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바이크(I’m bike) 장석준 대표

자전거, 패션을 입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자전거

몇 해 전부터 일기 시작한 자전거 붐은 건강·환경 문제와 맞물리면서 그 인기가 좀체 식지 않고 있다. 고가 수입 브랜드에서부터 저가 보급형까지, 자전거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부품·컬러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자전거도 등장했다. ‘아임바이크(I’m bike)’라는 브랜드를 달고 등장한 이 패션 자전거는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트렌드 세터들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임바이크 공장은 여느 자전거 생산업체와는 다르다. 조립만 하는 곳이라 기름 냄새가 없고, 부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깔끔하다.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매혹적인 자태의 자전거들은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고운 파스텔 톤에서부터 강렬한 원색까지, 어느 하나 같은 자전거가 없어 신기하다. 부품 하나, 손잡이 색깔 하나도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만든 까닭이다. 이 감각적인 자전거를 고안해낸 사람은 장석준 대표. 한창 자전거 붐이 일던 3~4년 전, ‘나도 자전거 한번 타볼까’라는 생각으로 매장을 방문한 그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라이더들이 한결같이 쫄쫄이 바지에 고글 차림을 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양복을 입고도 탈 수 있는, 가벼운 가격의 생활자전거를 구상했다.

“중고 자전거를 구입해 직접 손을 보고, 색깔도 다시 칠해 타고 다녔는데 의외로 반응이 대단했어요.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 앞에 세워두면 그 옆에서 사진을 찍고 가기도 하고, 한강 둔치에서 쉬고 있으면 고가의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정말 예쁘다’고,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요. ‘아주머니 자전거가 훨씬 비싼 것’이라고 말해줘도 믿지 않더라고요. 하도 탐내는 사람이 많아 지인들에게는 선물로 만들어주기도 했지요. 그런 관심들을 보면서 ‘충분히 사업성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맞춤 자전거’는 이렇게 탄생했다. 물론 창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전거 문외한이었던 그는 인터넷, 책을 뒤져가며 밤새워 공부했다. 부족하다 싶은 부분은 직접 정비업소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부품 업체를 찾는 일. 소량 주문 방식인 신생업체에게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공급해줄 공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일본·대만의 자전거 제조업체들을 수차례 방문해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자전거를 ‘맞춘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난색을 표하던 이들은 그의 열정에 거래를 허락했고, 마침내 지난해 4월 아임바이크의 문을 열었다.

그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자전거 주문제작의 전 과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문 요령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대·중·소)를 고른 뒤 몸체인 프레임, 포크, 핸들, 안장 등 각 부분의 부품과 색상을 지정한다. 왼쪽, 오른쪽 손잡이의 색깔도 달리할 수 있다. 색상은 모두 22가지, 이런 방식으로 조합할 경우 36만 가지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37만~67만원선으로 주문에서 배송까지는 꼭 일주일이 걸린다.

자전거를 주문하면 주문자 이름과 시리얼 넘버를 함께 부착해주는 것도 특징. 시리얼 넘버를 가진 고객은 언제든 자전거가 지겨워지면 새로운 색상, 새로운 부품으로 리폼할 수 있다. 최소한의 부품 값만 지불하면 돼 인기 서비스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탄소 배출 저감시대의 대안은 생활자전거

지금은 이렇게 자전거에 푹 빠져 있지만 그의 본업은 ‘사진’이다. 우리나라 광고 사진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중견작가로, 수많은 유명 광고와 잡지 사진을 찍었다. 메모하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장 실행에 옮긴다는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독특한 ‘도전’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산물의 인터넷 판매 시대를 연 ‘네오피쉬’도 그가 만든 사업체. 현재 신발 전문 멀티숍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바닥을 코코넛 소재로 만들어 천연 항균·항취 효과가 있는 슬리퍼를 국내에 들여온 것도 그다. 손님이 들어오면 여러 명의 직원이 동시에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일식집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활기찬 분위기의 세차장도 만들었다. 지금은 자전거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어 그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모두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그는 “크게 성공한 것도 없지만 망한 것도 없다”며 웃었다.

촬영 때문에 1년 중 절반을 외국에서 머문다는 그는 요즘 출국할 때마다 카메라와 함께 자전거 한 대를 꼭 챙긴다. 이 자전거는 현지에서 판매하거나 선물로 주고 온다고. 이 패션 자전거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가 일본·미국 진출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한다.

“이제 세계 각국이 의무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시대잖아요. 자동차를 대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은 바로 자전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이런 감각적인 생활자전거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를 겁니다. 그동안 입소문에만 의존해왔지만 패션 자전거라는 특성에 맞추어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고, 대기업과 연계한 공동 구매도 계획하고 있어요. 봄이니까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알려야죠.”


남다른 감각으로 현대인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내 패션 자전거 시대를 연 장석준 대표. 그는 환경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마침내 자전거가 지하철·버스 같은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순수 국내 브랜드인 아임바이크를 세계적인 자전거 메이커로 키우고 싶다는 꿈도 꾼다. 단기적으로는, 판매 대수 2000대를 돌파하는 날 회원들을 초대해 서울 투어를 할 생각이다.

“유명 관광지도 구경하고, 맛있는 식사도 제공하는 특별한 행사로 꾸며보려고요. 저희 회원들이 토요일마다 모여 라이딩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같은 자전거가 한 대도 없어요. 지금 1400대쯤 팔았으니 목표치에 많이 접근했어요. 컬러풀한 2000대의 자전거가 도로를 수놓으면 정말 장관이겠죠?”

사진 : 김선아
  • 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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