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공방 ‘안단테 데어리’ 운영하는 소영 스칸란

미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치즈 만드는 한국인 장인

사진 : Vanessa Yap-Einbund
“치즈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치즈가 가진 매력이에요. 치즈는 단순성이 빚어내는 다양함의 세계입니다. 우유에 소금과 효소, 종균(種菌)을 섞는 것만으로 수백 가지 치즈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손 때문입니다. 손을 써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자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북쪽으로 약 한 시간을 가면 토착 인디언말로 ‘언덕의 뒤편’이라는 뜻을 지닌 작은 마을 ‘페탈루마(Petaluma)’가 자리하고 있다. 소노마 산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영 스칸란(Soyoung Scanlan, 김소영)의 치즈공방, ‘안단테 데어리(Andante Dairy)’의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그녀는 미국 최고의 치즈를 빚어낸다.

손, 정확하게 말하면 ‘두 손(hands)’이다. 그를 알기 위해 읽었던 기사에서도, 이메일을 통해 소통을 시작할 때도 그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손에 관한 것이었다. 그대로 옮겨보자.

“생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서 왔지만 치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손을 써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I came here with the plan to attend Ph.D. Program in Biophysics but became a cheese maker because I wanted to work with my hands).”

그에게 손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그는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의 저서 《장인(Craftsman)》을 언급했다. 오랜 세월, 장인의 노동은 육체적인 기능의 발현으로만 인식되어왔다. 손은 손이되 생각 없이 움직이는 손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진정한 장인의 손은 머리와 함께 맞물려 움직이는 손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생각하는 손의 의미이자, 장인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바른 인식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공학도였지만 노래도 잘 부르셨고 피아노도 연주하셨어요. 저도 자연스레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피아노도 배웠죠. 단 한 번도 억지로 연습한 적이 없습니다. 음악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잘할수록 즐겁다는 걸 배웠지요. 바이올린과 플루트도 연주할 줄 알지만 피아노를 가장 좋아하고요, 지금도 연주를 즐깁니다.”

그의 손에 대한 애착은 치즈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부터 배운 피아노로 대표되는 음악 때문이다. 음악은 치즈의 길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 열쇠이기도 하다. 연세대와 카이스트에서 각각 식품공학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그는 1993년, 박사 진학을 위해 보스턴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이차크 펄만의 음악회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그곳에서 치즈의 매력을 발견하고 빠져든다.


“우유가 새벽 4시에 배달되기 때문에 그전에 페탈루마에 도착해야 했어요. 우유를 받아서 다시 또 한 시간 떨어진 ‘세인트 헬레나(St. Helena)’의 공방에 가서 치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강행군이었지요.”

‘녹턴(Nocturne).’ 쇼팽에 의해 정교하고 세련된 피아노 소품으로 완성된 형식인 야상곡은 그가 첫 번째로 만든 치즈의 이름이기도 하다. ‘칼 폴리(Cal Poly, California Polytechnic State University)’의 낙농학 프로그램에 몸담으며 치즈에 대한 지식을 쌓은 뒤, 그녀는 나파 밸리 세인트 헬레나의 공방에 세 들어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다. 목표는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프랑스의 고전 ‘카망베르(Camembert)’와 같은 치즈를 만드는 것. 프랑스와 기후가 다른 데다 공방에 숙성실이 없어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수정과 보완을 거쳐 녹턴이 탄생한다. ‘피콜로(Piccolo)’ ‘아다지오(Adagio)’ ‘론도(Rondo)’ 등 그가 만든 치즈 이름이나 공방에 ‘안단테’라는 음악용어를 붙인 것 또한 음악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치즈는 미슐랭의 별을 받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 레스토랑 대부분의 식탁에 오른다. 모두 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빚어내는 장인끼리의 소통과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와 셰프 토머스 켈러의 이야기는 조금 더 각별하다. 토머스 켈러는 나파 밸리 ‘욘트빌(Yountville)’에 자리 잡은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French Laundry)’의 셰프로, 프렌치 런드리와 뉴욕 맨해튼의 또 다른 레스토랑 ‘퍼 세(Per Se)’에서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인물이다. 프랑스 출신이 아니면서 복수의 레스토랑에서 별 세 개를 받은 세계 최초의 셰프로, 그만큼 미국 파인 다이닝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토머스 켈러와 저의 관계는 단순한 셰프와 납품업자 이상입니다. 그는 재료를 공급해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 또한 소통과 관계를 바탕으로 치즈를 만듭니다. 치즈 프로그램 전반을 굽어본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메뉴에 어울리는 치즈를 제안하고, 의견을 교환해서 맞춤 치즈를 공급합니다.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렌치 런드리에 납품하기 시작했으니, 치즈 장인으로서 저는 프렌치 런드리와 함께하면서 발전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손을 써서 일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촉각을 비롯한 감각에 의지한다는 뜻이다. 관련 분야 최고의 지식을 갖춘 그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접근 방식에 있어 기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치즈공방이라면 온도와 습도 조절시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페탈루마의 연중 최저, 최고 기온은 각각 영하 1℃, 영상 40℃에 이릅니다. 반면 여름이라도 10℃ 안팎으로 쌀쌀해질 때가 있고요. 조절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인위적인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안단테 데어리에서는 염소젖 70%, 우유 30%의 비중으로 치즈를 만든다. 공방 자체가 염소 목장 내에 있어 항상 신선한 염소젖을 얻을 수 있으며, 우유 또한 지방 함유량이 높은 ‘저지(Jersey)’종 유기농 제품을 짜낸 지 몇 시간 안에 손에 넣어 치즈를 만든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치즈를 빚어내는 한편,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치즈를 들여와 숙성하는 작업도 한다.


“다른 사람이 만든 치즈를 숙성만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배울 수 있어요. 치즈 자체는 물론, 다른 치즈 장인의 생각이나 숙련도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죠. 내 치즈를 만드는 과정이 독주와 같다면, 숙성 작업은 작은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연주하는 셈입니다.

내로라하는 국내 명문대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치즈에 반해 미국에서 최고 품질의 치즈를 빚어내는 김소영씨. 그의 치즈에는 어릴 적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쌓아온 인생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건 음악이다.

“‘안단테’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천천히’보다 ‘걸음걸이 빠르기로’라는 뜻이죠. 제 걸음걸이 빠르기로, 즉 저의 속도로 저만의 치즈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이름입니다.”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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