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비오틱 디저트 만드는 이창수 파티시에

버터도 설탕도 없이 디저트 케이크를 만든다고?

No Sugar! No Milk! No Butter! No Egg!

빵을 만드는 데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는 이 재료들을 싹 빼고 빵을 만든다.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마크로비오틱 베이킹.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렵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마크로비오틱은 매우 간단하다. Macro(크다, 위대한), Bio(생명, 생물), Tic(방법, 기술) 의 합성어로 ‘위대한 생명의 기술’ 이란 뜻의 자연 건강법이다. 마크로비오틱은 1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된 건강 장수 식사법으로 식품을 통째로 섭취함으로써 식품 고유의 에너지를 그대로 얻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자신의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인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식품을 통째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마크로비오틱의 이론은 제쳐두고라도 서구식, 인스턴트식품 등에 길든 식생활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면 마크로비오틱 디저트 레시피를 활용해보자. 마크로비오틱은 웰빙, 슬로푸드, 오가닉 등에 이어 건강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현미에는 백미가 되면서 도정되고 버려지는 식이섬유나 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이 그대로 들어있어 건강에 좋다. 이런 이유로 현미는 마크로비오틱과 궁합이 잘 맞는다. 현미를 이용해 만든 현미두유브라우니는 이창수 파티시에가 G20정상회의 때 독일 메르켈 총리에게 선보인 디저트다.

“메르켈 총리가 곡물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현미를 그냥 먹기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 푸딩스타일로 접목했는데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는 우리나라의 마크로비오틱 디저트 선두주자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마크로비오틱 디저트를 간간히 선보이다 제품화한 건 지난 4월. 한 달간 프로모션으로 진행한 마크로비오틱 디저트는 반응이 좋아 6월 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마크로비오틱 디저트의 특징은 동물성식품이 들어가지 않아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며 칼로리가 낮다는 것이다. 설탕이나 꿀 대신 국산 제철 과일을 이용해 단맛을 내는데, 천일염이 단맛을 더욱 효과적으로 내준다. 간장이나 된장 등 미네랄이 풍부한 양념으로 맛을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통 재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막걸리·현미를 이용한 디저트도 만들어보고요. 서구식 식생활, 인스턴트식품 등이 식탁을 장악하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마크로비오틱 실천의 기본이 식(食)이거든요.”


호박·채소·한천 등의 재료는 다이어트, 미용, 식이요법에도 좋아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아 건강한 마크로비오틱 디저트를 만드는 끈질긴 노력과 연구는 불가피하다.

“일단 맛이 있어야 하니까요. 시각적으로 호박의 느낌을 살리면서 맛까지 살려내려면 어떤 것을 첨가해야 하는지 연구와 테이스팅을 무한 반복하죠. 현미두유브라우니가 가장 오래 걸렸어요. ‘브라우니’ 라는 타이틀이 있잖아요. 설탕·버터 등이 첨가되지 않은 기존의 브라우니의 맛을 어떻게 마크로비오틱으로 접목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죠. 현미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창수(53) 파티시에는 30여 년 전 집 근처 빵공장에서 풍기는 향기에 취해 파티시에의 길을 걸어왔다. 신라베이커리, 프라자호텔, 스위스그랜드호텔, 미고베이커리 등을 거쳐 지금은 서울 리츠칼튼호텔 제과장으로 있는데, 그는 아직도 한참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게 제가 하는 일이잖아요. 연수도 가고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 손님과의 소통을 위해 델리 매장에도 자주 가는데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느끼는 게 많습니다. 기념일 등 특별한 날 주문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저트를 만들어드리죠. 같은 옷을 입기 싫어하는 것처럼 재료도 고객이 원하는 기호에 맞춰 맞춤형 케이크를 만들어드립니다. 파티시에는 계속 아이디어를 내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 즐거워요.”

그는 알레르기 체질이어서 평소 식재료에 관심이 있던 터라 마크로비오틱에 이끌렸다고 한다.

리츠칼튼호텔 이창수 수석 파티시에의 건강한 레시피 ① 현미두유브라우니

[재료]
두유(우유 대체), 현미, 천일염, 바닐라 빈, 한천(젤라틴 대체), 메이플 시럽(설탕 대체), 올리브오일, 떠먹는 요구르트(생크림 대체), 코코
아, 통밀가루(밀가루 대체), 호두, 블랙베리, 블루베리, 산딸기

[현미푸딩 만드는 법]
① 두유, 현미, 천일염, 바닐라 빈을 넣고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현미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② 물에 불린 한천을 넣고 살짝 끓인 후 몰드에 블루베리를 넣고 부어 냉장고에서 굳힌다.

[현미베리브라우니 케이크]
① 메이플 시럽, 올리브오일, 두유, 떠먹는 요구르트를 섞는다.
② 1의 반죽에 코코아가루, 통밀가루를 체로 쳐서 섞는다.
③ 2의 반죽에 호두, 블루베리, 체리, 블랙베리, 산딸기를 골고루 섞어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④ 3을 식혀 현미푸딩을 올리고 여러 가지 과일로 장식한다.
“식재료를 연구하느라 독일·네덜란드·영국 등지를 돌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곳에는 연구소 안에 밀가루 박사, 설탕 박사가 각각 따로 있어요. 전문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어 파티시에는 박사들이 주는 재료에 맞춰 제품을 만들죠. 우리나라는 파티시에가 모든 걸 담당해야 하니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재료를 볼 때마다 상상을 하면서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그는 말한다.

리츠칼튼호텔 이창수 수석 파티시에의 건강한 레시피 ② 단호박흑임자푸딩

[재료]
메이플 시럽, 통밀가루, 두유, 코코아 파우더, 단호박 퓨레, 오렌지 주스, 화이트와인, 한천, 크림치즈, 떠먹는 요구르트, 천일염, 흑임자

[바닥 비스퀴도 만드는 법]
메이플 시럽, 통밀가루, 코코아 파우더, 두유를 잘 섞어 냉장고에서 1시간 숙성시킨 후 지름 12cm 몰드에 0.3cm 두께로 펴 놓는다.

[호박젤리 만드는 법]
냄비에 메이플 시럽, 오렌지 주스, 와인을 넣고 끓으면 물에 불린 한천을 넣고 한번 더 끓인다. 익혀서 으깨놓은 호박을 골고루 잘 섞어 팬에 비닐을 깔고 0.5cm 두께로 부어 냉장고에서 굳힌다.
크림치즈, 떠먹는 요구르트, 메이플 시럽, 천일염을 넣고 잘 풀고 으깨놓은 흑임자를 섞는다. 통밀가루를 체에 치고 익혀 으깬 단호박을 골고루 섞어 준비해놓은 바닥 비스퀴도 반죽에 4분의 3정도 넣어 180℃로 예열한 오븐에 구워 식힌다,

데커레이션으로 들어간 흑임자의 고소한 맛과 호박의 달콤함, 촉촉한 식감의 비스퀴도 세 가지 맛이 한데 어우러지며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흑임자의 깨 맛이 강하면 자칫 느끼할 수 있으므로 은은하게 맛을 낸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선생님. 빵의 향기에 취해 선생님의 길을 등졌는데, 몇 년 전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파티시에와 교육의 꿈을 모두 이뤘다.

“정년 후에는 후배 양성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후배들을 보면 가르치는 일이 보람되고 즐겁습니다. 마크로비오틱 열풍이 불고 있는 프랑스·미국·일본 등지는 수십 종의 마크로비오틱 도서와 수많은 레스토랑이 있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세상에 전해야겠지요.”

사진 : 김선아

당근케이크와 현미두유브라우니는 각각 4만2000원, 단호박흑임자푸딩 조각당 5600원
문의 : 02-3451-8278
  • 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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