, 전 직원이 일본 삿포로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스튜디오 베이스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관계’다.

청담동 헤어숍 ‘아우라’.


‘아우라’ 입구 및 내부. 화가의 작업실이던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예술과 다르다. 예술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원하는 사람만 보러 오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은 고객이 꿈꾸는 공간을 구현하는 일이고,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 작업일 뿐이다”라는 게 이유다. “우리는 작가가 아니라 작자다. 상업미술 작자”라고 쐐기를 박는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멋있다. 하지만 공간에 기가 죽는다. 그런 공간은 편안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작업의 완성도는 관계의 성공도에 달려 있다”는 이들의 프로젝트는 많은 경우 관계에서 시작된다. 삼청동 와인바 ‘핑퐁’을 전범진 소장의 지인인 영화배우 류승범씨가 의뢰하고, 류승범씨 담당 헤어디자이너가 청담동 헤어숍 ‘아우라’를 의뢰하고, 아우라 고객이 압구정동 안경점 ‘홀릭스’를 의뢰하고, 홀릭스 고객이 패션숍 ‘나일론 엔코’를 의뢰하는 식이다. 스튜디오 베이스는 연말에 고객을 한자리에 불러 파티도 연다.



홀릭스 안경점.
이들은 “작업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려면 인생이 즐거워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래서 일에만 목매지 않는다. 재미있는 무언가를 찾아 끊임없이 기웃거린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전 소장은 연내에 카페를 차릴 예정이고, 장 소장은 얼마 전 작고 허름한 별장을 하나 샀다. 원 소장은 소질을 살려 의류사업을 기웃거리고 있다. 물론 겸업이다. 전 소장은 인터뷰 다음 날 쿠바로 떠난다고 했다. “출장을 빙자한 휴가”라고 했다. “5년 전 신사동에서 와인바 ‘쿠바’를 운영했다. 쿠바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녀오면 위시리스트가 하나 줄 것이다. 그다음엔 또 뭘 할까?”라며 웃었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스튜디오 베이스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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