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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연꽃마을・동구래마을

연꽃에 미친 남자, 야생화에 미친 남자가 만든 마을

귀농을 꿈꾸던 한 남자와 야생화에 미친 한 남자가 강원도 화천군에 각각 그림 같은 마을을 만들었다. 사업가 출신의 서윤석씨가 만든 ‘연꽃마을’과 산악구조대 출신의 이호상씨가 만든 ‘동구래마을’. 1만5000㎡(약 4500평) 규모의 연꽃마을에는 280여 종의 연꽃과 64종의 수생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3300㎡(약 7000평) 규모의 동구래마을에는 희귀한 야생화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돌아가면서 피고 진다. 이 두 마을은 나지막한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두 마을은 산천어 모양으로 만든 산책로를 통해 이어지고, 북한강변을 따라 꼬불꼬불 만든 오솔길로도 이어진다.
기나긴 폭우 끝, 한 달여 만에 해다운 해가 들었다는 연꽃마을은 싱그러웠다. 현지사를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니 춘천호까지 드넓게 펼쳐진 연꽃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련・인취사백련・경산홍련・가시연・하얀어리연・노란어리연・외개연・순채 등 온갖 종류의 연이 자태를 뽐내는 연꽃단지는 산으로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다. 연잎은 하도 싱싱해 금방이라도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기세고,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며 군데군데 피어 있는 연꽃들은 매혹적이었다. 장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모네의 〈수련〉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연은 알수록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 쳐다볼수록 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죠. 격조 있게 와 닿는다고 할까요?” 서윤석 연꽃마을 작목반장의 말이다. 아내 박연숙 씨는 “연꽃은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고 했다.

서오지리 연꽃마을은 귀농을 꿈꾸던 한 도시남자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다. 서윤석씨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플랜트 관련 회사의 CEO였다. 관련 기술자가 드물어 회사가 잘됐고, 회사 규모는 커갔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일이 예사였고,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농촌 생활을 꿈꾸던 그는 과감히 귀농을 결심했다. ‘잘나가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영영 기회를 잃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1996년 그는 가족을 이끌고 강원도 화천군 서오지리에 정착했다. 3년간 전국 이곳저곳을 물색하면서 점찍어둔 곳이었다. 겨울에 짐승들이 살던 터에 2층짜리 하얀 집을 지었다. 아내와 함께 2년 반 동안 정성스레 쌓아 올린 집이다.


당시 연꽃마을 터는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붕어 산란지인 춘천호 신포리는 낚시꾼들에게 어장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신포리와 이어진 이곳에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오물로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다. 서씨는 화천군과 함께 정화작업에 나섰다. 깨끗이 치우고 정식 낚시터로 재정비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자 어족이 고갈되는 게 보였다. 서씨는 다른 방책을 찾아 나섰다. 이때 어리연이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날아든 어리연 한 그루가 잘 번지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서오지리 연꽃마을 전경.
“화천군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연 생태조사에 나섰습니다. 관련 서적을 찾아서 읽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연 실태를 조사했지요. 연은 주로 경남이나 전라도 등 남쪽지방에 서식합니다. 아열대식물이라 따뜻하고 햇볕이 많은 곳에 잘 자라거든요. 강원도 화천군에서 연이 잘 자랄까 의문이었습니다. 논 3300m2(1000평)에 시범재배를 해봤지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꽃마을과 동구래마을은 2.3km 강변 오솔길로 이어진다.
2003년, 18명의 연 작목반을 구성하고 본격 재배에 착수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희귀 동식물의 천국이 됐다. 천연기념물 수달과 뜸부기를 비롯해 파랑새・꾀꼬리・원앙・물닭 등이 산다. 적당한 수온이 물고기 산란처로 최적이어서 가물치・잉어・붕어・뱀장어・민물새우・민물참게 등도 서식한다.

연꽃마을은 미완성이다. 내년에 본격 개장하는 연 체험관에서는 연잎차, 연잎밥, 연차 아이스크림 등 연을 테마로 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연의 생태를 중심으로 한 자연생태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윤석 반장은 “산과 물과 연밭이 어우러진 곳은 흔치 않습니다. 연밭을 처음 꾸밀 때 제가 느낀 감동을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동구래마을을 만든 이호상 촌장.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 만들 것

연꽃마을을 만든 서윤석씨(오른쪽)와 아내 박연숙씨.
연꽃마을을 나와 동구래마을로 향했다. 연꽃마을과 동구래마을은 2.3km의 강변 오솔길로도 이어져 있다. 안개가 자욱한 날,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너른 북한강 뒤로는 아득하게 산이 보이고,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의 나무들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동구래마을은 마을이 동구래저고리를 펼쳐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으로, 마을 사람들이 다함께 둥글게 어울려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금 동구래마을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들꽃이다. 동구래마을에 사는 사람은 단 한 명, 이 마을을 만들고 가꿔온 이호상 촌장이다.

동구래마을은 동화 나라 같다. 마을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아기자기한 오솔길가에는 이름모를 야생화와 풀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군데군데 조성해놓은 쉼터와 흙으로 빚은 항아리에 누군가 적어놓은 글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마을에는 야생화를 화분에 옮겨 심는 ‘야생화 분화 체험장’과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예 공방’이 있다. 마을 뒤편 구릉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방문 당일 저녁에도 한 동호회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온갖 희귀한 야생화가 자란다. 복수초・금낭화・매발톱꽃・초롱꽃・백두산두메양귀비・깽깽이꽃・솔채・벌개미취・자주꽃방망이・기린초・앵초 등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번갈아가며 피고 진다.

동구래마을은 야생화에 미친 한 사내의 우직한 집념이 만든 곳이다.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마을에 홀로 살고 있는 이호상 촌장. 그에겐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서울에서 살던 그의 본업은 건축설계, 부업은 산악구조대였다. 산이 좋아 주말마다 산을 다니던 그는 설악산에서 에델바이스 솜다리를 본 순간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 씨를 채취해 와 아파트 베란다에 심기 시작한 것이 그의 야생화 인생의 시작이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로 건축업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접고,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갔다.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야생화 육종 재배에 나섰다. 826m2(250평) 정원은 야생화로 가득 찼다. 그의 정원에는 온갖 희귀한 식물들이 하나 둘 늘어갔고, 강원도 최초로 수생식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바로 이때 동구래마을의 단초가 생겼다. 이 전시회에서 서윤석 연꽃마을 작목반장을 만났고, 지향하는 것이 같았던 둘은 서로를 알아봤다. ‘생태를 보존하면서 예술이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둘은 의기투합했다. 이 촌장은 화천군의 지원을 받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야생화를 하나 둘 옮겨 심기 시작했다. 야생화에 미쳐 야생화 마을을 만든 이호상 촌장. 그가 말하는 야생화의 매력은 뭘까.

“야생화에서 민초 같은 강인함을 봅니다. 온실 속 꽃은 화려할지 몰라도 비바람에 꺾여버립니다. 하지만 야생화는 강인합니다. 뙤약볕과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면 강인해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인생살이 같아서 애착이 갑니다. 또 야생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정서에 어울려요. 소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녔죠.”

동구래마을 전경.
동구래마을 역시 미완성이다. 마을 주변에는 음악가・문학가・금속공예가・목공예 전문가 등이 집을 짓고 살 예정이다. 문화와 예술과 꽃이 어우러지는 마을, 이것이 동구래마을의 멀지 않은 미래 모습이다. 연꽃마을과 동구래마을을 다녀오는 길, 연꽃마을 서윤석 반장이 말한 ‘딜레마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우리는 딜레마 세상에 삽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기 마련이죠. 제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서울에서는 돈은 많이 벌었지만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시골에 오니 스트레스는 없지만 돈을 별로 못 법니다. 그 중간 지점을 찾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게 인생살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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