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숲 큰나무 백두대간》 공동 저자 조현제 이창배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우리 땅을 지켜온 ‘큰 나무’를 찾아보세요

일본 규슈의 사가(佐賀)현 다케오시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온천으로 유명하지만 수령 3000년, 높이 30m, 둘레 20m가 넘는 고목인 녹나무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미국은 1940년대부터 전국의 큰 나무들을 발굴해 자료로 정리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6년 전부터 백두대간, 제주도, 울릉도 등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추정수령 500년에서 2500~3000년 정도 된 나무들을 정리해 책을 낸 이들이 있다.

《우리숲 큰나무 백두대간》(이하 우리숲), 《우리숲 큰나무-제주도》 《우리숲 큰나무-울릉도》 등을 펴낸 조현제(산림생태학 박사, 녹색사업단장), 이창배 씨(녹색사업단)가 그 주인공이다.

산림청 녹색사업단은 6년 전부터 녹색자금(복권기금) 지원으로 ‘우리 숲 큰 나무 발굴 및 보전사업(이하 KBT 사업 http://koreabigtree.or.kr)’을 전개해 왔다. 《우리숲》에는 설악산·오대산·태백산 등이 있는 북부권역 마루금 일대에서 조사·발굴한 28종, 800여 그루(가슴높이 둘레 200cm 이상) 중 큰 나무 18종, 160여 그루를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 제주도·울릉도·설악산과 지리산 시리즈도 출간했다. 나무의 생육 상태, 생김새·위치(지리적 정보)·수령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우리 산림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이제까지 찾은 큰나무에 대한 내용은 현재 대구M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큰 나무는 육중하고 거대하다는 뜻이란다. 이창배 씨는 “노거수(老巨樹)는 늙고 큰 나무를 말해요. 노거수의 노는 ‘늙을 노’인데 나이를 안다는 게 사실 우스운 말이에요. 한 세기밖에 못 사는 사람이 몇 백 년, 몇 천 년 사는 나무를 어떻게 알겠어요. 그건 단지 추정일 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우리숲 큰나무 백두대간》은 둘레로 기준을 잡았고, 설악산과 지리산 편은 둘레, 높이, 수간 폭으로 순위를 정했다. 주변 환경에 대한 조사 자료가 있을 때는 이를 참고해 추정수령을 적었다. 또 모두 나무 별칭을 달았는데, 나무 모양, 주변 환경을 고려해 임의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피나무, 미남 주목에 나무 형태가 사방으로 뻗쳐 있으면 메두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단다. 조현제 씨와 이창배 씨는 숲 역사나 자원 등을 이렇게 다룬 건 처음이라고 말한다.

울릉도 도동항 향나무
수령이 2500년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 울릉도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일컬어진다. 1985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오른쪽 가지가 부러졌다.
“노거수 관리는 해왔지만 숲의 역사는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도해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큰 나무를 통해 숲 전체의 역사를 추측해볼 수 있어요. 언제 산불·가뭄·오염이 있었는지요. 큰 나무는 숲의 역사를 증거하지요.”

‘큰 나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조현제 씨가 먼저였다. 30년 전 산림생태학을 전공한 그에게 ‘큰 나무’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덕유산 백두대간을 조사하다 주목군락을 발견한 게 계기가 됐다.

“나무 톱으로 잘린 도벌 현장을 발견했어요. 추정수령 300년은 된 주목들인데, 이런 식으로 벌목이 이루어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지요.”

언론에 알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생각에 ‘우리 숲 큰 나무 발굴 및 보전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하고 이창배 씨에게 이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호흡이 잘 맞았으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요. 사람들에게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어디에 큰 나무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불법 벌목의 타깃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다 함께 보호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요.”


미국에서는 ‘빅트리 헌터’들이 전국 곳곳의 거목을 찾아내지요

우리 땅은 기후가 안 맞아 외국에 비해 큰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는 편견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라고 한다. 큰나무를 찾아 숲을 헤매는 것은 194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사람을 ‘빅트리 헌터’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은 큰 나무를 발견하면 국가에 등록하는데, 등록비는 발견한 사람이 부담해요. 전문가들이 현장 검증 후 그 나무를 찾은 사람에게 인증서를 주고 그 사람 이름을 별칭으로 붙이지요. 그래서 배낭을 메고 큰 나무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이들을 ‘빅트리 헌터’라 합니다.”

이창배 씨는 큰 나무 하나만 보호하기보다는 그 주변 환경 전체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사업의 단적인 예로 울릉도 도동항 향나무를 꼽았다.

“울릉도 도동항 향나무는 화석이나 조각 같아요. 비공식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수령을 3000년으로 추정하지요. 나무의 한쪽 부분은 태풍 루사 때 소실되었는데도 버티고 있는 게, 녹색의 역사를 지키려는 의지처럼 느껴져요.”

이들은 각 지역의 대학, 연구소와 2인 1조 팀을 이루어 조사했다. 혼자 다니다가는 조난사고를 당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찾아놓은 나무의 상태를 점검할 때는 1박2일에서 2박3일이 걸리고, 처음 가는 길은 5박6일씩 걸리기도 한다. 이들은 노거수를 찾으면 먼저 GPS를 이용, 나무의 위치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 기록으로 남겼다. 큰 나무를 찾은 후 나무 전문가들이 매년 한 차례씩 생육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갈 때 이들은 길잡이 역할도 한다.

“등산로가 아니어도 예부터 사람들이 나무를 베거나 산나물, 열매, 과실 등을 따기 위해 다니던 작은 길들이 있어요. 들어가다 보면 실제로 길이 없는 곳은 없어요. 그런데 숲이 우거지면 10m 앞도 안 보이지요. 길을 다 외울 수는 없어서 GPS를 이용하기도 하죠.”

왼쪽) 설악산 미남 주목
주목은 대부분 내부가 썩어들어간다. 형성층 물관이나 살아 있으면 살 수 있다. 대부분 큰 동공이 생기는데 이 주목은 동공없이 매끈하다. 추정수령 1000~1200년.
오른쪽) 설악산 신갈나무
여름에 가서 탈진해서 못내려올 지경에 힘들게 발견한 것이다. 쇠고삐처럼 생겨 괴물신갈나무라고 붙였다. 추정수령 600년.
울릉도 너도밤나무 솔송나무 군락지 조사를 할 때는 급경사에서 나무를 잡고 내려오다 손이 삐기도 하고, 개떼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했단다.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찾은 나무들을 알리기 위해 초등학교에 포스터를 보냈을 때 교사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느 나라 나무냐”는 것이었다. “외국의 큰 나무는 많이 봐왔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는 줄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현제 씨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숲 교육이다.

“특히 아홉 살 미만 유소년들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숲에 함께 갈 수 없으니, 포스터를 만들어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고, 3D 입체영상을 만들어 초등학교를 방문 교육할 계획이에요. 이외에 장애인 시설 등에서도 볼 수 있게 할 거예요.”

왼쪽) 제주 산벚나무
산벚나무에 단풍나무와 마가목 씨앗이 내려와 뿌리를 내려 자란 것이다. 모유수유하는 할머니 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른쪽) 울릉도 너도밤나무
울릉도 성인봉에 분포되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그중 가장 큰 나무다. 뿌리가 굉장히 멋지다.
큰 나무들을 지키려면 보호수 선정 등 작업 외에도 법제도가 받쳐주어야 한다.

“실제 경북 포항시 덕동마을 주민들은 소나무를 주인으로 그 주변 땅을 매입해 공동 관리해요. 주민들이 공동으로 나무일지도 쓰지요. 앞으로 큰 나무의 보존과 숲 보존활동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무가 천년 만년 살 수는 없어요. 태풍에 쓰러지거나 늙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숲에 이런 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기록하는 것, 후계를 잇는 일도 중요하지요. 지금 후계수 육성기초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큰 나무 종자를 받아 양묘하는 게 올해 작업이에요.”

이들도 미국의 빅트리 헌터 제도처럼 일반인과 전문가로 나누어 사람들이 실제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사람들이 큰 나무를 찾고, 보호하는 데 적극 참여하면서 이 일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이들은 말한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녹색사업단 홍보실
  • 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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